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다이어트(Paleo Diet)는 말 그대로 구석기 시대 원시인들처럼 먹으면 날씬해진다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그 핵심은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탄수화물은 줄인다는 것이다. 처음 듣는 사람들은 무슨 이런 다이어트가 다 있나 싶지만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다.
구석기는 농경사회가 시작되기 이전의 시대이기 때문에 구석기인들은 곡류를 거의 섭취하지 않고 수렵과 채집을 통해 육류, 생선, 해산물, 풀(채소), 과일, 견과류 등을 주로 먹었다.
현대인들이 주로 섭취하고 있는 쌀이나 밀 감자 옥수수 콩 등의 곡류는 당시로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이 먹는 설탕, 흰 밀가루 등의 정제탄수화물 식품은 말할 것도 없다.
때문에 구석기 다이어트에서는 구석기인들의 식습관대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은 늘려 섭취한다.
국내에 이 다이어트를 소개, 비만 치료에 응용하고 있는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은 “250만 년 인류 역사에서 탄수화물 섭취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불과 1만 년도 채 되지 않았다”며 “때문에 현대인들의 유전자는 아직도 구석기 원시인류와 비슷해서 탄수화물을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한다. 비만과 당뇨병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탄수화물을 제한할 경우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댈러스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브라우닝 박사가 비만 환자들에게 칼로리를 낮춘 다이어트와 칼로리를 계산하지 않고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한 두 가지 다이어트를 실시한 결과, 탄수화물 제한그룹에서는 간에서 지방연소가 활발하게 일어나 2주 만에 4.3kg이나 빠졌다. 반면 저열량 그룹에서는 2.2kg만 빠져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브라우닝 박사는 “탄수화물 제한 식이요법이 비만은 물론 당뇨병, 지방간 등에도 좋은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보건대학원은 단백질 섭취량이 많을수록 식욕억제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총섭취 칼로리를 동일하게 하고 거대 영양소의 비율만 다르게 해서 단백질 강화 식단(탄수화물 48%, 단백질 25%, 지방 27%), 탄수화물 강화 식단(58%, 15%, 27%), 불포화지방 강화 식단(48%, 15%, 37%) 등 세 가지 식단을 6주간 섭취하게 하였다.
그 결과 단백질 강화 식단이 다른 두 식단에 비해 식욕억제 효과가 두드러지게 높았다. 렙틴 호르몬 수치도 탄수화물 강화 식단에 비해 8% 더 줄었다. 렙틴 호르몬이 증가하는 렙틴 저항성은 비만의 원인이 된다.
얼핏 생각하면 예전에 유행했던 ‘황제 다이어트’와 구석기 다이어트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황제 다이어트는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소모하도록 몸속의 대사를 바꾸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이를 위해 탄수화물은 완전히 배제하지만 단백질, 지방 섭취량에는 제한이 없다.
이와 달리 구석기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을 줄여서 섭취한다. 이때 설탕, 흰 밀가루 등의 정제탄수화물이 아니라 신선한 채소나 과일, 견과류 등을 통해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 구석기 다이어트에서는 몸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을 더 많이 섭취하기를 권한다.
구석기인들은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을 1:1~1:2의 비율로 섭취했지만 현대인들은 이 비율이 1:10을 넘었고 미국의 경우 1:20에 육박하고 있다. 견과류나 들기름, 아마씨유, 카놀라유, 등푸른 생선, 해산물 등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식품의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구석기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만이 아니라 건강을 되찾는 다이어트 방법으로도 좋다.
구석기 다이어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1990년대 후반. 당뇨병이나 지방간이 있는 경우, 비만 여성에게 많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경우에 구석기 다이어트를 통해 일반 다이어트나 지중해식 다이어트 같은 다른 다이어트를 하는 것에 비해서 훨씬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임상 결과가 있다.
한 예로 스웨덴 룬드대학 린더버그 박사팀은 당뇨병 환자에게 3개월 동안 구석기 다이어트를 실시하게 한 결과, 혈당 조절이 잘 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서양인보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구석기 다이어트를 그대로 실천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박용우 원장이 제안하는 한국식 구석기 다이어트 방법이다.
△구석기인들은 곡류는 거의 먹지 않았지만 잡곡이나 현미밥을 매 끼니 반 공기 정도 먹는 것이 좋다. 대신 구석기인들의 주요 탄수화물 공급원이었던 과일은 하루 두 개 이내로 줄인다.
△이와 함께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생선, 해산물을 자주 먹고 육류는 갈비나 삼겹살처럼 기름진 부위 대신 살코기 위주로 먹는다. 또 조리법도 굽거나 튀기는 대신 푹 삶는 보쌈 등으로 먹도록 한다.
이렇게 먹는 이유는 현대인들이 먹는 육류는 좁은 공간에서 항생제, 성장촉진제 등으로 사육하기 때문에 오메가-3 지방산이 적고 포화지방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석기인들이 먹은 육류는 마음껏 뛰어다니며 오염되지 않은 풀을 먹으며 자란 야생동물이므로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했다. 또한 지방도 포화지방보다 불포화지방,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했다.
△칼로리가 낮으면서 포만감을 주는 채소나 해조류, 버섯 등은 매끼 두 접시 정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간에는 아마씨 가루낸 것(5~10g)이나 견과류(잣, 호두, 아몬드), 씨앗류(호박씨, 해바라기씨)를 한두 줌 정도 섭취한다.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에도 신경 쓴다. 구석기 시대보다 중금속, 환경호르몬 등 각종 유해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현대인들은 비타민, 미네랄 같은 미량영양소의 소모량이 많다. 따라서 소모되는 양을 제때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식사를 통해 이들 영양소를 섭취하기 어려울 때는 영양제를 복용한다.
△물도 하루 8컵 이상 마셔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도 높아질 뿐 아니라 신진대사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