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이 40~75세의 남성 5만 명을 대상으로, 치주질환과 암의 연관성을 17년간 추적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치주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에 비해 암에 걸릴 위험이 전체적으로 14% 더 높게 나타났다. 위험도는 암에 따라 달라지는데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54% 더 높아 가장 높게 나왔고 신장암은 49%더 높았다. 이외에 폐암과 혈액암에 걸릴 위험도 높았다고 한다.
구강위생 상태가 나쁘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모여들고, 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나쁜 물질이 입 안의 출혈부분을 통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입 안이 외부 환경과 몸속의 기관을 잇는 통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말하면 치주질환이 무슨 심각한 질환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잇몸병이 바로 치주질환이다. 주로 흡연이나 음주, 식사 등으로 음식찌꺼기 등이 입 안에 쌓여 치태(플라크)가 되고 제거하지 못하면 단단한 치석이 되는 등 구강 위생이 나빠질 때 잇몸병이 쉽게 생긴다.
일본에서는 치아가 없으면 여러 가지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암센터 아키오 히라키 교수팀은 5240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아 상실과 암 위험률의 관련성을 연구했더니 치아가 없으면 식도암이나 두경부암, 폐암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고 발표했다.
입 속의 만성 세균감염이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면, 치아를 받치고 있는 뼈에 손상을 주어 결국 치아가 빠지고 이런 감염이 암을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 개라도 치아가 없는 사람은 식도암에 걸릴 위험이 136%나 높고, 두경부암의 발병률도 6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에 걸릴 위험은 54% 더 증가했다. 연구진은 “빠진 치아 수와 비례해 암 발병률이 더 증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며 “감염, 염증이 암의 위험을 높이는 동시에 치아를 잃으면 건강한 식사를 하지 못해 암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가 빠지거나 잇몸병 즉 치주질환이 있는 젊은 층이라면 나중에 심장질환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은 1만 2000명 이상의 영국 성인을 대상으로 대학생 시절부터 57세 이상 노년이 될 때까지 이들을 관찰했다. 그 결과 젊을 때 9개 이상의 치아가 빠진 사람들은 5개 이하의 치아가 빠진 사람들보다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33%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충치와 잇몸병을 만드는 세균이 혈액으로 이동하면 직접 혈관의 상피세포를 손상시키거나 심장병을 유발하는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치아와 잇몸의 건강상태는 심장병의 여러 가지 위험요인 중의 하나일 뿐이고 단독으로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요인이라 할 수는 없다. 심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흡연이나 생활습관, 유전 등의 다른 요인과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잇몸의 염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심장병을 만드는 것일까. 잇몸병이 있으면 백혈구와 혈중 섬유소원이 증가해 혈액이 끈적끈적해지고 그 결과 허혈성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또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의 표면에는 지방다당체라는 물질이 붙어 있는데 이 물질이 혈관을 손상시킨다. 이로 인해 염증성 물질, 혈전이 만들어져서 시간이 지나면 혈관을 막는다. 실제로 잇몸병이 있으면 심장의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25% 증가하며, 25∼49세의 남성이라면 무려 70%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치주질환이 있는 임산부의 경우 저체중아 또는 조기출산의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진다.
반면 치아건강이 좋으면 장수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장수 노인들의 공통점은 치아가 튼튼하다는 점이다. 이가 좋아야 여러 가지 음식을 잘 씹어서 삼킬 수 있고,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칫솔질과 치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할 경우 평균 수명이 6년 4개월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덴마크에서는 70세 이상의 노인 600명을 대상으로 ‘치아 상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치아가 없을수록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성인의 정상 치아는 28∼32개지만 국내 노인(65∼74세)의 평균 치아는 12개에 불과하다. 또 국내 성인(35∼44세)의 86%는 잇몸병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구강건강 관리지수(OQ·Oral care Quotient)를 미리미리 높일 수 있을까. 우선 치아에 달라붙어 충치, 잇몸병을 만드는 치태라는 세균 덩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식사 후에는 3분 이내에 3분간 칫솔질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치태가 잘 생기는 치아와 잇몸의 경계 부위를 잘 닦도록 한다. 칫솔질을 하면 잇몸에 적절한 자극을 주는 마사지 효과도 있다. 입 냄새를 줄이려면 칫솔로 혀까지 닦아주는 것이 좋다.
자기 전에도 칫솔질은 꼭 해야 한다. 특히 술, 담배를 한 다음에는 반드시 이를 닦고 자는 습관을 들인다. 술을 마실 때 딱딱한 안주를 먹으면 이와 잇몸 사이가 들뜨는 현상이 생겨 그 사이로 세균이 잘 침투한다.
칫솔을 고를 때는 머리 크기가 너무 큰 것은 피해야 한다. 자신의 집게손가락 첫째 마디 길이보다 길지 않은 것이 좋다. 칫솔 교체 시기는 3개월이 적당하다. 치아와 치아 사이의 치태는 치실, 치간 칫솔로 없애면 효과적이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좋다. 입안의 세균 농도를 떨어뜨릴 수 있고 건조하지 않도록 해준다. 특히 단맛이 강한 음식이나 끈적이는 음식을 먹은 다음에는 칫솔질이 어렵다면 물로 입 안을 헹궈주는 것이 좋다.
만약 잇몸병이 있을 때는 더 심해지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칫솔질을 하다 피가 나면 초기 잇몸병일 가능성이 높다. 잇몸병은 심하게 나빠지기 전에는 통증이나 불편감 등의 증상이 크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드물게는 이유없이 잇몸 염증이 생기고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진다면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암 등의 전신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치아에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도 가능하다면 6개월~1년에 1회 정도는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대한치과의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