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인제 후보. 당화합·후보 단일화 등 남은 과제 해결을 어떻게 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 ||
범여권 후보군이 정동영 후보, 이인제 후보, 문국현 후보까지 ‘빅3군’으로 압축되면서 향후 후보단일화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후보, 참주인연합의 정근모 후보, 장외주자인 이수성, 장성민 후보 등까지 합치면 아직도 범여권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는 까마득해 보인다. 하지만 예상외의 조직력을 과시하며 조순형 의원의 전격적인 후보사퇴까지 불러온 이인제 후보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여전히 많은 변수를 안고 있는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구도에서 많은 정치역경을 겪으며 버텨온 이 후보의 ‘저력’이 또다시 힘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1997년,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하는 ‘대선 삼수생’ 이인제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선택하게 될 ‘답안지’는 무엇이 될까.
경선을 마친 범여권 진영이 일차적으로 후보군을 압축했지만 여전히 대선까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함께 조직력을 과시하며 경선 승리의 기쁨을 맛보았다. 이 점에서 두 후보는 비슷한 경선과정을 거쳐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두 후보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라는 ‘대과제’를 안고 있는 똑같은 처지이지만 이인제 후보는 정 후보에 비해 넘어야 할 산이 커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연이어 경선을 마친 민주당은 경선 이후 적지 않은 내홍을 안고 있다. 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신분이지만 이인제 후보는 우선 당 화합과 경선 후유증 수습이라는 당면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조순형 의원의 후보 사퇴 이후 당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당심이 사실상 조 의원으로 향해 있었기 때문에 이인제 후보를 후보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도 어느 정도는 남아있다”고 당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조순형 의원 역시 후보 사퇴 이후 몸을 낮추며 당 분위기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내홍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진 않다. 더구나 이인제 의원 또한 조직 동원 선거 의혹을 받았고 이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조순형 의원이 후보직까지 사퇴한 만큼 당 화합이 우선적인 과제라는 지적이다. 이인제 의원은 “조순형 의원 또한 대선 승리에 나서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경선 과정에 ‘큰 문제’가 없었음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인제 후보가 걸어온 정치인생에 대한 국민적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신한국당 경선 불복과 탈당 전력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약점’을 안고 있다. 민주당을 거쳐 신한국당, 자민련으로 위기 때마다 당을 갈아탔던 까닭에 적통성 여부가 논란거리가 돼왔으며,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당내 경선 불복자의 대선 출마 금지)이라는 정치 역사상 이례적인 용어까지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인제 후보는 “인지도는 90%, 지지도는 3%”라는 ‘뼈있는’ 비판을 듣고 있기도 하다.
이인제 후보 측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것이 결국 이인제 후보의 ‘과거’를 국민들로부터 용서받은 것이라는 긍정적 해석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경선 투표율이 채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만큼 이와 같은 단정적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범여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점에 대한 비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관계자들은 앞으로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범여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범여권에서는 최근 ‘신 DJP 연대’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97년 호남 출신의 DJ와 충청 출신 JP가 손잡은 것처럼 호남(전북 순창) 출신의 정동영 후보와 충청(충남 논산) 출신 이인제 후보의 연대로 이른바 ‘서부벨트’의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인제 후보가 충청권의 표심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는지의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 분석가는 “최소한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이 10%대까지 올라서고 충청 지역에서 이명박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산이 있어야 이러한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했다.
일관되게 범여권 단일화를 주장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안’이 어떻게 드러날 것인지도 관심사다. 정가에서는 정동영, 이인제 양 후보와의 면담을 잇달아 추진한 김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단일화 작업에 입김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DJP 연합’ 시나리오 역시 김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의 구상이라는 얘기다.
이인제 후보의 입장에서는 문국현 전 사장 또한 단일화 논의에서 경쟁과 협력의 양단을 오가야 하는 상대다. ‘창조한국당(가칭)’을 통해 독자세력을 모으고 있는 문 전 사장은 현재 이인제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약간 앞서 있다. 더구나 앞으로의 지지율 상승 여부에 대해선 문 전 사장에 대해 낙관적으로 내다보는 분석이 많은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문국현 후보 연대설’도 흘러나오고 있어 향후 문 후보가 더 큰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변화에 따라 후보단일화 양상이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이 후보가 문 전 사장에게 밀리게 될 경우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논의에서 ‘넘버3’에서 ‘제삼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당세와 후보지지율이 미미하다는 점은 이인제 후보에게 이래저래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과 이 후보가 어느 정도의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인제 후보 측은 11월 중순경까지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호남과 충청, 수도권을 포함한 반 수구보수 중도층을 흡수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1:1의 대결구도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정가의 대체적인 전망은 후보단일화가 대선이 임박해서야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선 삼수’에 도전하는 이인제 후보의 내공이 이번 대선에서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