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만난 박희태 대표(왼쪽)와 정세균 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 ||
‘쇠고기 파문’ 등으로 파행을 거듭했던 18대 국회는 7월 10일 국회의장 선출과 함께 문을 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가축법 개정 수위와 원구성 협상, 교섭단체 완화 문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해임건 등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여야 간에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2년간 정국을 이끌어 갈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화합형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어려운 정국 상황과 맞물려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여야를 망라한 원만한 대인 관계와 합리적인 일 처리로 당 안팎으로 신망이 두텁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만한 성격과 ‘화합형 리더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두 사람은 과거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당내 갈등을 수습하는 데 앞장선 경험이 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에서 패한 후 6개월여 동안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을 수습하고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 대표는 2005년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10·26 재보선에서 완패한 이후 과도체제로 전환했을 때 사령탑을 맡아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정국 현안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이 “박·정 두 대표야말로 복잡하게 꼬여 있는 정국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하고 있는 배경에는 두 사람의 원만한 성격과 화합형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박 대표는 스스로 ‘화합형’ 대표라고 소개하면서 대표 취임 후 당내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 간 계파갈등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계파 갈등의 뇌관이었던 친박 인사들에 대한 일괄 복당을 결정한 것도 박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고위에서 친박 의원들 전원을 무조건 일괄해서 다 받기로 결정했다”면서 “앞으로 이제 이 당에서 제발 계파 얘기가 안 나오는 화합된 목소리를 내는 정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4·9 총선을 앞두고 불공정 공천 논란에서 촉발된 친박 인사 복당 문제가 총선 후 3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따라서 친박연대(13명)와 친박 무소속연대(12명) 소속 의원들이 전원 복당 절차를 마무리하고 친여 성향의 순수 무소속 의원(5명)까지 입당할 경우 한나라당 의석은 현재 152석(김형오 국회의장 탈당)에서 최대 182석까지 늘어나 거대 여당으로 거듭나게 된다. 박 대표가 표방하고 있는 화합형 리더십이 당내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정 대표 역시 경선 과정에서부터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계와 구 민주당계의 ‘화학적 통합’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정 대표는 개혁 성향인 추미애 의원을 압도적인 차이로 물리치면서 내부 통합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정 대표는 당내 통합의 첫 시험대인 고위 당직자 인선에서 계파와 노선을 아우른 ‘탕평인사’를 단행하는 등 통합과 화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공통분모가 현실 정치에서 긍정적으로 접목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두 사람이 걸어온 인생 역정과 정치 철학이 다르고 무엇보다 여야 수장이라는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검찰에서 검사장까지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에는 법무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반면 정 대표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비법률가의 길을 걸어왔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유신체제에 항거한 전력이 있고 대학 졸업 후에는 재계에 진출해 쌍용그룹 상무를 지내는 등 경제이론을 갖춘 정치인으로 통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경제정책과 관련한 핵심 의제에 대해 정 대표가 여권과 유연한 관계를 형성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의석수가 절반도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 대표 역시 ‘강한 야당’ 이미지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 박 대표는 대권에 욕심이 없는 관리형 이미지가 강하지만 대표 경선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정 대표는 내심 차기 대권에 의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대표는 안정과 화합에 방점을 두고 있는 반면 정 대표는 통합과 소통을 바탕으로 차기 대권을 겨냥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정 두 대표가 화합형 지도자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지만 여야 수장이라는 정치 현실과 중장기적 정치 구상에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두 사람이 주도하는 향후 정국 또한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