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프로야구가 약 8개월간의 시즌 일정을 모두 마치고 FA계약 협상, 해외진출 타진 등으로 팬들에게 ‘스토브리그’의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스토브리그’는 시즌 이후 팬들이 난롯가에서 선수 소식을 이야기하며 또 다시 달아오른다는 뜻으로 불리게 됐다. 스토브리그의 열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LG 트윈스의 투수가 성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야구계가 더욱 달아올랐다.
지난 11월 28일 새벽 투수 정 아무개 선수(26)가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50대 여성 대리운전 기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선수는 지난해 6월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처분까지 받은 바 있어 사건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게다가 선수와 대리기사 간 약 30세의 연령차가 알려지며 더 큰 충격파를 일으켰다.
정 씨는 대리기사가 자신이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며 신고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정 씨는 28일 오전 0시경 서울 청담동에서 술을 마시고 대리기사를 불러 동작구 자신의 집 앞에 도착해 차안에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대리기사 A 씨는 정 씨가 바지를 내리고 신체를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A 씨 측이 언론 인터뷰를 거부해 구체적 혐의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동작경찰서 관계자도 “아직 조사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사건에 시선이 쏠리며 일부 언론에서는 단순 노출뿐만 아니라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야구팬들은 “간간히 이어지던 음주·성폭력 사건이 또 일어났다”며 질타를 쏟아내는가 하면 “조사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신중론을 펼치며 충돌하고 있다.
# 즉각적인 신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이번 사건을 두고 정 씨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측은 “사고 직후 신고가 이뤄졌다”는 점을 비판 이유로 들고 있다.
유독 올해는 남자 연예인들의 성추문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성폭행 고소로 시작됐지만 무혐의나 합의에 의한 성매매로 결론이 났다. 이 같은 경우, 사건 발생과 고소 시점에 일정기간 이상 시간차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처럼 시간차를 둔 ‘계산적 신고’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 씨의 ‘전력’을 거론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가하고 있다. 정 씨는 지난해 6월 음주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냈다. 당시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기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술로 인해 징계를 받은 선수가 또 다시 잡음을 일으킨 것은 혐의 여부를 떠나 자기관리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블랙박스 영상 있다
A 씨의 신고가 음해라며 억울함을 주장하는 정 씨를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사건 직후 신고가 이뤄졌지만 정 씨 측에서도 발 빠르게 혐의를 부인했다. 정 씨 측 변호사는 “정 씨가 취해 차에 타고 바로 잠들었다”며 만취 상태로 잠이 들어 바지가 다소 내려갈 수는 있지만 심한 노출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음해 주장을 하면 무고죄로 피해자를 고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 측은 무고 주장과 함께 경찰에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했다. 영상은 정 씨가 앉아있던 조수석 화면이 담겨있지는 않지만 A 씨가 소리를 질렀는지는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다.
# 판단 내리긴 이르다
현역 야구선수가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이번 사건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간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찰서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기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메이저리거 강정호도 지난 7월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해 야구계가 들썩인 바 있다. 구단에서는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도 관련 코멘트를 아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이어지는 경기에서 부상 기간 등을 제외하면 강정호도 평소처럼 출장했다.
정 씨 소속팀 LG 트윈스는 28일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힌 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 대응을 담당하는 홍보팀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고 이튿날에는 구단 직원이 “홍보팀 직원 전원이 이천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며 바쁜 상황임을 밝혔다. 이천에는 LG의 훈련장이 위치해 있다. KBO 관계자도 “KBO 차원에서도 이번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며 “성추행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징계위원회가 열리겠지만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지난 7월 타자 김상현의 불구속 입건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상현은 주택가에 차를 세우고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에 소속구단 kt 위즈는 임의탈퇴를 꺼내 들었다. 이번 정 씨 사건도 만일 혐의가 입증된다면 비슷한 수준의 징계가 내려지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현장 목격? 피해자 아들이 증인으로… A 씨의 아들이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했다는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주로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 목격자를 찾기 힘든 성폭력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증인이 존재해 진실을 밝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증인이 피해자의 아들이기 때문에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얼마든지 피해자 쪽으로 치우친 진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씨 에이전트는 “정 씨 집 앞에 피해자의 아들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주장을 했다. 반면 일부 대리운전 경험자들의 “수익률은 떨어지지만 편의를 위해 2인1조로 대리운전을 하기도 한다”는 반박도 있었다. 다음 손님을 받거나 빠른 귀가를 위해 아들이 A 씨를 데려가려고 정 씨 집 앞에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 |
사건 하루 만에 변호사 교체 아리송 지난 11월 28일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은 야구선수 정 씨의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정 씨의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는 “부끄러울 것이 없어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 냈다”며 “음해가 계속된다면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하는 등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 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이튿날 정 씨 측이 변호인을 교체한 것이 밝혀졌다. 이번 사건에서 손을 떼게 된 전임 변호인은 29일 오전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다른 변호인이 선임돼 사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임 시점을 묻는 질문에 “정 씨 측이 먼저 더 잘 변호할 수 있는 변호인을 선임했다”고만 답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