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의 자사주 비중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다. 전체 발행주식(1644만 주) 가운데 자기 주식 비중이 51.23%(842만 2754주)에 이른다. 업계에선 신영증권이 자사주를 대규모로 소각할 경우 외부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매입 가능성을 높이는 등 향후 경영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사주 소각 관련 기대감으로 신영증권 주가가 최근 1년간 크게 상승하면서 원종석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지분 추가 확보)에 필요한 자금 부담이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사안이니만큼 실제 실행 가능성을 두고 견해가 엇갈린다.

금융업계에선 수년 전부터 자사주 소각 계획 발표가 이어져 왔다.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은 2023년부터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힌 뒤 매년 이행하고 있다. 업계 기준 자사주 비중이 높은 편인 대신증권(24.27%)은 5000억 원 규모인 자사주 1535만 주(보통주, 우선주 포함)를 앞으로 6개 분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소각하는 계획을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발표했다.
신영증권은 별도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선 신영증권의 지분 구조를 볼 때 다른 증권사들처럼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놓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국희 창업주 일가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사모펀드 등 행동주의 투자자가 장내 매수를 통해 주식을 확보한 뒤 자사주 소각을 요구할 경우 경영권에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국희 창업주를 비롯한 특수관계자 지분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20.47%다. 자사주 지분(51.23%)을 제외하면 현재 실질 유통 주식 비율은 약 28%에 불과하다. 일례로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2023년 3월 DB하이텍 지분 7.05%(1964억 원)를 확보한 뒤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며 당시 DB하이텍 지분 17.85%를 보유 중이던 DB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원종석 회장은 장내 매수와 상여를 통해 지분을 늘려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까지 원 회장은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장내 매수로 신영증권 지분을 확보했다. 2000년 3월 31일 기준 3만 9130주에서 지난해 4월 10일 기준 134만 7014주로 보유량이 늘었다. 그 결과 원국희 창업주(171만 3810주)와 원종석 회장의 지분 격차는 2.23%(지난해 4월 10일 기준)로 줄었다.
그러나 원종석 회장은 지난해 4월 이후 장내 매수를 통한 주식 확보를 중단한 상태다. 주가 상승 탓에 지분 확보 부담이 커진 것이 그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해 4월 10일 공시 당시 주식 매수가는 7만 원대였으나 현재 신영증권 주가는 20만 원대다. 원 회장이 최대주주가 되는데 필요한 남은 주식 수는 36만 6797주로 지난해 4월 기준 필요 자금이 300억 원 미만이었으나 지난 2월 23일 최고가(27만 2000원) 기준으로는 997억 원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신영증권의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외에도 지난 1~2차 상법 개정안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대주주 의결권 제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이 개정되면서 시장에서는 자진 상장폐지가 주주가 회사에 개입하는 것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터다. 더욱이 신영증권은 본인 명의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 계좌 간 자금 이체를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는 등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대신증권 사례처럼 예외 규정을 활용하는 방식이 신영증권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시나리오 중 하나로 거론된다. 대신증권은 지난 12일 보통주 1232만 1823주(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중 932만 주를 소각하고 잔여 자사주 300만 주는 2030년까지 임직원 성과급, 우리사주조합 등 인적자본 투자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대신증권은 자사주 300만 주를 사실상 최대주주 우호 지분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300만 주는 대신증권 전체 주식 수의 5.9% 수준이다.
향후 신영증권이 이번 개정법 내 예외 규정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 활용할지 관심을 모은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개정된 법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