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허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요령은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 남성들의 허리가 유연하지 못해서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여성들은 허리가 유연하기는 해도 약해서 강하게 만들어주는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워있는 시간 외에는 항상 일을 해야 하는 허리 부위는 다른 부위보다 퇴화현상이 빨리 오기 쉽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 퇴행성 관절염(무릎에 가장 많지만 허리에도 생긴다)이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퇴행성 질환이 잘 생기게 된다. 잘못된 자세와 운동, 외상 등으로 인해 인대나 근육이 뻣뻣해지거나 뼈와 뼈 사이의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가 손상되면 요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허리, 튼튼한 허리는 어떤 허리를 말할까. 얼핏 굵고 꼿꼿하게 설 수 있는 허리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이와 다르다.
“어린아이들의 허리처럼 곧으면서도, 동시에 부드럽고 유연성이 있는 허리가 튼튼한 허리”라는 게 한림대의대 강동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배영덕 교수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남성들의 척추질환으로 흔한 강직성 척추염의 경우,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아주 튼튼한 척추로 보이지만 너무 꼿꼿해서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기 쉽다.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골화되어 가는 질환이 강직성 척추염이다.
자신의 허리가 건강한지 간단하게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허리를 구부려서 손끝이 발끝과 10cm 이상 떨어져 있는지 △벽에 발뒤꿈치를 대고 허리를 펴고 똑바로 선 자세를 취해 머리 뒤통수가 벽에 닿지 않는지 △똑바로 서서 허리 옆선에 팔을 아래로 뻗어서 손이 무릎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본다. 만약 어느 한 가지라도 안 되는 경우에는 이미 허리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허리 통증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있다.
남성이라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허리를 펴고 손이 발에 닿는지부터 한번 확인해 본다. 바닥에 볼펜을 떨어뜨리고 그 볼펜을 다시 주워보는 방법도 있다. 만일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끙’ 하는 소리가 나왔다면 이제부터는 허리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성은 허리가 유연하지만 약하고, 남성은 허리가 강하지만 뻣뻣하다.
배영덕 교수는 “남성들의 허리 문제는 허리가 강하기는 해도 유연하지 못해 뻣뻣한 데서 온다”며 “여성들에게 많은 골다공증이 문제가 되기보다는 탄력을 잃은 디스크가 터져서 신경을 누르거나, 허리 주위 인대가 손상을 입어서 아픈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보통 남성들은 여성들보다는 근육의 양이 많고, 근육도 튼튼한 편이다. 하지만 운동을 과격하게 하는 경우가 많고, 무거운 것을 드는 일도 훨씬 많이 하는 만큼 유연성이 부족하면 자칫 손상되기 쉽다. 운동 또는 무거운 것을 들다가 척추 주위의 근육, 인대가 갑자기 경직되거나 찢어지는 등의 경우가 그것이다.
따라서 남성들은 허리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허리의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스펀지에 무거운 물건을 올려놔도 의외로 쉽게 찢어지지 않거나 갈대가 세찬 바람에 꺾이지 않는 것처럼 유연한 허리는 어지간한 충격을 이겨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달리 유연한 허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근육과 인대의 힘이 약하다는 게 문제. 따라서 조금만 세게 넘어져도 허리 척추가 주저 않는 골절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더구나 중년 이후의 여성들은 폐경이 되면서 골다공증이 흔하다. 폐경 후 약 1년이 지나면서 허리에 있는 칼슘의 50%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1년이 지난 다음에는 빠져나가는 속도가 늦어진다. 문제는 폐경 후 1년이 지나서 골다공증이 이미 생겼다면 열심히 골다공증 치료제를 복용해도 이전의 허리로는 돌아가기 어렵다. 골다공증 치료제는 파골 세포가 더 이상 척추 내의 뼈를 녹이지 못하도록 막을 뿐, 뼈를 다시 만들도록 자극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싶다면 폐경 전부터 미리 칼슘을 충분히 보충해주고, 척추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
참고로 골다공증 여부를 말할 때는 T스코어라고 해서 골 치밀도가 낮을수록 점수가 낮은 수치를 활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T스코어가 -3.0 이하여야 약물치료를 할 때 보험급여가 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은 더 낮다. -2.0이면 칼슘을 복용해 예방하도록 하지만, -2.5 이하이면 골다공증으로 보고 적절한 약물치료와 운동을 권한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T스코어 수치가 높다고 꼭 골절이 된다는 것은 아니고, 골절의 위험이 높다는 정도로 보면 된다. 너무 T스코어 수치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는 허리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 강한 허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리를 강하게 만드는 데는 자신의 허리가 버틸 수 있는 정도로 줄넘기나 규칙적인 빠른 걷기운동 등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 헬스클럽에서 운동기구를 사용해서 적절한 무게를 들고, 당기고 미는 등의 운동으로 허리 부위의 근육과 인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단, 남성이나 여성 모두 허리에 좋은 운동이라고 무턱대고 시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된 자세로 인해 허리의 형태에 변화가 생긴 상태라면 허리를 위해 하는 운동이 오히려 허리 통증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리 통증이 생길 만한 형태가 아닌지 미리 체크한 다음에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한림대의대 류마티스내과 배영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