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5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눈과 비가 내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담요, 목도리 등으로 무장하고 시위에 참여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퇴진행동은 이번 행진을 위해 오후 1시부터 사전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오후 5시까지, 행진은 오후 5시30분까지 허가가 났다. 법원이 이날 사직대로와 율곡로 이북 지역의 집회·행진을 허용했지만 시간을 제한했다. 법원은 전날 청와대 인근 집회와 행진을 허용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청와대 인근 집회는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행진은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만 허용하라고 시간 제한을 뒀다. 야간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청와대 인접 경로 행진 시간을 제한한 것. 이에 퇴진행동은 행진 시간을 제한한 것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항고했지만 기각됐다.
5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에서만 15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청와대 방면 사전행진이 시작된 오후 4시부터 20만 명의 시민들이 청와대 인근으로 몰렸다. 본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늘어난 인파는 북쪽으로는 율곡로와 사직로, 남쪽으로는 프레스센터, 동서로는 새문안로와 종로까지 가득 들어찼다. 눈이 내려 참가자들 대다수는 우의를 입거나 우산을 든 채 청와대 방면 삼청로와 자하문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청와대 인근에서 청와대를 바라보며 일제히 ‘퇴진하라’, ‘구속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재벌도 공범이다’ 등의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치는가 하면, ‘박근혜 하야, 박근혜 구속, 순실이 구속’ 등의 가사가 포함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합창을 하기도 했다. 20만 명으로 시작한 포진행진은 35만 명으로 늘어났고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대다수 참가자는 정해진 시간이 지나자 이후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갔으나 일부가 남아 청와대를 향해 시위를 계속했다. 특히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 시민들이 이동하지 않자 경찰이 해산을 요구하는 등 대치를 이뤘다.
참가자들이 촛불로 ‘박근혜 퇴진, 한일군사협정반대’ 글씨를 만들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광화문 광장으로 모인 참가자들은 오후 6시부터 본격 시작되는 5차 촛불집회에 계속해 참여했다. 가수 안치환 씨와 양희은 씨는 집회 무대에 올라 시민들을 응원했다. 오후 8시에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취지로 ‘1분 소등’ 행사가 이어졌다. 퇴진행동은 이전부터 퇴진행동은 이날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집이나 상점, 사무실의 시민들에게 오후 8시 정각 ‘1분 간 소등’과 ‘자동차 경적 울리기’로 동참해주길 요청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8시 정각이 되자 촛불을 껐다가 1분이 지나가 일제히 다시 켜는 모습을 보여 장관을 연출했다. 소등 이후 시민들은 다시 촛불과 스마트폰 불빛을 밝힌 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노래를 제창했다.
시민들은 밤 11시까지 2차 행진을 이어갔으며 경찰과의 대치를 이뤘다. 경찰이 자정쯤 해산절차에 나서자 참가자들은 광화문으로 발걸음을 돌려 1박 2일 집회를 이어갔다. ‘1박 2일 하야가 빛나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광화문 광장 집회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이 남아 자리를 지켰다. 새벽 5시까지 진행된 이번 1박2일 집회는 연행된 사람이 한 명도 없이 평화시위로 마무리됐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