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료수를 마신 후 소변의 양을 재보면 마신 양보다 더 많은 양이 배설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콜라 등 각종 음료수는 수분을 보충하기는커녕 되레 탈수를 부추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하지만 흔히 먹는 식품 때문에 몸속 수분을 더 빼앗기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뇨작용을 촉진하는 카페인 음료나 차는 수분을 많이 빼앗는다. 흡연 역시 호흡기 점막의 수분을 없애 건조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꼽힌다.
건강을 지키는 습관으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물 마시기’. 전문가들은 하루에 2ℓ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성인이 매일 음식과 과일로 섭취하는 수분은 1ℓ. 하지만 대소변이나 땀, 호흡 등으로 배출하는 수분의 양은 무려 2.6ℓ나 된다. 때문에 매일 마셔야 하는 물의 양은 적어도 1.6ℓ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의 물을 마시기는커녕 오히려 탈수를 부추기는 식품을 가까이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흔히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면 차나 커피, 음료수 등을 모두 포함해서 많이 마시면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차나 커피, 음료수가 물을 대신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차나 커피에는 카페인을 비롯한 탈수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다이어트 음료 역시 이뇨작용을 하는 성분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몸에 흡수되자마자 몸 밖으로 빨리 빠져나가려는 성질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호음료가 강력한 이뇨작용으로 체내의 수분까지도 함께 배출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음료수를 마신 후 소변의 양을 재보면 마신 음료수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이 배설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는 갈증이 해소되는 듯하지만 우리 몸은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하루 동안 마신 수분의 양을 계산할 때는 커피나 홍차, 탄산음료 등은 포함해서는 안 된다. 청량감이나 톡 쏘는 맛이 좋아서 음료수를 마셨다면 별도로 물을 한두 잔 더 마셔야 우리 몸이 갈증을 느끼지 않는다. 과일향 음료 역시 마찬가지다.
알코올을 섭취해도 소변을 보는 과정에서 혈액 속의 수분이 함께 배출된다. 맥주를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맥주뿐만 아니라 모든 술에는 강력한 이뇨작용을 하는 탈수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 특히 독한 칵테일 종류는 마신 술의 양보다 최고 10배에 이르는 체액을 배출한다. 술을 뜨겁게 마시는 경우 몸은 더욱 건조해진다.
가끔 목욕탕에서 심장마비나 뇌경색을 일으켜 병원에 실려가는 환자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을 검사해 보면 10명 중 8명은 전날 과음을 한 적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알코올의 이뇨작용으로 혈액 속의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전이 잘 생긴다. 따라서 술을 마신 후에는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물을 마셔야 몸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은 팥도 이뇨작용을 한다. 인삼에도 들어 있는 사포닌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팥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사포닌이 0.3% 정도 들어 있다. 이 사포닌 성분이 이뇨작용으로 부기를 제거하고 노폐물을 배출해 다이어트, 변비 등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팥을 너무 많이 먹는 경우 몸속의 수분이 많이 배출돼 건조해지기 쉽다. 특히 수수팥떡은 수수의 수렴작용과 팥의 이뇨작용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몸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과일 중에서는 감이 이뇨작용을 한다. 그래서 몸이 건조한 경우에는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사과의 6배나 되는 비타민 C와 과당, 콜린 등이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므로 숙취 해소 효과는 탁월하다. 보통 비타민 C는 파괴되기 쉬운데 감에 든 비타민 C는 열이나 물, 공기 등에 노출되었을 때 쉽게 파괴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젓갈이나 자반고등어 같은 염장식품도 우리 몸을 건조하게 만드는 데 한몫을 한다. 자반고등어의 경우 지나치게 짠 것은 조리하기 전에 쌀뜨물에 30분가량 담가 조리하면 좋다. 말린 멸치나 새우 등 건조식품도 짜지만 무의식중에 많이 먹기 쉬운 식품이다. 짠 것을 많이 먹으면 체내의 수분이 세포외액에 정체돼 부종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지나친 염분 섭취로 쓸데없는 물이 몸에 쌓이면 금방 배가 고파져서 과식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수분을 잘 보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승남 원장은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과 함께 음식을 통해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채소나 과일에는 수분이 많다. 채소 중에서는 특히 배추나 상추류에 수분이 많은 편이다. 그러므로 쌈 채소를 매끼 식사에 곁들여 먹거나 식후에 채소, 과일 등을 먹어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수분 섭취는 물론 식이섬유가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전체 식사량과 섭취 열량을 낮출 수 있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다만 식사 도중에 물을 마시거나 국물을 많이 먹는 습관은 고친다. 소화액이 희석돼 오히려 소화에 방해가 되고, 국물에도 많은 양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물을 잘 마시는 요령으로는 평소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목이 마르다’는 생각이 들 때라야 겨우 물을 찾는다.
