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청와대 의약품 구입현황.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가 구입돼 있다. 사진 김상희의원실 제공
11월 28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경기 부천 소사구)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2011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청와대 공급 의약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구입 논란을 빚은 백옥주사 등 비타민 주사와 리도카인 등 국소마취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제2의 프로포폴로 알려진 강력한 전신 마취제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에토미데이트)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2011년 10월과 2012년 10월 1년 단위로 각각 10밀리리터 10개(5만4900원)과 10개(5만1000원), 총 20대가 대통령경호실 명의로 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에토미데이트를 2014년 11월과 2015년 11월 역시 대통령 경호실 명의로 30개(약 13만 원) 구입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응급상황 대처를 위해 의무실장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의약품”이라고 해명했다. 이전 정부인 MB 시절의 청와대에서도 에토미데이트를 구매한 것으로 볼 때 청와대의 해명이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권의 의약품 구입 목록 가운데서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팔팔정 등 일명 ‘고산병 치료제’와 마약으로 분류되는 향정신성 의약품 ‘자낙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청와대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구입 이유를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수행단의 고산병 대비를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던 바 있다. 자낙스 구입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고산병 해명의 경우, 2011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고산지대가 포함된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순방했다. 의료계에선 청와대의 해명처럼 ‘비아그라가 고산병에 효과가 있다’는 속설을 믿을 정도라면 이전 정부에서도 유사한 용도로 의약품을 구매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청와대가 구입한 의약품 목록에 발기부전 치료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외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구입한 의약품에는 속칭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타민주사도 대통령경호실 명의로 2012년 8월에 10밀리리터 50개(27만 5000원)가 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역시 2014년 11월 동일한 구입처, 동일한 양으로 주사를 구입했다.
한편 청와대 의약품 공급은 박근혜 정부 들어 양과 종류가 모두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연 1800여 만 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2014년애는 의약품 구입 비용이 연 6700여 만 원에 이르는 등 약 3.7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 대해 지난 2월까지 청와대 주치의로 재임했던 서창석 서울대 병원장은 “약품 구매는 대통령 경호실 소속 의무실장이 구입하는 것이고 주치의는 결제선상에 있지 않아 알 수 없다”며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의약품 구매량이 대폭 증가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