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심코 마시거나 이른바 ‘웰빙 음료’로 알고 더 비싸게 사마시는 음료가 치아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여름을 건강하게 나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시는 음료부터 제대로 마셔야 한다.
청량음료를 고르려다가 ‘이왕이면 몸에 좋은 것을 마시자’는 생각에 과일주스를 사마시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음료를 사줄 때도 ‘이 썩는다’며 청량음료 대신 주스를 골라준다. 사실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면 당분의 함량이 높아 살이 찌는 데다 충치, 치아가 녹아내리는 부식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청량음료보다 ‘웰빙 음료’로 알고 마시는 과일주스도 안심할 수 없는 것들이 적지 않아고 한다. 과일주스의 산도나 마시는 방법에 따라 치아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오렌지주스를 천천히 마시면 치아미백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치아건강에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치과병원의 얀팡 렌 교수 팀이 오렌지주스와 치아미백제의 치아 손상 정도를 실험한 결과, 오렌지주스에 담가놓은 치아는 치아의 가장 바깥 부분인 법랑질(에나멜)의 단단한 정도가 84%나 감소했다. 하지만 치아미백제와 비슷한 농도 6%의 과산화수소수에 담가놓은 치아는 별 변화가 없었다. 오렌지주스처럼 산성이 강한 음료를 천천히 마시는 경우, 일반적으로 치아 손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 치아미백제보다 더 치아에 해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렌 박사는 “강한 산성 주스나 탄산음료, 스포츠음료는 음료수가 치아에 오래 닿을수록 손상이 심해지므로 20분 이상 천천히 마시지 말고 빨리 마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강한 산성 성분이 치아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것이기는 해도 오렌지주스가 치아미백제보다 더 치아의 법랑질을 부식시킨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다. 치아 부식증은 충치보다 더 심각한 치아질환에 속하는데, 식생활의 변화 등으로 인해 치아 부식증 환자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산에 의해 치아가 녹아도 처음엔 특별한 증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치아 표면의 부식 정도가 심해지면 차거나 뜨거운 음식물이 입 안으로 들어갔을 때 시린 느낌을 받게 된다.
때문에 평소 강산성의 음료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오렌지 외에도 포도, 레몬, 파인애플 등 신맛이 강한 과일과 이들 과일로 만든 주스는 강산성을 띤다. 톡 쏘는 맛 때문에 포기하기 힘든 탄산음료나 스포츠음료도 모두 강산성 음료에 속한다.
참고로 위식도역류염이 있는 경우에도 강산성의 위산 때문에 치아가 부식될 우려가 있고, 염색이나 도금 등 산을 취급하는 일을 한다면 치아 부식에 주의해야 한다. 증기를 통해 산이 치아 표면에 닿으면 치아가 부식될 수 있다.
치아건강을 생각한다면 음료를 마시더라도 보다 건강하게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료를 마시고 난 후에 3분 이내에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양치질을 하기 힘들 때는 입 안을 물로 헹궈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는 여러 번 빠르게 헹궈야 한다. 음료 속에 들어 있는 인공첨가물은 입자가 매우 작아서 치아 표면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스포츠음료의 경우 마신 지 30분이 지나서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뉴욕치과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스포츠음료 속의 구연산(Citric Acid)이 치아 부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스포츠음료는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고, 마셨을 때는 약해진 치아의 법랑질이 다시 단단해지도록 30분이 지난 후에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음료를 마신 후에 양치질을 하면 하얀 치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치아 표면은 눈으로 보면 매우 매끄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세한 구멍이 많이 나 있다. 진한 색의 음료나 차를 많이 마시면 이 구멍으로 색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치아의 색이 변할 수 있다. 흡연자들의 치아가 누렇게 변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하나 더! 시원하게 맥주를 마신 후에도 반드시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맥주에는 당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들 있지만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당분이 들어간다. 안주는 오이나 토마토, 당근 등 당분이 적고 섬유질이 많은 채소 안주가 치아건강에 좋다. 이런 안주를 먹으면 씹는 과정에서 치아의 표면이 깨끗해진다.
음료를 마실 때 빨대로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빨대를 대고 마시면 바로 목으로 넘길 수 있으므로 음료가 치아에 닿는 량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권하는 최고의 여름 음료는 무엇일까. 바로 물이다. 신건강인센터 유태우 원장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은 종류가 하도 많아 고르기도 힘든 음료수가 아니라 물”이라며 “물을 어떻게 잘 마시느냐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9컵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고, 날씨가 더울수록 충분히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평소에는 시간당 1컵, 운동을 할 경우에는 시간당 2∼4컵 정도의 충분한 물을 마신다. 당뇨병이 있다면 수분의 공급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혈당이 높은 상태에서 몸속의 수분까지 빠져나가면 혈당이 더 오른다.
음료를 마실 때는 청량음료나 스포츠음료, 당분이 많은 음료보다는 감잎차나 녹차, 채소즙 등 당분을 비롯한 첨가물이 적은 것을 마시는 것이 훨씬 낫다.
흔히 당분이 많은 제품을 피한다고 ‘무설탕’이라는 표시가 된 것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설탕을 넣지 않았을 뿐 단맛을 내기 위해 과당, 올리고당 등을 첨가한 제품일 수도 있으므로 제품 겉면에 있는 표시사항을 꼼꼼히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산 성분이 치아에 해로우므로 알칼리성 음료수를 골라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유나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도 알칼리성 음료에 속한다. 가장 좋은 것은 음료수 대신 수박이나 참외 등 수분이 풍부한 과일로 더위와 갈증을 푸는 것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신건강인센터 유태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