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정동영, 김근태, 손학규 | ||
대망론을 꿈꾸고 있는 범여권 차기주자들 입장에서 볼 때 우리당 발 빅뱅정국은 위기이자 기회다.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초반 대선레이스를 감안하면 빅뱅정국을 반전의 호기로 삼겠다는 분위기가 더 우세하다. 범여권을 통틀어 지지율 10%를 넘는 주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위기상황에서 범여권 핵심부와 대선주자들이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데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대다수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대통합론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통합 주도권 및 대권구도와 관련해서는 저마다 아전인수식 셈법을 내놓고 있다. 우리당 분화가 범여권 빅뱅에 도화선 역할을 하고 있고 나아가 빅뱅정국은 제2의 대선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범여권 주자들의 불꽃 튀는 대권 주도권 경쟁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 한명숙(왼쪽), 김혁규 | ||
문제는 두 사람이 탈당 후 어느 통합파와 손을 잡느냐 여부다. 두 사람이 얼마 전 문 전 의장과 함께 제3지대 대통합론에 합의한 사실에 비춰볼 때 중진그룹과 함께 제3지대에서 범여권 대통합을 주도하면서 대권 주도권 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경우 두 사람은 통합 작업에는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대권 주도권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 주변에서는 대권 라이벌 관계인 두 사람이 탈당 후 각자 다른 정파와의 연대할 것이란 얘기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이 통합민주당으로 합당을 선언한 이후 사실상 ‘배제론’을 철회한 배경에는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 전 의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개혁성향이 강한 김 전 의장은 시민사회세력과 천정배 의원,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과 연대해 제2의 대권행보를 걷게 될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는 17일 자신의 독자세력화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할 선진평화연대 발족을 앞두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범여권 통합 과정에 합류하지 않고 당분간 홀로서기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범여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서둘지 않고 범여권 통합 추이를 지켜보면서 보금자리를 선택해도 늦지 않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친노주자들도 갈림길에 서 있다. 이해찬·한명숙 두 전 총리와 김혁규·유시민 의원 등 친노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인사들은 우리당 완전 분화가 현실화 단계로 접어들자 탈당이냐 잔류냐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분위기다. 탈당을 하자니 ‘배신자’라는 족쇄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미니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는 우리당에 남아 ‘친노’라는 꼬리표를 달고 대권레이스에 참여하는 것 또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유시민(왼쪽), 김두관 | ||
특히 “나를 친노로 범주화한 것은 언론”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기도 한 한 전 총리는 민주당 통합파인 장상 전 대표와 대통합을 역설해 온 김 전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조만간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 박준영 전남지사 등과도 만난다.
조건부 대통합론을 주장하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는 당 차원에서 제3지대 신당창당 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개별적으로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친노그룹 대표주자로 부상한 만큼 당분간 당에 잔류하면서 친노세력을 추스르는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총리 역시 대통합이라는 원칙에는 동조하고 있어 일단은 친노그룹 독자세력화 플랜을 추구하면서 여의치 않을 경우 막판에 친노그룹을 이끌고 최후의 선택을 하기 위한 입지를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친노주자 중 노 대통령과 가장 흡사한 정치스타일을 갖고 있는 유 의원은 김두관 전 장관 등과 함께 끝까지 우리당을 사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당이 소수정예의 친노그룹만 남게 될 경우 유 의원은 친노그룹 생존을 명분으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