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룩한 뱃살은 보기에 부담스러운 데서 그치지 않는다. 복부비만이 당뇨나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부르는 등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속속 나오는 관련 연구결과들을 보면 ‘올해는 꼭 뱃살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야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재테크도 좋고, 승진도 좋지만 건강테크부터 제대로 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조금은 다른 남자의 뱃살, 그리고 여자의 뱃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효과적으로 빼는 방법까지 알아봤다.
얼마 전에 ‘복부비만이 대장 용종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라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진이 대한내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교수진은 2006년 4월~ 2007년 6월까지 중앙대학교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허리둘레와 대장 용종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복부비만을 갖고 있는 경우에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장 용종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15~30%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대장 용종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용종의 성분에 따라 암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따라서 복부비만이 있다면 정기적인 대장암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권고다.
불룩 튀어나온 뱃살은 뇌졸중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복부비만이 있으면 내장 사이에 낀 지방이 분해되면서 혈전이 혈관에 차곡차곡 쌓이고, 점차 심장뿐 아니라 결국 뇌혈관까지 막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인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는 뇌졸중은 돌연사의 위험은 물론, 낫더라도 마비나 치매 같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다.
실제로 한 종합병원이 뇌졸중 환자 300여 명을 분석했더니, 10명 가운데 7명이 복부비만과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을 동시에 갖고 있는 대사증후군으로 밝혀진 바 있다.
우선 복부비만의 기준이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 남자는 허리둘레가 90cm 이상이고, 여자는 이보다 낮아 80cm 이상이면 복부비만이다.
흔히 배가 나오면 모두 복부비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복부 안의 내장 사이사이에 지방이 많은 경우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서 배가 비슷하게 나온 A와 B가 있다고 하자. A는 피하지방의 양은 많은 편이지만 내장지방이 정상이고, B는 피하지방은 약간 많은 정도이지만 내장지방의 양이 크게 증가해 있다면 B가 복부비만이다. A는 단순히 복부에 피하지방이 많은 비만으로, 크게 건강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내장지방이 전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적당히 있어야 여러 장기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우리의 뱃속을 보면 장기 사이사이에 ‘복강’이라는 빈 공간이 있다. 여기가 텅 비어 있다면 장기들이 마음대로 움직이게 된다.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더 복부비만에 주의해야 한다. 잉여 지방이 주로 복부에 쌓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부비만을 ‘남성형 비만’이라고도 부른다.
반면 여자들은 폐경 이전에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잉여 지방이 엉덩이와 허벅지, 아랫배, 유방 등의 여러 곳에 분산된다.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소장은 “하지만 폐경 이후에는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복부에 주로 쌓이게 되면서 복부비만의 위험이 높아진다. 여자들이 중년이 되면 팔, 다리가 가늘어지면서 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뱃살이 찌는 원인도 남녀가 조금 다르다. 보통 여자들은 운동량 부족, 간식 때문에 복부비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무언가를 먹는 여성들이 많은데, 스트레스 자체가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복부비만으로 이어지고 열량 섭취가 늘어날수록 잉여 지방이 많이 생기게 된다.
▲ 20대 여성(왼쪽)과 40대 여성의 복부.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피하지방이 줄고 복부지방이 늘어난다. | ||
특히 사무직 직장인이라면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꼬박 의자에 앉아있다 보니 운동량이 부족해 뱃살이 찌기 십상이다. 자동차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운동량이 부족하다.
흡연도 무시할 수 없다. 흡연이 식욕을 억제하고 근육의 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살찔까봐 담배를 피운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뱃살만은 예외라는 사실! 오히려 더 찌게 만든다. 흡연으로 인해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면, 이 호르몬이 복부의 지방 축적에 관여한다.
실제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1996∼1998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30∼50세 남성 1418명을 분석한 결과, 비만의 정도는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비슷했지만 흡연자의 허리둘레는 90.7㎝로 87.7㎝인 비흡연자보다 평균 3㎝가 컸다. 또 복부비만의 기준이 되는 허리:엉덩이둘레의 비율도 흡연자(0.092)가 비흡연자(0.878)보다 현저하게 높았다.
첫째 뱃살을 만드는 습관부터 버린다. 뱃살을 빼는 데는 남자든 여자든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간식이나 음주, 운동부족 등 복부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이 저마다 다른 만큼,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파악하고 바꾸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식생활에 신경을 써서 섭취 열량을 줄이고, 운동으로 열량을 소모하는 3가지 기본수칙만 잘 지켜도 출렁거리는 뱃살이 서서히 들어간다.
둘째 권장 식사량의 60~70%만 먹는다. 식사량은 현재의 식사량보다는 줄이되,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기초대사율보다는 더 먹는 정도가 적당하다. 기초 대사율은 인체가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열량으로, 보통 섭취 권장량의 60~70% 정도에 해당된다. 이보다 더 적게 먹을 경우에는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 분해되어 에너지로 이용돼 자칫 건강을 해치게 된다. 또한 기초대사율이 떨어져 결국에는 같은 양을 먹어도 더욱 쉽게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해버린다. 따라서 뱃살을 뺀다고 끼니를 거르면 기초대사율이 떨어져서 적게 먹고도 살이 찌는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된다.
따라서 뱃살을 빼려면 하루 세 끼를 챙겨먹고, 다만 매 끼의 식사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고열량 식품은 조금만 먹어도 열량 섭취량이 늘어나므로 삼가야 한다.
저녁식사는 적어도 잠자기 4시간 전에 마쳐야 한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저녁시간에 먹는 것은 고스란히 뱃살로 간다.
점심뿐만 아니라 하루 2~3끼를 사먹는 직장인이라면 메뉴 선택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볶음밥보다는 비빔밥을 선택하고 생선까스보다는 생선구이를 먹는 식으로 열량을 낮추는 것이 좋다. 술안주로는 야채나 해조류를 권할 만하다.
셋째 매일 1시간씩 운동으로 열량을 소모해 기초대사율을 높인다. 특별히 하는 운동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1주일에 4~5일 정도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하루에 1~2시간 정도의 운동을 하도록 한다. 과잉 섭취한 열량을 소모시킬 뿐만 아니라 근육이 생기면 기초대사율이 높아져서 뱃살이 잘 찌지 않게 된다. 기초대사량을 높이려면 유산소운동만 하지 말고 근력운동을 함께 해줘야 한다.
이때 뱃살을 뺀다고 복근운동이나 허리운동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복근운동을 해서 복근이 강화되면 배가 조금 들어가지만 내장지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복근운동을 한다고 해서 복부에 있는 지방만 쏙 빠지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지방이 골고루 빠지는 만큼 어떤 운동이든 복부비만에 비슷한 정도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 강재헌 소장의 조언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