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향기, 무늬보다는 유해물질의 걱정이 없는 안전한 화장지를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 일부 화장지에는 발암물질 논란이 있는 물질까지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화장지에 대한 진실을 알아본다.
화장지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아무래도 화장실. 화장실에서 1주일에 3개의 두루마리 화장지를 쓰는 가정이라면 52주를 곱해보면 1년에 모두 156개의 화장지를 쓰게 된다. 만약 이 화장지가 유해물질이 잔뜩 묻어있는 것이라면 찜찜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외국의 경우 두루마리 화장지는 대부분 재생종이를 주원료로 만들지만(표백을 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천연펄프를 대부분 사용한다. 그런데 일부 질이 낮은 천연펄프 또는 재생펄프를 원료로 제조되는 두루마리 화장지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표백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염소계 표백제(차아염소산염, 이산화염, 염소가스 등)를 사용해 펄프 속에 남아있는 리그닌이란 목재 성분을 표백하는 경우에는 PCB가 만들어질 수 있다. PCB는 환경호르몬의 하나로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주는 물질이다. 외국에서는 도마뱀 수컷이 암컷으로 대체되는 성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에는 염소계 대신 유기산을 이용하는 표백으로 바뀌는 추세지만 영세한 업체에서는 여전히 염소계 표백제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유해 성분이 화장지에 남아있을 수 있다.
이외에 젖은 상태에서 잘 찢어지는 종이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포르말린 성분이 첨가되기도 한다. 한때 용산 미군기지에서 발암물질을 한강에 배출시켰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물질로, 해외 연구에서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된 바 있다. 현재 사람에 대해서는 발암성이 의심되는 물질로 분류, 국내에서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2년 전이기는 해도 소비자보호원이 주유소에서 판촉용으로 주는 화장지에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시판 중인 일반 화장지보다 훨씬 많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방부처리에 주로 사용되는 화학제품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형광증백제와 마찬가지로 피부에 자극을 주어 가려움증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을 일으키고 심하면 백혈병, 폐암 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형광물질이 다량 들어있다고 보고하였는데 하얀색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특성상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형광증백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흡수해서 눈에 보이는 푸른빛으로 반사시킨다. 그래서 형광증백제가 들어가면 누런 종이가 신기하게도 밝은 흰색으로 보인다.
형광증백제가 왜 해가 될까. 형광표백제라고도 하는 형광증백제는 그 종류가 많고 최근 개발된 물질도 많아서 아직 논란이 있지만 각종 피부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 김수영 교수는 “아기의 민감한 피부에 영향을 주어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 자극성 피부염을 만들거나 습진, 아토피 피부염, 기저귀 발진 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런 화장지는 화장실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화장실용’이라는 표기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나 관리가 되지 않아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형광증백제에 오염된 음식을 먹는 것 역시 문제를 일으킨다. 장염이나 소화기 장애 증상을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루마리 화장지는 화장실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많은 인기(?)가 있다. 두루마리 화장지로 입이나 손을 닦고, 땀을 닦는 일은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우며 감기에 걸려 코를 풀 때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화장을 지울 때 두루마리 화장지를 쓰기도 한다. 심지어는 부엌에서도 두루마리 화장지를 손에 쉽게 잡히는 곳에 두고 그릇의 물기, 프라이팬에 묻은 기름기 등을 닦을 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에도 냅킨이 보이지 않으면 두루마리 화장지라도 뜯어서 숟가락 젓가락을 화장지 위에 보기 좋게 그리고 저저분한 것이 묻지 않도록 올려놓는다.
화장지를 판촉용으로 주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어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면 사은품으로 화장지를 주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공짜라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2년 전이기는 해도 소비자보호원이 주유소에서 판촉용으로 주는 화장지에 형광물질이 다량 들어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포름알데히드 성분도 시판 중인 일반 화장지보다 훨씬 많이 검출됐다. 포름알데히드는 방부처리에 주로 사용되는 화학제품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형광증백제와 마찬가지로 피부에 자극을 주어 가려움증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을 일으키고 심하면 백혈병, 폐암 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형광증백제는 화장지 외에도 종이, 섬유,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많은 제품에 알게 모르게 들어가 있다. 제품을 하얗게 만들어 상품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형광증백제를 사용한 화장지를 눈으로 알아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불을 끄고 자외선 램프를 비추면 형광증백제가 들어간 것은 푸른색, 그렇지 않은 것은 어둡게 변한다.
재생펄프를 사용한 것인지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약국에서 파는 포비돈소독약(요오드)에 화장지를 담가보면 푸른색으로 변한다. 재생펄프를 만들 때 잘게 부순 종이를 표백한 다음 녹말을 넣어 잘 결합되고 강도를 유지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녹말은 요오드와 만나면 푸른색으로 변하는 성질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재생펄프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확인해 줄 뿐 몸에 나쁜 형광증백제가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재생펄프를 사용한 제품인데도 깨끗한 흰색이라면 형광증백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형광증백제를 사용한 제품을 피하려면 지나치게 새하얀 색을 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고, 무조건 유명 메이커를 고르기보다는 ‘무형광’이라는 표시가 있는지 본다. 100% 천연펄프로 만든 제품이면 가장 좋지만 재생펄프를 이용해서 만들었더라도 형광증백제를 넣지 않아 약간의 누런색을 띠는 것이면 괜찮다.
화장실용이 아니라 화장을 지우거나 코를 푸는 등의 피부와 직접 닿는 용도로 쓸 때는 미용 화장지인 각티슈를 쓰는 것이 낫다. 가격은 두루마리 화장지보다 비싸지만 천연펄프로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형광증백제를 사용해서 만든 제품도 유통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한다.
두루마리 화장지는 화장실용으로 쓰되, 무늬나 있거나 향기가 나는 것은 피한다. 향료나 염료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두루마리 화장지로 얼굴을 닦거나 땀을 닦는 등의 습관은 버리는 것이 좋다.
주유소 등지에서 주는 판촉용 화장지도 마찬가지. 차의 먼지, 유리의 먼지를 닦는 등의 용도로만 쓰는 것이 좋다.
아기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물티슈에도 주의해야 한다. 한때 아기용 물티슈에서 기준치의 7배나 되는 포름알데히드가 나왔다고 해서 시끄러운 적도 있었다. 유해물질에 대한 불안도 불안이지만 환경을 생각한다면 물티슈를 적게 쓰고, 거즈수건을 자주 빨아서 쓰는 것이 낫다. 거즈수건을 고를 때는 하얀 색보다는 약간 누런색인 것이 표백을 하지 않은 제품이다. 보통은 하얀색 거즈수건을 많이 팔고, 표백을 하지 않은 거즈수건은 유기농 제품을 파는 곳에서 판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 김수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