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하게 찜질방을 이용하면 친목도 다지고 생활의 활력도 얻어갈 수 있다. 서울 용산의 ‘드래곤힐스파’ 내부.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사우나보다 훨씬 고온에 노출되는 찜질방은 병원에서 고혈압, 심장병 등의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거나 이들 질환의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어지러운 경우에는 바로 쉬어야 하고, 특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찾는 것은 금물이다. 고혈압, 심장병이 있는 데도 모르고 뜨거운 찜질방에 오래 있다가는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음주 후에 찜질방을 찾더라도 뜨거운 불가마에는 들어가지 말고 가벼운 샤워나 반신욕, 족욕 정도만 하고 잠을 청하는 게 좋다. 다만 술을 마신 다음날 찜질방에서 땀을 적당히 빼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어 두통, 뒷목이 당기는 증상이 덜하다.
평소 밀폐된 곳을 잘 참지 못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그리고 임신 중인 경우에는 자주 가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자칫 신장기능이 손상될 염려가 있다. 또한 임신 초기에 고열에 노출되면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찜질하는 곳에는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화상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 피부가 충분히 아물 때까지 2~3개월간은 찜질방, 사우나처럼 더운 곳에 오래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다리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 하지정맥류가 있는 사람도 찜질방을 이용하면 혈관이 더 늘어나면서 정맥류가 악화될 수 있다. 이때는 혈관 상태가 건강해질 때까지 찜질방은 물론이고 반신욕, 족욕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갱년기 안면홍조가 있을 때도 혈관이 팽창돼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머리, 얼굴에 찬 물건을 대주는 것이 좋다. 피부건조증이나 아토피 피부염이 있어도 찜질방에 자주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반면 만성적인 통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찜질방에 다녀오면 한결 통증이 덜하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만성 요통이나 관절염 등은 뜨거운 찜질로 작은 혈관들이 확장되면서 혈류량이 늘어나고 관절이 부드러워지니 통증이 사라진다.
흔히 인공관절을 한 경우 찜질방에 가면 안 되는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을 한 후에도 찜질방을 이용하는 것은 괜찮다. 다만 뜨거운 물체를 직접 인공관절 부위에 대지 않도록 한다.
한방에서는 체질별로 찜질방과 잘 맞는 궁합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태음인은 찜질방을 자주 찾아서 땀을 빼도 좋은 체질이다. 체질상 기운을 모아주는 간의 기능이 강하고 발산하는 폐의 기능이 약해 다른 체질보다 쉽게 비만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오랜 시간 찜질방에 있는 건 좋지 않다. 참을성이 강한 태음인은 오랜 시간 버티는 경향이 있다.
같은 음인이라도 소음인은 너무 땀을 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체질이다. 때문에 얼굴에 약간의 땀이 날 정도로만 찜질방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요즘은 황토나 맥반석, 옥돌, 게르마늄 등 여러 가지 찜질방이 있는데 태음인에게는 황토, 소음인은 쑥이 잘 맞는다.
찜질방에 다니면서 체중이 줄었다며 더 열심히 다니는 이들도 있다. 과연 찜질방에서 땀을 빼고 나면 살 빼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은 “일단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신진대사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비만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찜질방에서 약간 아프다 싶을 정도의 강도로 마사지를 하거나 스트레칭을 해주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찜질방에서 먹는 음료나 간식 선택도 중요하다. 설탕, 프림을 듬뿍 넣은 밀크커피보다는 연한 원두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카페인 성분이 이뇨작용을 하고 천연 항산화 작용도 높여준다. 당분 함량이 높은 식혜나 주스도 피해야 한다. 갈증이 느껴질 때는 지방 분해를 돕는 녹차 등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찜질방, 사우나에서 빠진 체중은 지방보다는 수분이 많아 금방 예전 상태로 돌아가기 쉽다. 또한 살을 뺄 욕심으로 무리하게 땀을 빼면 나트륨이나 마그네슘, 칼륨 등의 미네랄이 배출돼 심하면 전해질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전해질 균형이 깨지면 근육이 굳어지고 손발이 저리며 의식을 잃기도 한다. 때문에 찜질방 다이어트 효과를 너무 맹신하면 안 된다.
박용우 원장은 “어디까지나 잘못된 식습관을 바꾸고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찜질방은 주 1회 가는 정도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찜질방 간식으로는 어떤 것이 좋을까. 흔히 먹는 미역국은 땀으로 손실된 미네랄과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이상적인 음식이다. 삶거나 구운 달걀도 단백질 보충에 좋다. 찜질방 안에 있는 식당에서 과식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뜨거운 곳에서는 피가 피부 표면으로 몰려 소화가 잘 되지 않으므로 생각 없이 과식하다가는 체하기 십상이다.
적당한 찜질 시간은 40℃ 전후의 저온방에서는 10~15분 이내, 60℃ 전후의 고온방에서 10분 이내다. 당뇨로 만성합병증이 있는 사람은 온도를 잘 느끼지 못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이때는 저온방에 짧은 시간만 들어가고, 자신의 몸을 잘 체크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뜨거운 찜질방에 10~15분 이상 앉아 있으면 탈수 증세를 보일 수 있다.
30분 이상 뜨거운 찜질방을 이용하거나, 휴식 없이 찜질방 안을 계속 드나들면 각막화상 등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찜질방 내 불가마의 온도는 높을 때는 100℃ 이상인 경우도 있다. 보통 사람의 각막은 100℃ 정도의 온도에서 눈을 뜨고 있으면 약 5분, 눈을 감고 있으면 약 30분 후부터 열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또 하나, 찜질방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피부까지 고와진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찜질방에서 땀을 흘리고 나면 뽀얗고 맑은 피부를 가꾸는 데 좋다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건조한 각질층에 수분이 공급돼 일시적으로 촉촉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찜질방에 다녀온 후에 피부 관리를 게을리하면 고온에 의한 피부 손상, 수분 감소로 피부가 더 거칠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아둬야 한다.
불가마 안에 들어갈 때는 찬 물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뜨거운 쪽을 등지고 앉는 자세가 좋다. 또한 땀을 흘린 뒤 채소나 과일을 이용한 간단팩으로 피부를 진정시키고 수분을 잘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팩을 한 뒤에는 차가운 스킨, 로션을 발라 뜨거운 열기 때문에 넓어진 모공을 수축시켜 준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