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는 1500㏄ 미만 차량인 A180 모델의 수입을 지난해 11월부터 중단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홈페이지 캡처
관세가 인하되면서 유럽 수입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했다. 관세가 인하되기 직전인 2011년 6월과 무관세로 조정된 올 7월의 유럽 수입차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6월이 6980대, 올 7월이 1만 1817대다. 무려 169.3%나 판매량이 증가한 셈이다. 이는 한국수입자동차 통계 자료에 따른 결과다.
그런데 최근 푸조와 메르세데스-벤츠, 그리고 BMW코리아가 무관세 조정을 앞두고 판매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수입차인 푸조가 유일하게 판매하던 배기량 1500㏄ 미만 차량인 ‘208 3도어’(208 1.4 e-HDI 5D)의 수입을 지난해 9월부터 중단한 것이다. 독일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도 1500㏄ 미만 차량인 ‘A180’ 모델을 지난해 11월부터 수입하지 않고 있다.
판매 꼼수 의혹이 제기되자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자동차 전문 매체를 통해 올 3월 이후 A180 모델의 수입 재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홈페이지에는 A180 모델에 대한 정보가 모두 삭제된 상태다. 다시 말해 비교적 저가 모델인 1500㏄ 모델이 무관세로 조정되기 전에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비즈한국>은 메르세데스-벤츠 측에 수입 중단 사유에 대해 문의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무관세 조정 앞두고 판매가를 대폭 인상한 BMW코리아는 ‘판매 꼼수’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BMW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BMW코리아는 1500㏄ 이상 차량만 판매 중이므로 지난 2014년 7월부로 모든 차량의 판매가가 인하됐어야 한다. 하지만 주요 모델의 2014년 6월과 7월의 판매가를 비교해보니 모두 동일했다. 오히려 2014년 5월의 판매가가 30만~190만 원 더 쌌다. BMW코리아가 관세 1.6%에서 무관세로 조정됨에 따라 판매가를 인하했어야 함에도 주요 모델의 판매가를 두 달 전 일제히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BMW코리아는 “주요 모델의 상품성을 강화하고, 관세 조정을 선반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BMW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선반영된 인하 관세가 ‘320D’ 모델이 50여만 원, ‘520D’ ‘528i’ 모델이 60만여 원, ‘730D’ 모델이 120여만 원이다. 다시 말해 관세를 제외한 실제 인상가는 최소 90만 원에서 최대 260만 원인 셈이다.
주요 모델의 인상된 판매가부터 알아보자. ‘320D’는 4760만 원에서 4950만 원으로, ‘320D xDrive’는 5080만 원에서 5270만 원으로 각각 190만 원 올랐다. ‘520D M Aerodynamic Pro’는 6290만 원에서 6330만 원으로 40만 원, ‘520D xDrive Luxury line Plus Pro’는 7360만 원에서 7390만 원으로 30만 원이 올랐다. ‘730D xDrive’는 1억 2650만 원에서 1억 2790만 원으로 140만 원이 인상됐다. ‘528i’ 전 모델은 모두 30만 원씩 판매가가 올랐다.
그렇다면 판매가가 90만~260만 원 인상된 요인인 ‘상품성 강화’는 얼마나 된 것일까.
BMW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첨단 텔레매틱스인 ‘커넥티드 드라이브’가 기본사양으로 추가됐고, 모델별 장착된 기능이 상이해 인상된 판매가도 모두 다르다. 주요 모델에 공통적으로 장착된 서비스는 긴급출동서비스, 텔레서비스예약콜, 이머전시콜, BMW온라인,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등이다. 320D에는 헤드업디스플레이가, 730D에는 스포츠티어링휠이 추가로 장착됐다.
BMW코리아는 ‘수입차 최초 원격 지원 시스템’, ‘첨단 텔레매틱스’ 등의 문구를 내세워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홍보했었다. 사진=‘커넥티드 드라이브’ 사용설명서 캡처
하지만 자동차전문가들과 실구매자 사이에선 이 기능의 활용도가 낮아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이들은 인터넷뉴스, 이메일, 문자메시지, SNS, 음악애플리케이션 및 팟캐스트 연동 등의 인터넷 정보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얘기한다. 사실상 안전사고 발생 시 SOS 서비스를 지원하고, 타이어 공기압이 빠졌을 때 모니터에 알려주는 서비스 정도만이 유용하다는 말이다.
최근 BMW 차량을 구매한 최 아무개 씨는 “BMW는 동그란 버튼을 돌려가며 글자를 입력해야 해서 내비게이션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기 힘들다”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훨씬 더 빠르고 편리하다. 아직은 무상이지만, 3년 후 유상으로 바뀌게 되니 그 전에 중고차로 팔아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 씨의 말대로 BMW온라인 서비스는 차량 구매 후 3년간 무료로 제공된다. 하지만 3년 후부터 차량에 따라 최소 60만 원에서 최대 120만 원까지 인터넷 사용 요금이 별도로 부과된다. 단 애플리케이션, 리모터서비스, 텔레서비스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원격 제어가 되지 않는 점도 판매 꼼수 의혹을 부추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마트폰 원격 제어가 가능한 반면, 미국보다 8개월 앞서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장착한 차량을 시중에 판매한 우리나라에서는 이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다. 판매량이 저조한 전기차 ‘i3’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i8’에서만 원격제어 기능이 작동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스마트폰 원격 서비스가 장착됐음에도 불구하고 작동되지 않는다면 문제다. 하지만 일부 모델을 제외한 전 차량에는 이 기능이 장착되지 않았다. 따라서 문제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14년 6월 판매가가 인상된 차량을 홍보하면서 ‘수입차 최초 원격 지원 시스템’, ‘첨단 텔레매틱스’ 등의 문구를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유시혁 비즈한국 기자 evernuri@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