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마 치료를 받은 후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난 존 로치. | ||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생지옥과 다를 바 없다.
보통 발목이나 손목을 삐는 단순한 부상이나 심하게는 교통사고 등의 후유증으로 유발되는 이 증상은 타는 듯한 느낌으로 몸에 기름을 끼얹은 상태에서 불을 댕긴 듯 화끈거린다. 경미한 접촉이나 온도 변화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에는 다른 사람과 살갗이 닿거나 혹은 옷을 입을 때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현재까지 별다른 치료법이 없던 이 증상 때문에 고통 받던 미국의 환자들이 소위 말하는 ‘코마 치료법’을 마지막 탈출구로 삼고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미 주간지 <피플>이 보도하기도 했다. ‘코마 치료법’이란 전신마취제인 케타민을 투여해 인위적으로 코마 상태를 유발해서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필라델피아의 드렉셀의과대학의 로버트 슈워츠만 박사는 “마치 컴퓨터의 전원을 한동안 꺼두었다가 다시 재부팅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며 “다시 뇌의 전원을 켜면 통증과 관련된 시스템이 재부팅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케타민은 보통 병원에서 수술 전 전신마취제로 사용하거나 다른 마취제의 보조제로 사용되지만 마약 딜러들 사이에서는 ‘스페셜 K’라는 이름으로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위험한 약물이다.
하지만 CRPS 환자들에게는 케타민이 구세주일 수밖에 없다. 케타민을 투여한 후 최장 7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환자들은 대부분 눈에 띄게 통증이 줄어들었다고 말하며, 짧게는 9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통증에서 해방된 채 지낼 수 있다.
문제는 이 시술이 현재 미국에서는 불법이라는 데 있다.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멕시코나 독일 등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행 경비를 포함해서 환자들이 지출하는 치료비는 5만 달러(약 5800만 원) 정도.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코마 치료를 받은 미국 내 환자들은 이미 100명을 넘었다.
▲ 케타민. | ||
하지만 ‘케타민’이 100% 정답일 수는 없다. 이 치료법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는 사람들은 통증이 더 심해지거나 영영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독일에서 코마 치료를 받는 도중 급성 폐렴이 발병했던 로라 베켓(47)은 무려 3주 동안 코마 상태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에는 전신이 마비되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또한 어떤 환자는 코마 치료를 받고 독일에서 돌아왔지만 무릎을 부딪치고 난 후 통증이 재발하기도 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