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고지혈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K 씨(38). 업무상 술을 많이 마신 이후로 두툼하게 잡히는 뱃살이 신경 쓰이기는 했어도 ‘괜찮겠지’하고 생각했던 그로서는 뜻밖의 결과였다.
‘앞으로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K 씨가 선택한 방법은 해독요법이었다. 의사와 상담 후에 자신에게 맞는 해독프로그램을 시행한 지 1개월, 현재 K 씨는 지방간과 고지혈증 수치가 크게 떨어졌고 뱃살도 몰라보게 줄었다. 늘 배가 차갑고 쉽게 가스가 차고 피로하던 증상도 없어졌다.
요즘 이처럼 해독요법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고, 병·의원이나 한의원에서도 여러 가지 해독요법을 실시하는 곳들이 부쩍 늘었다.
해독(Detox)은 몸속의 유해물질, 즉 독소를 제거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소화기관, 혈관 등 관 내부의 노폐물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몸속의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효소와 비타민, 미네랄 등이 대사과정에 관여하는 것도 모두 해독작용에 속한다.
우리 몸이 생명 유지를 위한 해독과정에 사용하는 에너지는 성인의 경우 70~80%가량 된다. 흔히 ‘기초대사량’이라는 부르는 에너지가 바로 그것이다.
‘해독기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간. 간은 체내에서 만들어지거나 외부에서 유입된 나쁜 독소를 분해, 해독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때문에 양방·한방 할 것 없이 간 해독을 하는 곳들이 많다. 양방에서는 오일이나 과일산, 허브, 지사제 등을 주로 마시거나 주사제로 주입하는 방법으로 간을 해독한다. 한방에서도 한약을 복용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병행한다.
다양한 해독요법을 실시하고 있는 이정주 e-네이처클리닉 원장(의사·한의사)은 “간 해독은 특히 지방간이나 고지혈증이 있거나 대사증후군인 경우, 간 수치는 정상이지만 늘 피로한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과식이나 폭식, 과음을 자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피부색이 전보다 어둡고 윤기가 없으며 기미가 많아져도 간에 독소가 많다는 신호이므로 간 해독을 하면 좋다고 한다.
장도 해독작용을 담당해 간 해독과 함께 장 해독을 많이 한다. 장이 건강하고 깨끗하면 영양소의 소화와 흡수, 배설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독소가 차곡차곡 쌓인다.
평소 술을 좋아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나 과자 빵 패스트푸드 등 정제된 밀가루로 만든 식품을 즐기는 경우 장의 점막이 약해지는 ‘장 누수 증후군’으로 인해 독소가 쌓이기 쉽다. 이런 경우 장으로 흡수된 분해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와 여러 가지 독소가 몸에 다시 흡수돼 피부트러블이나 아토피, 만성피로, 간질환, 관절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간과 장 외에도 신장, 림프, 피부 등도 해독작용을 담당하는 부위들이다. 한 가지 이들 해독기관은 서로 관련이 깊어 어느 한 기관에 독소가 많으면 다른 기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면역 기능을 증진시키는 림프는 간과 장이 깨끗해야 잘 순환되고, 장이 깨끗하지 않으면 간도 제 기능을 못한다.
해독요법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 대략 500여 가지가 넘는다. 이 중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따라서 해독요법을 실시할 때는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간 해독을 한다고 사우나 등에서 마음대로 간 해독음료를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간 해독을 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고, 하더라도 장에 문제가 있을 때는 장 해독을 함께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또한 해독요법 후에는 독소가 적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해독요법을 받지 않더라도 평소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면 독소가 적게 쌓이고 배출이 잘 된다.
▲과식·나쁜 지방을 줄인다
한 끼는 거르고 다음 식사는 과식, 포식을 하는 등 불규칙한 식생활을 하고 있다면 규칙적인 식습관부터 들인다. 하루 세 끼를 현재 먹는 양보다 80% 정도로 줄여 여러 가지 반찬을 골고루 먹는다.
