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BBK 전 대표 김경준 씨와 그의 누나 에리카 김 씨의 국감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몸싸움을 벌여 파행 국감을 예고했다. 이 몸싸움으로 한나라당 김애실·진수희·차명진 의원 등은 팔과 다리 등을 다쳐 전치 2주 진단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지난 22일 신당 최성 의원은 “BBK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와 에리카 김 씨가 스위스 은행에 120억 원을 포함 총 300억 원에 이르는 돈을 은닉하고 있다”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날 법사위 국감에서도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의혹, 상암 DMC개발 의혹과 관련된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욕설이 오가기까지 했다. 신당은 이 후보와 친·인척 및 측근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정동영 후보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맞섰다. 신당의 선병렬 의원이 이를 ‘이명박 관련 증인채택을 막으려는 물타기 의도’라고 주장하자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그렇게 잔대가리 굴리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선 의원이 “야, 이 XX야. 잔대가리가 뭐야”라고 화를 냈고 이에 주 의원이 “당신이 국회의원이냐. XX라니”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 후보의 부인인 김윤옥 씨의 명품 가방도 국감 공방의 대상이 됐다. 지난 22일 신당 송영길 의원은 중부지방국세청 국감에서 김 씨가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사진을 들고 나와 “김윤옥 씨가 1000만 원대의 명품 가방을 소지하고 있으면서도 이 후보는 건강보험료를 1만 5000원밖에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김 씨의 회갑 때 셋째 사위가 선물한 핸드백”이라며 “김 씨가 사위의 선물이라 액수를 물어볼 수도 없어 몇 차례 들고 다닌 것이 인터넷에 논란이 일었으나 이미 해명이 끝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동영 후보에 제기된 의혹 중 가장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은 정 후보 친·인척의 주가조작 의혹이다. 지난 19일 광주지법과 광주고검에 대한 국감장에서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정 후보가 지난 2001년 처남 민 아무개 씨를 동원해 각종 비자금으로 코스닥 기업인 T 사 등의 주가를 조작해 거액을 챙긴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당의 문병호 의원은 “한나라당이 정 후보와 전혀 관련이 없는 2003년 사건 판결을 들춰내 정 후보 흠집을 내려는 것으로 전형적인 정치공세다”라며 “이번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주체가 검찰인데도 엉뚱하게 법원을 질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18일 행자부 국감에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정동영 후보 부친은 1940년부터 45년까지 일제가 농민 수탈을 위해 만든 금융조합에서 일했다”며 친일 문제를 거론했다. 박명재 행자부 장관은 “제가 답변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 후보 측 김현미 대변인은 “일제하 금융조합은 지금의 농협과 같은 것인데 금융조합 직원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일축했다.
지난 24일 국민연금관리공단 국감에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정 후보가 통일부 장관 사퇴 후인 지난해 1월과 2월 2개월 동안 납부예외자 신분으로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현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 후보는 지난해 1월과 2월 소득이 없고 과세내역이 없는 경우에 해당돼 계속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아도 됐지만 2개월 후 자발적으로 임의가입을 통해 보험료를 납부했다”고 반박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