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19일 이명박 후보의 검증청문회를 지켜보는 이재오 최고위원. 최근 이 최고위원은 이 후보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국회사진기자단 | ||
먼저 이명박 후보 캠프의 내부 사정부터 살펴보자. 사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당내 경선 선대위가 구성될 즈음에 캠프의 인사와 관련해 자신의 반대파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캠프 선대위 인사를 두 달여 동안 미루며 양측 사이에서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결국 이 최고위원의 뜻대로 인사는 이루어졌지만 나중에 자신을 반대하던 그룹도 캠프에 거의 안착해 양측의 갈등은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경선에서 이 후보가 현장 투표에서 박 전 대표에게 432표로 패배하자 그 책임의 불똥이 조직의 총괄 책임자였던 이 최고위원으로 튀었다. 일부에서는 이 최고위원이 선방했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았지만 현장 투표 패배는 말이 안 되는 것으로 최고위급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일각에서는 “박형준 정두언 의원 등은 이재오 최고위원과 그리 좋은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경선 직후 자신들이 먼저 2선 퇴진을 외친 뒤 ‘이 최고위원도 우리와 같이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는 분위기를 잡아나간 것일 수도 있다”라는 시각도 있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거취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 바로미터로도 통한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당 화합을 외치던 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 측이) 경선 과정에서 얼마나 심하게 했나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발언해 박 전 대표 측을 강하게 자극한 바 있다. 이 최고위원은 여전히 박 전 대표를 ‘협력’의 대상이 아닌 ‘청산’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이 후보가 그를 계속 중용한다면 박 전 대표 측에서는 “‘화합’은 구두선일 뿐 이재오 최고위원을 앞세워 우리를 몰아내고 당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기 위한 일종의 페인트 모션으로 볼 수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후보가 이 최고위원을 당분간 더 중용할 뜻이 분명한 만큼 향후 박 전 대표 측과의 관계호전도 쉽게 풀려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 후보 주변에서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진정한 이 후보의 동반자로 보지 않는 경향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이 후보를 전략적으로 돕고 있는 것이지 진심으로 돕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낀 적도 있다. 당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 후보의 등에 올라탄 것 아니겠느냐. 앞으로 이 후보가 흔들린다면 당연히 그를 지켜주겠지만 상황이 급변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이 후보의 곁을 떠날 수도 있는 인물이라는 시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 최고위원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이번 기회에 ‘2선 퇴진’을 명분으로 완전히 결별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이 최고위원을 당분간 더 ‘중용’한 뒤 언젠가는 냉정하게 내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