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제작진은 기존 멤버들로 내년 2월까지 방송한 후 ‘런닝맨’을 마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국 내 한류 예능의 선두주자 역할을 했던 프로그램의 퇴장치고는 초라할 수밖에 없다. 잘나가던 ‘런닝맨’이 왜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됐을까?
사진 출처 : ‘런닝맨’ 공식 페이스북
# 걷기 시작한 ‘런닝맨’
‘런닝맨’은 한 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던 SBS 일요 예능의 간판 코너였다. 유재석을 필두로 김종국, 송지효, 지석진, 이광수, 개리 등이 줄줄이 스타덤에 올랐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가족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대중의 입맛도 바뀌었다. 육아 방송이 탄력을 받으며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일밤> ‘아빠 어디가’와 KBS <해피 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시청률 1위로 치고 올라왔고, MBC ‘복면가왕’과 KBS ‘1박2일’ 등에 주도권을 내줬다.
최근 ‘런닝맨’의 시청률은 6~7% 안팎. 지난 2~3년간 중국 리메이크 등으로 중국어권에서는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SBS에 큰 수익을 안기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한국에서 인기는 점차 시들해졌다. 전형적인 ‘내빈외화’였다. 결국 제작진은 새 판을 짜기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었다.
# 유재석-강호동, 10년 만의 재회?
제작진은 ‘강호동 카드’를 꺼냈다. 기존 MC인 유재석을 한 축으로 세운 후, 강호동을 다른 한 축으로 균형을 맞출 계획을 짰다. 2007년 <X맨>의 MC로 두 사람을 활용해 재미를 봤던 SBS가 꺼낸 ‘신의 한 수’였다. 이 프로그램 이후 ‘국민 MC’로 양대산맥을 이루며 방송가를 풍미한 두 사람을 한 프레임 안에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대중은 크게 호응했다.
강호동 측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호동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지난 10월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이 폐지된 후 지상파 3사에서 사라졌던 강호동이 자연스럽게 다시금 지상파로 입성하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재석이라는 든든한 조력자와 나란히 서는 것이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었다.
# 김종국-송지효가 홀대 당했다?
사안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7년간 ‘런닝맨’을 지켜온 원년 멤버인 김종국과 송지효가 일방적으로 하차를 통보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런닝맨’의 개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2주 전이지만 멤버 교체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없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김종국은 이런 상황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불과 이틀 전 하차 소식을 접했고, 송지효의 경우 기사를 통해 하차 사실을 인지하게 돼 매우 서운해 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포맷 및 멤버 교체는 제작진의 재량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서는 과정이 중요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런닝맨’의 초창기부터 전성기를 함께 누리며 동고동락한 ‘전우’였다. 따라서 개편 과정에서 충분한 의사소통이 없이 ‘런닝맨’에서 밀려나듯 떠나게 된 두 사람이 서운함을 느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진 출처 : ‘런닝맨’ 공식 페이스북
# 강호동 합류 불발
이 같은 상황이 불거지자 강호동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기존 멤버들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는 듯한 뉘앙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호동 측은 “‘런닝맨’ 시즌2 출연 제안을 받고, 많은 고민 끝에 출연을 결심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 이후 알려진 일련의 상황들로 인하여 강호동의 출연 결정 사실이 불편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끼쳐드리는 상황을 결코 원하지 않아 아프고 죄송스럽지만 이번 출연 제안을 정중하게 고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결국 제작진은 12월 15일 원년 멤버 6인과 만나 긴급회의를 열고 사태를 수습했다. ‘런닝맨’은 기존 멤버들이 계속 출연하는 가운데 내년 2월 마무리된다. 제작진은 김종국과 송지효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두 사람은 나머지 출연 분량에 대한 출연료를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 박수칠 때 떠날 수 없는 예능의 비애
당초 제작진은 ‘런닝맨’을 종방 시킬 계획이 없었다. 강호동을 영입해 다시 한 번 도약하겠다는 야심한 포부였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로 인해 종방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를 두고 한 예능 PD는 “예능의 비애”라고 말했다. 인기 드라마가 매회 시청률이 상승하다가 마지막 회에서 최고 시청률을 거둬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는 반면 수년간 방송되는 예능은 전성기가 지난 후 시청률이 바닥을 칠 때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끝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이 PD는 “박수칠 때 떠날 수 없는 예능의 숙명”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예능을 시즌제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 방송 제작 환경상 쉽지 않은 과제”라고 토로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