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북도에 따르면 여름철 고온 다습한 기후와 태풍 차바 등의 영향으로 퍼진 전남지역 내 수발아 피해 면적은 10월 25일 현재 1만 6703ha로 벼 재배 16만 6000ha의 10.1%에 달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고흥군이 4610ha로 가장 피해가 크고, 영광군 4382ha, 함평군 2980ha, 영암군 1842ha, 무안군 1440ha 등 순이다.
전남지역 농민단체들이 10월 14일 전남도청 앞에서 수발아 벼를 앞에 놓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이상고온으로 수발아된 벼를 정부가 전량 수매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제공=전국농민회 전남도연맹
수발아 파해는 신동진과 새일미, 수안벼 등 정부 보급 일부 품종에서 집중돼 나타났다. 전남도가 수발아가 발생한 벼를 품종별로 조사해보니, 신동진이 48%로 가장 많고, 이어 새일미가 30% 등으로, 주로 정부 보급 품종이었다.
해당 품종은 미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종합미곡처리장(RPC)과 농민들 사이에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해당 품종은 국립종자원의 품종 특성에서도 수발성이 ‘중약’으로 분류돼 수발아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추천받은 품종을 선택한 농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이번 수발아는 강풍과 잦은 비, 고온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농민들은 보고 있다. 특히 쓰러진 벼보다는 대부분 벼가 서 있는 상태에서 발생했으며 맨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고 도정으로 왕겨를 벗겨내면 안에서 수발아가 발견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직파재배의 경우 도복 문제로 수발아의 관련성을 지적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도 수발아 피해 벼의 경우 미질 저하로 식용이 아닌 사료용이나 주정용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제현율(벼를 찧어 현미가 되는 비율)도 떨어져 수발아로 인한 중량 감소도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이 수발아 벼에 대한 수매를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발아 피해를 입은 농가들 입장에서는 수발아 벼를 판매할 데가 마땅찮은 상황인 것이다.
이에 농민들은 “사실상 자연재해로 수발아 피해가 발생한 만큼 정부가 주정용이나 사료용으로 전량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2012년에도 태풍 ‘볼라벤’, ‘덴빈’의 영향으로 백수(白穗·이삭 마름) 피해를 본 벼를 등외로 매입했다”면서 “수발아 피해를 본 벼를 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전북도는 농식품부·농협·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최근 ‘긴급 벼 수발아 피해 대응 추진단’을 구성해 11월 말까지 피해를 조사할 계획이다. 강승구 전북도 농림수산식품국장은 “쌀값 하락과 함께 수발아까지 발생해 농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면서 “피해 조사와 함께 수발아 피해 벼 전량 매입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