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우먼센스 | ||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브로콜리(Broccoli)는 이탈리아어로 팔, 가지라는 뜻이다. 작은 가지가 모여서 큰 송이를 이루는 모양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브로콜리 100g에는 레몬의 2배, 감자의 7배에 해당하는 양의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또 피부나 점막의 저항력을 높여 세균의 침입을 막는 비타민 A가 풍부하고 B1·B2도 들어 있다. 칼슘이나 인, 철분, 칼륨, 셀레늄 등 여러 가지 미네랄도 고루 포함돼 있다.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의 이미숙 원장은 “특히 철분은 다른 채소에 비해 2배나 많다”며 “흔히 철분 하면 시금치에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시금치의 철분 함량은 100g당 2.5~4.2㎎으로 다른 채소와 비슷한 수준이고 수산 성분 때문에 흡수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브로콜리를 자주 먹으면 왜 좋을까. 브로콜리는 양배추, 케일, 콜리플라워 등과 함께 항암효과가 우수한 십자화과 채소에 속한다. 암 예방 효과가 있는 10여 종의 십자화과 채소를 이용한 실험에서 브로콜리와 케일이 가장 높은 암 예방, 항암 효과를 나타냈다.
최근 미국에서는 브로콜리 싹이 인체 내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해 위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제드 파헤이 박사팀은 지난달 미국 암연구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암예방 연구(Cancer Prevention Research)>를 통해 3일간 기른 “브로콜리 싹이 가장 흔한 위 감염 박테리아의 하나로 위암의 주요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일본 도쿄이과대학, 쓰쿠바대학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일본 남성과 여성 4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8주간 하루 70g의 브로콜리 싹을 먹게 하고, 다른 그룹은 같은 양의 알팔파 싹을 먹게 했다.
8주 후 호흡과 혈청, 대변검사 등을 통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감염 정도를 측정한 결과, 브로콜리 싹을 먹은 그룹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수치가 크게 낮아졌다. 반면 알팔파 싹을 먹은 그룹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헤이 박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줄어들면 위암 발생 위험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효과는 브로콜리에 많이 들어 있는 식물성 화합물인 설포라페인의 작용 때문이다. 설포라페인이 암을 예방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브로콜리가 인체에서 암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포라페인 성분은 다 자란 브로콜리보다는 브로콜리 싹에 훨씬 많은데 20~50배 정도나 된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브로콜리가 전립선암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큰 전암성 병변이 있는 24명의 남성을 2개 그룹으로 나눠 1년 동안 매주 브로콜리나 완두콩을 추가로 네 번 더 먹도록 했더니, 검사 결과 브로콜리를 먹은 남성들은 암과 싸우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의 작용을 활발하게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암을 촉진시키는 유전자의 활동은 억제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설포라페인처럼 암을 예방하는 셀레늄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으로 본다. 브로콜리에 들어 있는 셀레늄은 다른 채소 속의 셀레늄이 여러 단계의 화학작용을 일으켜야 항암효과가 있는 ‘메칠 셀레놀’로 변하는 것과 달리 단 한 번의 화학작용으로도 메칠 셀레놀로 변화돼 이용성이 높다. 매일 200㎍의 셀레늄을 섭취한 사람은 암 발생 위험이 평균 37%나 감소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전립선암은 63%, 대장암은 58%, 폐암 발생 가능성은 46%나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셀레늄은 육류나 생선, 곡물, 채소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데 채소 중에서는 브로콜리와 양배추, 마늘, 배추 등에 많다.
이외에도 “브로콜리에는 식이섬유소가 풍부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 이미숙 원장의 설명이다.
식이섬유소가 장 속의 유해물질을 흡착해서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에 대장건강에도 유익하다.
뿐만 아니다. 브로콜리에는 칼슘과 함께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C가 함께 들어 있어서 뼈 건강에도 좋다. 비타민 C를 비롯해 베타카로틴, 클로로필 등의 천연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 노화를 지연시키고 피부도 젊게 가꿀 수 있다.
브로콜리의 영양을 손실하지 않고 섭취하려면 오래 가열하지 않는 것이 좋다. 브로콜리에 들어있는 영양소 중에서 비타민 C와 엽산은 특히 열에 약한 성분이다.
그렇다고 질감이 단단한 브로콜리를 생으로 먹기는 힘들다. 때문에 가열을 하되 가열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끓는 물에 살짝만 데쳐서 건지고, 볶을 때도 짧은 시간에 볶아낸다. 데칠 때는 소금을 조금 넣고 데친다.
참고로 브로콜리는 데치기 전에 소금물에 30분가량 담갔다가 씻으면 봉오리 속의 먼지나 이물질을 제거하기가 쉽다. 가끔 브로콜리 봉오리 속에 작은 애벌레가 붙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깨끗해 보이더라도 잘 씻어야 한다.
브로콜리를 많이 샀을 때는 먹고 남은 것은 살짝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도 좋다. 나중에 먹기 전에 꺼내서 녹으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또는 피클을 만들어 두면 보다 오래 먹을 수 있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브로콜리와 함께 당근, 오이, 무 등의 좋아하는 채소를 깨끗이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그런 다음 물에 식초, 설탕, 소금을 적당량 넣어 끓이다가 통후추, 월계수 잎을 넣은 후 채소에 부어준다. 2~3일 그대로 두었다가 국물만 따라서 다시 한 번 끓인 다음 식혀서 붓고 냉장보관 해두고 먹는다.
기름에 살짝 볶거나 포도씨오일, 올리브오일 등의 식물성 기름이 들어간 샐러드드레싱을 넣어 버무려 먹는 것도 브로콜리 속의 베타카로틴 흡수율을 높일 수 있어서 좋은 조리법이다.
브로콜리를 먹을 때는 꽃봉오리뿐만 아니라 줄기도 같이 먹는다. 줄기 부분에 식이섬유소가 더 많다.
좋은 브로콜리는 진한 녹색이면서 꽃봉오리의 모양이 수북한 것이다. 꽃봉오리가 누렇게 시들기 시작한 것이나 줄기 부분이 갈라진 것은 바람이 든 것이므로 피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건강한 식탁 이미숙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