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지난 10일 여의도 63빌딩에서 미래연합 박근혜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
이는 ‘차기 국정원장은 정형근’이라는 시중의 여론을 빗댄 농담이었다. 이회창 후보의 한 최측근은 최근 사석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차기 청와대 비서실장직을 은근히 원하는 말을 했다가 공연히 구설수에 올랐다.
이 측근은 “모씨가 자신이 비서실장을 할 것처럼 떠드는데, 사실은 내가 적임자”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들은 당사자는 “내가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는데 그 사람이 그런 식으로 나를 모함하고 다닌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근 국세청 내부에서는 영남 출신의 한 고위간부가 사실상 차기 국세청장으로 내정됐다는 설이 나돌아 조직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인사가 이미 한나라당 TK의원을 접촉, 국세청의 차기 인사안까지 만들었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고문치사 사건으로 TK출신의 이명재 검찰총장이 낙마하고 충남출신의 김각영씨가 신임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자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김 총장이 현정부에서 서울지검장 등으로 있으면서 각종 게이트와 정치적 사건을 정부에 유리하게 수사지휘했다며 비토세력이 많아졌다.
한 핵심당직자는 “검찰총장이 임기가 2년 보장돼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도의적으로 사표를 내지 않겠느냐.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가 10일 한나라당 복당을 사실상 확정짓자 당 내부에서는 ‘이회창-박근혜 러닝메이트’가 성사됐으며, 이 후보가 여성총리 임명을 공언한 만큼 박근혜 의원이 차기총리 1순위가 아니냐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 김용환 의원(왼쪽 위), 이부영의원, 신경식 의원 (왼쪽 아래), 권철현 의원 | ||
이 직원은 “청와대 자리를 놓고 당 사무처 직원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청원 대표는 최근 선거전략회의에서 “정부투자기관이 임기 말에 갑자기 내부인사를 하고 있으니, 당에서는 이를 철저히 조사해 국회차원에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정부투자기관 인사는 정권이 교체되면 당연히 한나라당 몫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이처럼 이회창 대세론이 확고해지자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새 정부 출범후 초대내각, 청와대 비서실, 국정원을 비롯한 권력기관은 물론, 정부투자기관의 요직을 놓고 누가 적임자라는 등의 말이 소리소문없이 나돌고 있다.
벌써부터 자신이 어디에 적임자라는 말을 퍼뜨려 여론화 작업을 하는 인사도 있고, 가상 경쟁자에 대한 흠집내기나 깎아내리기식 소문 퍼뜨리기도 종종 눈에 띈다.
심지어 현정부에 깊숙이 관여했거나 한나라당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인사는 임기가 있다고 해도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권력기관이나 정부투자기관의 내부직원이 차기 수장 자리를 놓고 한나라당 핵심의원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도 쫙 퍼져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이 후보는 최근 당내에 “자리를 논하는 논의를 일절 금지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자리논쟁이 국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한나라당이 오만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고, 당 내분이 생겨 대선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선기획단은 이 후보의 지시에 따라 전 의원과 지구당위원장, 당 사무처직원 등에 ‘논공행상 금지령’을 내렸다. 김영일 총장은 지난주 있었던 확대선거전략회의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는 대로 의원들은 당에 있지 말고 모두 지역구에 내려가 득표활동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한 측근은 “지역구 선거운동은 하지 않고 이 후보 주변에서 충성경쟁이나 하고 눈도장이나 찍으려는 일부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둘러싼 물밑논의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선 국무총리는 박근혜 의원이 1순위.
그러나 이 후보가 박근혜 카드를 초대내각부터 뽑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많다. 이 경우 초대총리는 원내에만 10여명이 거론된다. 충청지역을 배려할 경우 김용환 강창희 의원이 가능성이 있고, 개혁성을 내세우기 위해 홍사덕 이부영 의원을 깜짝 카드로 들이밀 수도 있다.
경제총리라는 점에서는 한승수 김만제 이상득 의원도 물망에 오른다. 이밖에 TK배려 차원에서 정창화 이상배 의원, PK배려 차원에서 박희태 의원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내각에 강력한 힘을 실어 이회창식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최병렬 의원이 적임자라는 말도 많다.
초대총리를 향한 당내의 이같은 각축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기존의 정치인이나 원내인사보다는 외부의 참신한 인재를 초대총리로 내세울 것이라는 분석이 더 앞선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의 인맥풀이 워낙 광범위해 당내 인사가 총리를 맡을 것이라고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정형근 의원(왼쪽 위), 김기춘 의원, 한승수 의원 (왼쪽 아래), 김만제 의원 | ||
이종구 양휘부 금종래 이흥주 김정훈 특보와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 등이다. 국정원장은 세간에서 정형근 의원을 꼽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와 국민여론에 부딪칠 것이라는 반론이 압도적이다.
오히려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김기춘 의원, 안기부 차장 출신의 이병기 정치특보가 낙점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내각에서 경제분야는 당내에서 김만제 이상득 한승수 의원과 이 후보의 외곽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Y, A, N교수 등이 물망에 오른다.
당의 경제정책을 맡아온 임태희 이한구 의원도 입각 1순위다. 법무장관은 김영일 최병국 의원이 거론되지만 이 후보의 법조계 인맥이 워낙 방대해 의외의 인사가 뽑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개혁을 위해 심재륜 안강민 차정일 변호사 등 외부인사를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여성부장관은 최근 입당한 이계경 전 여성신문 사장 등이 노리고 있다고 한다. 통일•외교•안보 분야는 통일부차관을 지낸 뒤 최근 이 후보의 통일특보로 임명된 송영대씨가 선두주자다.
이 후보의 대북정책을 오랫동안 외곽에서 자문해온 K대 Y교수 등 학자그룹에서 발탁될 것이라는 시중 루머도 있다. 한승주 고려대 교수, 김경원•현홍주 전 주미대사, 이상우 한림대 총장, 서울대 B교수 등이 있다. 사회•교육분야는 원내에서 김정숙 권철현 심재철 김홍신 의원이 거론된다.
특히 국민대 총장 출신인 현승일 의원의 교육부총리설이 나돈다. 서울대 Y,한양대 J교수의 입각설도 있다. 태풍의 눈은 이 후보의 후원회인 부국팀이다. 후원회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이정락 후원회장과 이흥주 특보, 이충길 전 국가보훈처장, 서정우 법률특보, 안동일 변호사, 이수광 공인회계사 등이 사실상 이 후보의 가신이라는 점에서 청와대 비서실이나 내각에 일부 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원회는 운영위원만 1천명이며, 7백명 이상의 자문교수 그룹과 예비역 장성, 문화•예술계, 체육계, 언론계, 교육계, 의료계 등 직능분야별 그룹이 망라돼 있어 이 후보의 최대 인재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그야말로 도상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의 인재풀은 엄청나게 광범위하다”면서 “벌써부터 자리와 사람을 연결짓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얘기인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오히려 이 후보의 논공행상 금지론에 불구하고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다툼을 벌인 인사는 찬밥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삼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