이때 밀가루로 만든 모든 가공식품과 기름에 튀긴 것, 포화지방이 많은 동물성 지방은 적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고기 대신 씨앗 생선 견과류 식물성기름 등으로 양질의 지방을 섭취한다.
몸속에 쌓인 중금속을 해독하는 채소나 과일, 해조류도 많이 섭취한다. 채소 중에서는 해독작용이 있는 미나리, 숙주나물이나 식이섬유가 풍부한 우엉 연근 야콘 등이 좋다. 식이섬유가 장벽에 달라붙은 노폐물, 독소의 배출을 돕는다. 해조류는 20~30%를 차지하는 수용성 섬유질 성분인 알긴산이 중금속은 물론 환경호르몬, 발암물질 등을 흡착해 배설시킨다.
중성지방의 경우는 당분의 과다섭취와 과도한 음주로 상승하기 때문에 도정을 적게 한 현미, 잡곡을 넣은 밥을 먹도록 한다. 과음 횟수도 줄여 나간다.
식품을 고를 때는 가능하면 재배와 가공 과정에서 화학성분이 적게 들어간 식품을 골라 먹는 것이 좋다.
▲깨끗한 물 자주 마시자
물은 하루 8컵 정도의 생수를 마시되, 차게 마시지 말고 실온에 두었다가 마시는 것이 좋다.
그리고 천천히 마셔야 한다. 물과 기름을 섞어 놓으면 기름만 위로 뜨는 것은 물이 기름보다 비중이 무겁다는 의미다. 때문에 몸속에 들어가서도 흡수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지 말고 조금씩 씹어서 먹듯이 삼키는 습관을 들인다.
셋째, 마시는 시간도 중요하다. 식사 도중이나 식사 전후 30분 이내에 마시는 것을 피하고, 자기 전에 마시는 것도 삼간다.
▲매일 30분씩 걷는다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올라가 지방과 당분을 비롯한 각종 노폐물을 태워 혈액이 깨끗해진다. 반면 운동을 하지 않으면 혈액 속에 들어 있는 노폐물이 쌓여 혈액이 오염된다.
운동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걷기가 대표적이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매일 30분 정도만 활기차게 걸어도 심장이나 폐, 혈관, 뼈, 근육 등 인체의 각 조직과 장기에 좋은 영향을 미쳐 만성질환의 30~40%는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아침형’ 수면습관이 좋다
우리 몸의 해독작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녁형보다는 아침형 인간의 수면습관이 낫다. 가능하면 밤 9~11시에는 잠자리에 들도록 해보자. 이 시간대는 호흡·흡수·생식·배설 등을 담당하는 삼초의 기능이 활발한 때다. 이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간의 기능이 왕성해지는 새벽 1~3시에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일어나는 시간도 중요하다. 대장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오전 5~7시에 일어나면 쾌변으로 독소를 배출할 수 있다.
▲목욕으로 독소를 배출한다
일주일에 2~3회 반신욕이나 냉온욕을 해주면 피로가 풀리고 해독,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반신욕을 할 때는 너무 뜨거운 물은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심신을 흥분시키므로 자신의 체온보다 4℃ 정도 높은 미지근한 물(40℃)이 적당하다. 20분가량 배꼽 위까지만 물에 담근다. 춥게 느껴지면 어깨에 수건을 걸쳐서 몸이 식지 않게 하고, 낮은 목욕용 의자를 놓고 앉으면 더 편하다. 또는 시간이 없을 때는 목까지 물에 담가서 10분 정도 전신욕을 하는 것도 좋다.
냉온욕은 온탕(40~42℃)과 냉탕(15~20℃)에 반복해서 몸을 담그는 방법이다. 각각 1분씩 9회 정도 한다. 냉탕으로 시작해 냉탕으로 마치는 것이 원칙이다. 욕조가 한 개라면 냉욕은 샤워기를 이용해 찬물을 발끝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뿌려도 좋다. 반신욕이나 냉온욕이 힘들 때는 족욕, 냉온족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자료제공·도움말=이정주 e-네이처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