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다저스타디움에서 박찬호를 전담으로 취재하는 기자는 두 명이다. 일간스포츠 장윤호 전 편집국장과 필자뿐이다. 예전 박찬호 LA 다저스 전성기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의 참담함을 맛봤을 때를 함께 취재한 나이든 기자들이다.
기자가 올해 박찬호를 다시 취재한 게 4년 만이다. 박찬호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른 베테랑이 돼 2001년 이후 7년 만에 다저스에 돌아 왔고, 기자도 흰머리가 듬성듬성 나타나면서 다저스타디움을 다시 찾았다. 평소에도 가끔은 다저스타디움을 갔지만 요즘은 박찬호 취재를 위해 경기가 있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샤베스 레빈을 향한다. 박찬호도 많이 변했다. 세월의 나이테가 얼굴 곳곳에서 묻어난다. 결혼까지 했고 딸도 있는 터라 한 가정의 어엿한 아버지요, 남편이 돼 다저스 구장으로 돌아왔다. 현재 다저스에는 박찬호가 뛰었을 때 함께했던 선수들이 한 명도 없다. 코칭스태프도 얼굴이 전부 바뀌었다. 구단주도 단장도 새로운 얼굴들이다. 바뀌지 않은 것은 다저스타디움과 클럽하우스의 매니저. 프런트 직원들이다. 클럽하우스 매니저도 흰머리가 많이 늘었다.
예전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코리안 특급’의 위용을 발휘했을 때 그가 등판할 때마다 다저스타디움은 한국 팬들로 가득했다. 최근에는 야구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골수 팬들 정도가 다저스타디움을 찾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박찬호의 선발등판이 예고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수백 명의 한인 팬들이 다저스타디움을 찾는다. 지난 5월 시즌 첫 번째 선발등판 경기가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벌어졌는데 그 때도 5백여 명의 한인 관중이 박찬호를 응원했다. 박찬호 향수를 느끼는 팬들로 다저스타디움에서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예전에 박찬호를 취재할 때는 느끼지 못한 게 하나 있다. 팬들과의 접촉이다. 요즘은 한인 팬들이 사인을 요구하면 적극적으로 해준다. 전성기 때는 워낙 많은 팬들이 사인을 요구해 귀찮은 점도 있어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를 목격하곤 했다. 지난 3월 중국에서 벌어진 시범경기 때 장시간 사인을 해주다가 중국 공안원과 옥신각신한 것도 달라진 박찬호의 모습과 맥을 같이 한다. 나이가 들면서 한국음식을 더 찾게 되고 동포에 대한 친근감도 예전과 달라진 부분이다. 기자는 부쩍 성숙해진 박찬호를 다저스타디움에서 보고 있다.
박찬호의 요즘 표정은 매우 밝다. 잃어버린 7년을 되찾아서일까.
문상열 LA라디오서울 메이저리그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