▲ 우리가 믿고 먹는 의약품 중에는 부작용이나 심한 후유증을 일으키는 것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공부 잘하는 약’으로 먹이고 있는 약 중에는 중독성이 강해 갈수록 약에 대한 의존증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 ||
향정신성 의약품 일종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아시아계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공부 잘하는 약’이 집중력을 높여서 성적을 쑥쑥 올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약의 정체는 다름 아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ADHD 치료를 위해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살 수 있는 전문 의약품이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 목적이 아니라, 학업성적을 올리고 싶어하는 경우에 처방해주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성적을 올리는 방법이라면 귀가 솔깃해지는 학부모들을 유혹하는 약이다. 그래서 ADHD 치료제라는 사실은 모른 채 단순히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고 의사에게 처방을 요구, 몇 개월 심지어는 몇 년씩 복용하는 일도 있다.
이 약의 주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라는 성분이다. 집중력에 관여하는 뇌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체계에 작용해서 뇌기능을 활성화시켜 준다. 원래는 주의력 결핍이나 건망증 등의 ADHD 증상이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만 써야 하는 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인이 복용할 경우 식욕부진, 우울증 등의 부작용을 보일 수 있다. 또 향정신성 의약품인 만큼 중독될 가능성이 크다.정상인이 이 약을 복용해 중독이 되면, 약을 먹지 않으면 전보다 더 산만해지거나 우울해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코카인 같은 2등급 중독성 약물에 속해 관리가 엄격하다.
또 “학업성적을 떨어뜨리는 환경 등의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약으로만 성적을 올리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의 설명이다.
식약청은 “4주 이상 오래 복용하는 경우는 임상시험에서 전신적으로 평가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ADHD 치료를 위해 이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중독, 부작용의 우려보다 치료효과가 훨씬 큰 만큼 기피할 필요는 없다. 병원에서도 ADHD가 진단되면 1차 치료로 약물을 권장한다. 약물치료만 해도 70~80% 정도는 증상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이 약을 복용하면서 식욕부진, 수면장애 등이 있을 때는 의사와 상의해서 용량을 조절하도록 한다.
ADHD를 치료하려면 뚜렷한 증상을 보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ADHD로 인한 학습부진은 저학년보다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해진다. 초등학교 2~3학년이 되었는데도 더하기, 빼기를 못하거나 쓰기가 안 되고 말이 안 되는 문장을 만든다면 의심해 보는 게 좋다.
한 가지, 보통 ADHD 하면 산만하고 부산한 행동만 떠올리기 쉽지만 과잉행동은 하지 않고 집중력만 떨어져서 조용한 아이들도 있다.
자살충동 폭력성 키워
보통 ‘살 빼는 약’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알고 보면 살 빼는 약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식욕억제제와 지방분해효소 억제제 2가지 종류가 있고 식욕억제제는 다시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칠프로피온, 마진돌 등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와 시부트라민 같은 비향정신성 식욕억제제로 구분된다.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면 배가 고프지 않거나 혹은 배가 부르게 느껴 음식을 적게 먹는다. 식욕억제제가 뇌에 작용해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고, 체내 지방이 증가할 때 분비되는 랩틴 호르몬 분비를 늘린다. 그 결과 음식을 먹지 않아도 먹은 것처럼 느껴 식욕이 떨어지는 원리를 이용해 살을 빼는 것이다.
하지만 식욕억제제가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흥분, 혈압 상승, 어지럼증,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때는 바로 복용을 중지하고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특히 중독성이 강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오남용하다 불안, 우울증 등을 호소하거나 심지어는 자살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4주 이내로 복용하는 것이 좋고, 3개월 이상 쓰면 고혈압, 심장병 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식욕억제제는 16세 이하의 나이에는 처방할 수 없다.
식욕억제제를 지나치게 오래 복용하는 것 외에 항우울제 등의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는 것도 금물이다. 약들의 상호작용으로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제니칼 같은 지방분해효소 억제제는 지방의 흡수를 방해하는 약이다. 지방이 든 식품을 먹어도 위와 장에서 지방이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 식욕억제제보다 부작용이 가벼워서 복용 기간이 더 긴 편이고, 12세 이상이면 청소년도 처방을 받아 복용이 가능하다. 지방분해효소 억제제를 복용하는 동안 더부룩한 불쾌감이 있거나 변비, 변실금 등을 보이면 의사와 알리도록 한다.
