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햇볕정책의 초라한 말로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퍼주기식 대북정책’에 집중포격을 가했다. 민주당도 북한군에 대한 항의와 사과를 요구하며 사태파악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햇볕정책 기조 유지’로 한나라당의 공세에 맞대응하고 있다. 변함없이 올 대선에서도 ‘북한’은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주는 서해교전. 북측의 군사도발이 대선에 미칠 영향력을 집중 분석했다.
북한은 그동안 월드컵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 신화를 창조해 낸 한국팀의 중요경기를 녹화중계하는 등 같은 민족으로서 성원도 보냈다. 일면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라는 한국측의 열망에 동조하는 듯했다.
그러나 달구벌에서 한국과 터키간 3·4위전이 벌어진 지난 29일 오전 북한함정은 분명한 의도를 지닌 듯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고, 이를 저지하는 아군의 경비정을 향해 85mm 함포사격을 가했다. 북측의 갑작스런 선제공격에 우리측은 23명의 사상자를 냈고 경비정도 끝내 침몰하는 등 큰 피해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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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풍 직격탄’을 맞은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가 6월30일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서해교전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
이번 사태로 우선 한나라당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는 그동안 DJ정권의 햇볕정책 대신 ‘전략적 상호주의’를 주장해왔다. 이는 북한의 변화양상에 따라 지원을 조절해야한다는 조절론이었다. 이 같은 이 후보의 주장이 이제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한나라당은 곧바로 금강산관광과 경협 등 햇볕정책에 대한 공세를 가했다. 서청원 대표는 서해교전 직후 “무력도발이 발발했는데 금강산 관광을 떠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금강산관광 중단과 대북정책 재검토를 요구했다. 남경필 대변인과 박세환 의원도 “정권이 햇볕정책 지키기에만 전념하는 모습은 온당치 못하다”며 당국과 군지도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남북 군사충돌은 안보문제인 만큼 초당적 차원에서 정부와 민주당측에 협력할 것이라는 여유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대책회의에서 “안보가 정략이나 정쟁의 대상이 아닌 만큼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와 민주당과 초당적 협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축제 분위기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서해교전이 호기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정치적으로 한나라당은 DJ와 민주당을 향해 실패한 대북정책으로 공세를 취할 수 있는 또다른 ‘증거’를 확보한 셈이 됐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8·8재보궐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햇볕정책에 대한 공세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12월 대선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측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결과적으로 현 정권의 안보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올 대선에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햇볕정책의 허구성을 강도높게 지적할 뜻을 내비쳤다.
한나라당은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정희구 세력을 포함한 보수층을 확실히 끌어안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게됐다. 현 정권 하에서 주적(主敵)설정을 연기까지 하면서 현 정권과의 마찰을 피해온 군부 내 분위기도 한나라당에 우호적으로 변할 공산이 크다.
반면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놓고 노무현 후보 등 당내 주류측과 비주류측간 갈등을 겪어온 민주당으로서는 이중고를 겪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탈DJ문제, 부패청산 프로그램 마련 등 난국타개를 위해 노력해 온 노 후보로서는 이번 서해교전으로 햇볕정책에 대한 하중까지 걸리게 돼 곤혹스런 입장이다.
이런 탓인지 노 후보도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1일 정세현 통일부장관이 참석한 당정회의 인사말에서 “대북정책에 대해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새로운 문제제기가 있는 것 같다”며 재검토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나 DJ의 대북정책 승계를 꾸준히 주장해온 노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문제가 될 듯해 보이자 노 후보측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유종필 공보특보는 “노 후보 본인이 햇볕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노 후보측의 사태수습책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해교전은 민주당 내부의 이념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 후보와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이인제 의원측의 이념적 공격이 바로 그것. 사실 이 의원과 동교동 구파 일부 의원들은 그동안 노 후보의 사상에 대해 “좌파적”이라며 공공연하게 반대입장을 표명해 왔다. 이 의원이 민주당 경선 때 노 후보 장인의 좌익활동을 집중 공격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 같은 당내 이념갈등이 결국 일부 의원의 탈당과 신당창당 등 정계개편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이번 서해교전이 일면 한나라당 이 후보에게 유리하고 민주당 노 후보에게 불리해 보이지만 반대 시각도 없지 않다. 23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태로 오히려 이 후보 아들 병역문제가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누구 아들은 군대가서 목숨까지 잃고 누가 아들은 군대 면제받고 하는 식의 역공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노 후보도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이번 사태를 정면으로 대처하는 등 자신의 색깔대로 당을 접수해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