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 공포 체질상 술을 잘 못 마시는 당신이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면? 평소의 식생활과 생활습관이 건전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처럼 술을 즐기지 않아도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운동량이 부족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되기 쉽다. 비만이나 당뇨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쉽게 피로를 느끼고 오른쪽 윗배가 아프다면 더욱 지방간이 의심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과 대책을 자세히 알아본다.
우리 몸속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과묵한 장기는? 바로 음식물의 소화·흡수는 물론 500가지가 넘는 일에 관여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간이다. 간에는 통증세포가 없으므로 약 80% 정도가 망가져도 나머지 20%가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낸다고 한다. 때문에 간은 어지간히 아픈 정도로는 뚜렷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최근 중년 남성에게 늘어나고 있는 지방간 역시 초기에는 심지어 초음파 검사를 해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의학적으로는 간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무게의 비율이 5% 이상인 경우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심한 경우 50%까지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중성지방이 많이 쌓일수록 간이 비대해지고 기능이 점점 떨어진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로 지방간을 진단하려면 이 비율이 30%가 넘어야 가능하다.
흔히 지방간 하면 술이 원인인 알코올성 지방간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방이 많은 음식을 즐기는 서구식 식습관과 운동 부족에 의한 비만 인구가 늘고 당뇨병, 고지혈증이 많아지고 있으므로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요주의 대상이다. 특히 비만인 경우 15% 정도가 지방간이라는 보고도 있다.
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이향이 교수도 “우리나라도 짧은 기간에 비만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당뇨병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밀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도시 직장인 중 남성은 무려 30%,여성은 15% 안팎이 지방간이라는 보고도 있다.
알코올성이든 비알코올성이든 지방간이 되면 왜 위험할까. 지방간이 있으면 지방이 간에만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혈관에도 쌓여 고지혈증이 생기고,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지방간이 오래되거나 정도가 심할 때는 드물게 지방간염, 간 섬유화를 거쳐 간혹 간경화 같은 심각한 질병이 될 수도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 5~10%가 지방성 간염(지방이 쌓인 데다 간세포가 괴사하면서 염증이 발생한 상태)이 되고, 이 중 20%가량은 간경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비싼 검사를 받지 않고 간편하게 지방간 위험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지난해 9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김동희 교수와 이정훈 임상강사가 이 센터를 찾아 검진 받은 1만 724명을 대상으로 연구해서 발표한 지방간 지수(HSI:Hepatic Steato Index)가 지방간 위험도를 판단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간기능 지수인 AST(GOT)와 ALT(GPT)가 높을수록, AST에 비해 ALT 비율이 높을수록,체질량지수(BMI:키를 체중의 제곱으로 나눈 수·㎏/㎡)가 높거나 허리둘레가 두꺼울수록(즉 비만일수록),혈중 중성지방이나 공복혈당이 높을수록 비알코올성 지방간일 확률이 높았다. 지방간 지수를 내려면 ‘8×(ALT/AST)+BMI’라는 공식에 따라 계산한다. 이때 여성이거나 당뇨병 환자일 경우에는 BMI에 2를 더한다.
이 방법대로 계산해 지방간 지수가 30 미만으로 나오면 지방간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30~36에 해당되면 초음파 검사 등으로 지방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36을 초과하면 초음파나 다른 검사를 하지 않아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행히 지방간은 비만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 원인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면 몇 개월만 지나도 눈에 띄게 좋아진다. 알코올성 지방간이라면 우선 술부터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비알코올성 또는 초기 알코올성일 때는 금주와 함께 고지방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또한 체내 잉여 칼로리도 지방으로 저장되므로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량도 줄이고 과식, 폭식을 삼간다. 매끼 거르지 않고 영양의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하되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 과일을 많이 먹는 게 요령이다.
기름진 야식을 즐기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 야식을 고를 때는 기름에 튀긴 음식보다는 삶은 것으로, 당분이 들어간 음료수보다는 물이나 녹차 종류를 마시는 것이 좋다. 라면이나 도넛, 케이크 같은 고탄수화물 식품도 삼간다.
살코기나 생선 등으로 질 좋은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지방을 간 밖으로 빼내는 지단백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식습관을 바꾸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일으키는 비만, 과체중 개선 효과가 크다. 그렇다고 너무 급격한 체중 감량은 위험하다. 오히려 간에 무리를 줘 지방간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감량 속도를 1주일에 0.5∼1㎏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현재 체중의 10% 정도를 3~6개월 내에 서서히 감량하라”는 것이 이향이 교수의 조언이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적당한 운동도 필수. 유산소 운동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개선 효과가 가장 크다.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조깅, 수영, 등산, 에어로빅, 댄스 등 유산소 운동 중에서 자신의 상황이나 체력에 맞는 것으로 골라 꾸준히 한다. 1회에 30분 이상씩, 1주일에 3일은 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운동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줄일 수도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예방 5계명
미리미리 지방간을 예방하려면 기본적인 건강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좋다. 과음, 폭음을 삼가야 알코올성 지방간 예방에 도움이 되고 체중 관리, 식습관, 운동 등에 신경을 쓰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
첫째 정상 체중을 유지한다.
둘째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셋째 당질(밥·빵·국수·떡·감자·고구마·설탕 등)의 섭취량을 줄인다.
넷째 기름진 음식, 특히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인다.
다섯째 적절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이향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