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통을 방치하다 자칫 병을 키울 수 있다. 요즘 복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 ||
이외에도 복통의 원인은 매우 다양해서 자연스레 좋아지는 단순한 복통이 있는가 하면 드물게는 위암이나 췌장암 담도암 담낭암 대장암 등의 중한 질환으로 복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복통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원인과 증상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평소 술, 담배를 많이 하는 40대 남성 H 씨는 한 달 전에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가끔 오른쪽 윗배에 복통을 느껴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가 위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약물치료를 받아왔던 터였다. 그러다가 1개월 전부터는 복통이 전보다 심해져 병원을 찾았고, CT 검사에서 췌장암이 발견됐다. 하지만 이미 암세포가 주위 혈관까지 퍼져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태라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복통의 원인은 매우 다양해 그대로 두어도 쉽게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다른 질환 때문에 생기는 복통처럼 원인을 찾아서 치료해야만 좋아지는 것이 있다.
복통이 나타날 때는 우선 배가 어떻게 아픈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부터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주로 어떨 때 통증이 나타나는지 알아두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다가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그대로 두면 안 되는 복통은 △심한 통증이 생겨 별로 좋아지지 않고 계속되는 경우 △통증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그 강도나 빈도가 증가하는 경우 △통증이 있으면서 오한이나 열이 있고 계속 사라지지 않는 경우 △통증과 함께 체중감소, 빈혈 등이 함께 있는 경우 △배를 누르고 손을 뗄 때 또는 배에 힘을 주면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 △통증이 있으면서 피가 섞인 변을 보거나 하혈이 있는 경우 △변이 가늘어지는 등 배변습관에 변화가 있는 경우 등이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신장질환, 심장질환 등의 만성질환이 있거나 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평소 술 담배를 많이 하는 경우, 노인인 경우에는 이런 복통이 있다면 미루지 않고 병원을 찾아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과식을 하고 나면 배가 사르르 아픈 복통이 찾아온다. 소화가 되지 않아 더부룩하면서 메스꺼운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이때는 열이 없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가벼운 장염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에는 한 끼 정도 식사를 거르면 속이 편해진다. 소화가 안 된다고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은 삼간다. 탄산음료를 마시면 트림이 나오고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오히려 카페인이 소화장애를 부추길 수 있다.
단순한 복통이 아니라 위장을 비롯해 췌장, 간 등 소화기에 크고 작은 질병이 있을 때 찾아오는 복통은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것처럼 겨울철이기는 해도 식중독으로 인해 복통이 생길 수도 있다. 식중독에 걸리면 설사와 함께 구토, 복통 증상을 보인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이나 대장균 등이 만들어낸 독소는 열에 의해서도 파괴되지 않는다.
특히 샐러드나 크림, 햄 같은 육류는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실온에 방치하거나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냉장한 음식은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식중독은 수분을 보충하고 휴식을 취하면 좋아지지만 고열이 나거나 심한 설사로 탈수현상을 보일 때는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요즘처럼 술자리가 많은 시기에는 알코올로 인한 위경련 때문에 복통을 느끼는 경우도 흔하다. 과음을 하거나 독한 술을 마시면 미처 해독되지 못한 알코올이 위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 사진은 심한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MRI 검사를 받는 모습. 사진제공=을지대학병원 | ||
특히 50대 이후에는 위궤양으로 알고 있다가 뒤늦게 위암을 발견하기도 하므로 이런 증상은 나이가 들수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위암으로 투병 중인 영화배우 장진영도 복통, 소화불량 등으로 고생했지만 ‘가벼운 위염이려니…’ 하는 생각으로 병원을 빨리 찾지 않았다고 한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나 직장에서 업무나 대인관계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이 배가 끓듯이 아프고 설사와 변비가 자주 반복된다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도 식사를 하거나 음료수를 먹으면 복통이 계속되기 때문에 속을 비우는 게 좋다. 회복된 뒤에는 적당한 휴식과 함께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것이 재발을 막는 방법이다.
중년 여성에게는 담석증으로 인한 복통이 흔하다. 담석증은 담낭에 돌이 생기는 것으로, 몇 분 동안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심하게 아프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통증이 말끔히 사라지곤 한다. 때문에 이런 통증을 경험했다면 통증이 사라지더라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반면 담석이 있더라도 크기가 작고 움직이지 않는 경우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급성 충수돌기염(맹장염)으로 생기는 복통이라면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배가 갑자기 아프고 배꼽 주위나 오른쪽 아랫배를 누르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배가 불러오면서 아프고 구토를 하는 경우, 특히 예전에 배를 수술한 적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언가에 의해 장이 막힌 장폐색일 수 있으므로 음식을 먹지 말고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복막염도 응급 치료가 필요한 원인 질환이다. 위궤양 등으로 만성적인 통증을 보이다가 구멍이 뚫리면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그대로 두면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간다.
이보다 더 심각한 원인 질환일 가능성도 있다. 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이윤정 교수는 “복통을 일으키는 소화기 질환 중 심각한 원인으로는 위암이나 췌장암 담낭암 담도암 대장암 등을 꼽는다”며 “이런 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후에는 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복통이나 소화불량, 배변습관 변화, 체중감소 등이 있을 때는 약국에서 약만 사먹기보다는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진행성 위암일 때는 복통, 구토,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있지만 조기 위암 환자의 80%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보고도 있다. 보통 만성 췌장염일 때는 심와부에 가끔 통증이 있고 고기나 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증상이 심해진다. 또 누워 있으면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를 구부리면 완화된다. 하지만 췌장염 때문이 아니라 췌장암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검사가 필요하다.
소화기 질환 외에도 복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폐렴이 있으면 윗배에 통증이 생길 수 있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으로 인해 복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신우신염 요로결석 방광염이 있을 때도 복통을 호소한다. 이런 복통은 소변을 볼 때 아픈 것이 특징이지만 그 외에도 통증을 느끼는 것은 염증이 심해진 경우다.
여성이라면 골반염, 난소의 종양으로 인해 복통이 나타날 수 있고 가임기 여성일 때는 자궁외임신으로 인해 복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문에 임신 중에 심한 복통이 생기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복통을 호소하거나 식욕저하, 두통 등을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이윤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