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5일 민주노동당 경선 결선투표에서 권영길 후보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왼쪽).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가 대선출마를 선언, 독자노선을 천명했지만 정가의 시각은 ‘반신반의’다. 지난해 11월 국중당 창당대회. | ||
한편 민노당과 함께 정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국민중심당의 행보다. 충청 지역은 그동안 역대 대선의 바로미터로 작용해왔고 국중당은 바로 그 ‘충청의 표심’을 연고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야 모두 국중당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심대평 국중당 대표는 12일 대선 출마를 선언, 독자노선을 선언했다. 두 군소 정당의 대선행보를 들여다 보았다.
민노당이 17대 대선 후보로 권영길 의원을 확정했지만 확정 직후 찾아간 민노당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당 내에서 경선에 관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선이 인물, 정책의 평가로 후보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조직력에 의한 싸움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민노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경선이 정책과 인물의 대결로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조직투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영길 후보도 이런 민노당 내부의 논란을 의식한 듯 경선 후 “민노당은 한나라당과 다르다”며 “경선이 끝나도 세 사람은 진보정권 시대를 열기 위한 동지적 관계다. 그게 바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다른 점”이라고 말해 당의 단합에 최우선을 두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대선 가도에서 민노당의 더 큰 현실적인 고민은 메이저 후보가 되지 못하고 변방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민노당은 이를 의식해 강하게 한나라당과 범여권을 공격하며 차별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민노당은 “현재 한나라당은 여당의 정책에 대해 실망한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뿐이지 결코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선 전에 그 반사이익을 민노당으로 돌려놓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민노당은 한나라당의 정책에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공격한다. 그 첫 번째가 한나라당의 ‘개발중심정책’이다. 민노당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내놓은 ‘대운하 공약’과 특소세 인하, 부동산 세법 개정 및 소득세율 2% 인하 등의 ‘감세정책’을 ‘부유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난하며 “이명박이 얘기하는 경제가 우리 서민의 밥그릇과 주머니를 위한 경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한나라당의 ‘평화정책’이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신한반도 구상이나 ‘한반도 평화비전’ 등에 대해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평화정책은 통일지향도 아니고 도대체 방향성을 모르겠다”며 “당장의 동북아 정세 눈치만을 보는 날림정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대통합민주신당에 관해서는 “말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대선준비를 하는 과정을 봐도 당내에서 ‘교통정리’가 하나도 돼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당장 본경선에서 10~20%의 투표율만을 가지고 대표를 정하는 대통합신당에 관해 무슨 할 얘기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정권을 잡고 해왔던 정책적 기조와 현재 통합신당의 기조는 다른 것이 없다”며 “결국 ‘도로우리당’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선명성’을 최대의 무기로 ‘열린우리당’의 정책 실패로 무너진 진보진영의 ‘대안부재론’에 일격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노당의 장담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다. 아직까지 민노당의 정당 및 후보 지지율이 타 정당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1~12일 이틀에 걸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조사한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민노당 지지율은 겨우 5.2%다. 동 조사에서 1위는 55.5%의 지지율로 한나라당이 차지했고 2위는 16.0%로 대통합민주신당이 차지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지지율 3위를 차지했다고는 하더라도 겨우 5.2%에 그쳤다. 그 뒤를 이어 민주당이 4.7%, 국민중심당이 1.3%의 지지율을 보였다. 당일 후보 지지율 또한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는 2.5%로 전체 대선 후보 중 7위를 차지했다. 1위는 이명박 후보로 53.4%의 지지율을 보였다.
또 하나의 군소정당인 국민중심당도 당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민노당과 다른 점은 다른 정당들과의 연대설이 늘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국중당은 충청권의 표밭을 지닌 정당이며 충청도 표심은 역대 대선의 바로미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에서 패하면 대선은 필패’라는 공식을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충청의 민심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바로 국중당이기 때문에 이들과의 연대의 의미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국중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지난 12일에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심대평 대표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 바 있다. 통합신당의 손학규 후보 역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심 대표와 나는 서로 가릴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충청권과 경기도를 같은 경제권으로 만들었던 경험도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역사의식을 같이하고 함께 새로운 정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국중당에 대한 애정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국중당은 아직은 이런 연대 제의에 냉담한 반응이다. 국중당은 심대평 대표가 대선출정식을 가진 12일 한나라당의 연대 제의에 대해 ‘한나라당은 엉큼한 스토커 행위를 중단하라’는 논평을 발표하고 거부의사를 표했다. 심 대표 역시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다른 정당과의 연대는 절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계에서는 ‘국중당이 단일 후보로 대선을 끝까지 완주하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정당들 중 지지기반이 가장 약한 국중당이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어느 시점까지 거부의사를 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속셈은 당의 정체성을 유지해 다음 총선에서의 기반 확보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서는 ‘여권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문국현 후보와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와 한나라당이나 대통합신당의 애를 태우고 있기도 하다. 과연 국중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정계의 관심이 뜨겁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