이외에 살 빼는 약으로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는 약들도 있다. 우울증이나 당뇨병, 간질 치료제, 감기약 등으로 이런 약을 ‘살 빼는 약’으로 처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증 치료제로 많이 쓰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의 경우 어린이, 청소년이 복용하면 자살 충동, 폭력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 빼는 한약 역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살 빼는 한약에 많이 쓰는 마황 같은 약재는 땀을 잘 흘리지 않거나 성격이 급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고 불면증을 만들 수 있는 약재이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살을 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쉽게 살을 빼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 쉽게 빠진 살은 쉽게 찌는 법이다. 살 빼는 약으로 식욕이 조절되었다고 해도 약을 끊으면 다시 예전 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살찌는 식습관, 운동습관 자체를 바꾸는 것이 건강하게 살을 빼는 지름길이다. 먼저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살을 빼는 시도를 해보고, 체질량지수(BMI)가 25를 넘으면서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살이 빠지지 않는 경우에 한해 살 빼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질량지수=체중(㎏)÷신장의 제곱(㎡)이다. 예를 들어 체중 47㎏, 키 170㎝인 모델 케이트 모스의 체질량지수는 47÷(1.7×1.7)를 계산하면 16.2이다. 체질량지수가 18 이하이면 저체중, 18~23 미만이면 정상, 23~25 미만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이다.
유태우 교수가 권하는 다이어트 방법은 약에 의존하지 않는 ‘반식 다이어트’. 처음 하루만 굶고 이후부터는 하루 세 끼를 비슷한 양으로 모두 먹되 ‘양만 반으로’ 줄이면 된다. 밥이나 반찬뿐만 아니라 과일, 음료 등도 반으로 줄여야 한다. 이때 식사를 천천히 하고, 처음 2주는 간을 하지 않은 음식 위주로 먹어 입맛을 싱겁게 만드는 게 좋다. 3개월 정도 이렇게 하면 위장이 작아져서 자연스럽게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게 된다.
치료제 아닌 완화제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감기 주의보가 내린 때이니 만큼 감기약 오남용에도 주의한다. 알고 있는 것처럼 감기약은 감기를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콧물, 기침 등의 증상만 완화시켜 주는 약이다. 그래도 감기에 걸리면‘초기에 잡아야 고생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감기약을 일찌감치 복용하거나 아예 주사부터 한 대 맞는 이들이 많다. 증상이 가벼워서 참을 만한데도 약에 의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우리 몸은 감기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열을 내고, 콧물이나 기침 등도 바이러스를 몰아내기 위한 반응이다.
성가신 감기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평소 영양과잉인 현대인에게 자연적인 식욕억제제 역할을 하는가 하면 몸의 긴장을 해소하고 뭉친 근육을 풀리게 하는 항스트레스 효과가 있다.
감기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는 시기는 피로가 쌓이거나 무리를 해서 체력이 약해지는 때. 바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강부터 챙기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면 무조건 약, 주사부터 찾을 일이 아니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주는 게 좋다. 가벼운 감기는 이렇게 하면 1주일 내에 좋아진다. 감기는 앓을 만큼 앓아야 면역력이 생겨서 감기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
하지만 감기가 1주일 이상 가거나 증상이 심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자칫 기관지염이나 폐렴, 편도선염, 축농증, 중이염 등의 합병증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은 감기를 방치해서 폐렴이 되기 쉽다.
감기약을 복용할 때는 술기운에 복용하면 안 된다. 감기약 속에 들어 있는 항히스타민제는 재채기, 콧물을 멎게 하는 동시에 뇌 중추신경계를 억제하고 마비시키는 작용을 한다. 여기에 역시 뇌의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알코올의 작용까지 더해지면 상승작용으로 돌연사의 위험을 높인다.
어른보다 약에 예민한 유아나 어린이는 감기약 복용 시에 더욱 주의한다. 다른 약을 복용 중일 때는 의사에게 미리 말하고 감기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어린이 감기약은 대부분 시럽 형태가 많은데, 정해진 양만 정확하게 먹이는 것도 중요하다. 해열진통제를 과다 복용한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눈금이 있는 약 수저 대신 일반 수저, 컵 등으로 먹이면 적정량을 넘어서기 쉽다. 남아서 냉장고에 넣어둔 시럽 약이 있다면 반드시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먹여야 한다. 항생제가 들어간 시럽이라면 조제 후 1주일까지 복용이 가능하다.
한 가지, 시판되는 감기약은 모두 성인을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것이라는 사실. 그래서 미국에서는 2세 미만 어린이의 기침 감기약, 6세 미만 어린이의 항히스타민제 사용 억제를 권고해 왔다. 최근에는 FDA 자문위원회가 FDA에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서 살 수 있는 감기약 중 6세 미만 어린이용의 판매 금지까지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어린이 감기약의 안전성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 참고자료=<약이 병을 만든다>(소담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