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씨는 3월 31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일요신문과 만나 그가 보고 겪은 기업들의 각양각색 주가누르기 실태를 들려줬다. 그는 기업들의 "자산가치 재평가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ㅡ'압구정 교주' 별명의 유래는.
"서울 압구정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투자를 했는데, 여러 사람에 코칭을 많이 해줬다. '이거 사라' '이제 매도해라' 등등. 정확도가 100%였다(웃음). 그래서 사람들이 제 코칭에는 꼭 따라야 한다며 교주로 불러줬다."
ㅡ현재 보유 중인 종목은.
"강남제비스코, 대한제강, 농심, 넷마블, 이마트, 대한해운, 방림, 화신, HS화성, 한일철강 등등 말하자면 끝이 없다.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 수백억 원 단위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 종목은 '저평가 자산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높은 가치의 부동산 등을 갖고도 주식 가치가 낮은 기업들이다."
ㅡ자산주에 주목한 이유는.
"원래 부동산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1980년대에 압구정 현대아파트 분양하던 때 모델하우스 가서 명함도 돌리곤 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떴다방과 부동산에도 있었다. 현 정부가 부동산에 쏠린 돈을 자본시장으로 유인하려고 많이 시도하는 듯한데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저평가된 주식들이 정상화되는 데에 촉매제 역할을 할 걸로 기대한다."
#주식은 시장가인데, 왜 부동산만 취득가?

"정부와 여당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주가를 의도적으로 누르는 기업이 워낙 많다. 기업설명회(IR)마저 안 하는 곳도 넘쳐난다. 상장을 하면 상속세 등 세금이 낮아지다 보니, 많은 기업이 그런 장점만 노린다. 정작 주가가 높아지면 상속세와 증여세가 오르니까 되레 어떻게든 주가를 낮추려는 행태가 적지 않다."
ㅡ주가 누르기의 대표 사례는.
"얼마 전 일요신문이 보도한 강남제비스코의 오너일가 사망 시점 은폐 의혹(관련기사 [단독] '6월부터 상속, 공시는 12월 말' 강남제비스코, 오너일가 사망 시점 은폐 의혹), 부동산 가치 방치(관련기사 [단독] 가치 낮추고 호재 안 알리고…강남제비스코 '주가누르기' 표본 되나) 등이 대표적인데 사실 더 심한 경우도 많다. 가령 철강 등을 만드는 '금강공업'이라는 회사가 있다. 여기가 삼미금속, 케이에스피 등 자회사를 갖고 있는데 막상 시가총액은 그러한 자회사보다도 가치가 작게 평가돼 있다. 또 직물 제조기업 '방림'의 경우 서울 문래동에 공시지가만 1200억 원, 약 4700평 규모 땅이 있는데 장부가액을 130억 원에도 못 미치게 기재했다. 말이 안 되지 않나."
ㅡ기업은 자산가치 재평가에 비용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게 부담이면 '최소한' 공시지가라도 반영해야 된다. 공시지가는 정부가 발표하고, 기업도 그에 맞춰 세금을 내지 않나. 그런데 현실은 엉망이다. 방림을 다시 예로 들면, 지난해까지는 각 토지별 장부가액에다 공시지가라도 기재했지만 올해 공시에서는 그마저 사라졌다. 여러 토지를 묶어서 총액만 달랑 써놓고 공시지가도 없앴다. 그러면서 이 회사는 장부가격 171억 원짜리 경북 구미 땅을 지난해 9월 구미시에 657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식이면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부동산 자산을 포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ㅡ제도적 해결책이 있을까.
"주가누르기 방지법이란 게 결국 PBR을 악의적으로 일부러 낮추는 기업들이 없게끔 하려는 게 아닌가. 사실 간단한 과제다. 기업들이 보유한 부동산의 실제 시장가격을 적정하게 재무상태표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하면 된다. 그게 힘들면 최소한 공시지가라도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제 자산 가치를 가늠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나. 지금 모든 기업이 보유 주식은 장부에다 분기말 기준 시장가를 기재한다. 그런데 왜 부동산만 안 할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지 않나."

일명 '주가누르기 방지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하반기 국회 본회의 통과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법안이다. 현재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과 김현정 의원 안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이 의원 안은 상장주식 시세가 순자산가치의 80%(PBR 0.8배)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비상장주식처럼 자산과 수익을 반영해 과세하는 게 핵심이다. 김 의원 안은 PBR 2년 연속 1배 미만 상장사에 밸류업 공시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앞서 국회에서는 1·2·3차에 걸쳐 상법을 개정하는 법안도 통과한 바 있다. 역시 '주주가치 제고'가 입법 취지다. 이 가운데 감사·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강화를 담은 1차 개정 조항은 오는 7월 23일 시행된다. 이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을 담은 2차 개정안은 오는 9월 10일 시행 예정이다. 또 자기주식의 원칙적 소각을 제도화한 3차 개정안은 2026년 3월 6일 공포·시행됐다.
ㅡ먼저 통과한 각 상법개정안은 어떻게 보는지.
"최근 눈여겨 본 현상이 하나 있다. 꽤 많은 기업에서 기부가 늘었다. 이유를 살펴봤더니 사내근로복지기금, 즉 직원들한테 무상으로 주식을 준 거였다.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문제가 적지 않다. 어떤 회사는 100억 원 이상 적자인데도 이렇게 한다. 그러면 회계상 '비용'으로 잡혀 이익이 확 줄어든다. 굳이 손실 폭을 더 키워서 기업 가치를 훼손시킨다. 이유가 있다. 통상 이렇게 옮겨진 주식 상당수는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의결권으로 활용된다. 이게 지난 3월 6일 '자사주 소각 의무'를 담은 상법 3차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주식을 소각하기 싫으니까 주머니만 옮긴 격이다."
ㅡ1·2차 개정안에 대한 시각은.
"최근 연이어 열린 여러 기업 주주총회 때 이색적인 풍경이 하나 있었다. 몇몇 기업이 약속이나 한 듯 감사 선임 관련 정관 변경을 줄줄이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켰다. 아직 임기가 1년이나 남은 감사를 벌써 재선임하는 식이다. 오는 7월 23일 시행되는 상법 1차 개정안에 대비하려는 의도다."
ㅡ구체적 내용은.
"가령 강남제비스코의 경우 돌연 '감사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여기는 자산 총액이 2조 원 미만이어서 상근감사만 둬도 된다. 그런데 곧 시행되는 1차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합산 3%로 제한되면, 소액주주에게 감사직을 넘겨줄 가능성이 발생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최근 정관을 변경해 감사위원회 체제로, 자산 총액이 2조 원이 안 되는 데도 굳이 자발적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그 안에서 감사위원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ㅡ끝으로 더할 말은.
"기업들이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 상장사는 오너 개인 회사가 아니다.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힘써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회사를 마치 '오너 일가 가업'으로 여기는 듯하다. 어떤 기업은 도무지 정보를 꽁꽁 감춘다. 그래서 제가 회사 측에 '회장님이나 임원 면담' 요청까지 하는데 좀처럼 성사되지 않는다. 제가 '기분 좋게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게 좋지, 임시주총 소집해서 서로 굳은 표정으로 만나면 곤란하지 않겠나' 정도로 얘기해야 기업도 고민하는 기색이랄까. 상법개정안도 통과됐고 주가누르기 방지법도 추진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