“하지만 목이 마른 것은 이미 체내 건조가 진행돼 수분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의 설명이다.
우리 몸속의 혈액은 혈장과 혈구로 나뉜다. 이 중 혈장이 적혈구가 운반하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모든 것을 운반한다. 즉 혈장에는 세포에 전해주기 위한 당이나 세포에서 수거한 요소, 암모니아 같은 노폐물도 있고 근육이 주로 쓰는 크레아틴, 장에서 흡수해서 세포로 공급하는 지방이나 아미노산 등이 들어 있다. 그런데 몸속의 수분이 줄어들면 혈장 내의 물질은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수분의 양만 줄어들기 때문에 혈액의 나트륨 농도가 높아진다. 이 변화가 뇌 속의 시상하부로 전달되면 수분을 아끼기 위해 입 속의 점막에서 침이 적게 분비돼 ‘목이 마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을 잘 마시면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우리 몸은 때로는 갈증을 배고픔으로 오해하기 쉽다. 갈증과 배고픔이 모두 먹는 것과 관련된 감각이고, 둘 다 같은 부위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은 갈증이 나는 상태인데 배고픈 것으로 이해해서 군것질을 자주 하면 당연히 살이 찐다.
하지만 식사 30분 전에 물을 마시고, 식후에는 2시간 30분마다 두 컵의 물을 마시면 진짜 배고픔과 갈증이 쉽게 구분돼 과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 잔의 물은 1시간 30분~2시간 동안 교감신경계를 자극한다. 교감신경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지방 분해효소인 리파아제의 활동을 조절한다. 즉, 물을 마시면 교감신경이 자극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저장된 지방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목욕 전에도 물을 한 컵 반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평소 수분 섭취가 부족한 사람들은 목욕 전에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땀과 이뇨작용으로 수분이 배출돼 체내 건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은 몸이 조금 건조해져도 큰 무리가 없지만 고혈압 등이 있으면 뇌, 심장의 혈관이 막힐 위험이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 전후의 수분 섭취에도 신경 쓴다. 운동 전에 물을 마시지 않고 운동 중에 많은 땀을 흘리면 혈액이 끈끈해지고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 혈전이 언젠가는 혈관을 막을지도 모를 일이다.
때문에 혈전 예방을 위해서라도 운동 전에 물을 마셔주고 운동 중에도 물을 조금씩 마신다.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렸다면 운동 후에 한 컵 더 마신다.
TIP 1
집이나 사무실 등 실내공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려면 습도계를 두고 자주 체크하는 것이 좋다. 적당한 실내 습도는 40~60%이다. 만약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 때는 습도를 더 높여야 한다.
적당한 실내 온도는 20도 전후.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에는 약간 난방을 하거나 이불을 잘 덮도록 한다.
TIP 2
물을 잘 마시는 것만큼 잘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변은 하루에 최소한 4~6회 정도 보는 것이 적당하다. 2번 이하인 경우에는 몸속에 수분이 많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밤에 자면서 소변을 4번 이상 본다면 수분 섭취가 많았거나 신장 기능 이상이 의심된다. 남성이라면 소변의 횟수가 늘고 줄기가 가늘어지는 경우, 중간에 끊기는 경우에는 전립선 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