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정희 선수 경기장면. 사진제공 = 화성시청
김 선수가 사망한 뒤 화성시복싱협회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니폼을 선물로 준 것인데 입고 출전했다. 정식으로 우리 선수라는 것은 아니었다”며 김 선수의 소속을 부인했다. 화성시체육회 측도 “화성시복싱협회에서 보고한 선수현황에 없다. (그 선수가) 왜 체육회 옷을 입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화성시는 지난달 11일 고 김정희 군의 유가족과 만나 명예회복을 위해 전 과정을 재조사할 것을 약속한 뒤 진상조사에 나섰고, 결국 김 선수가 화성시 소속이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김 선수가 화성시체육회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출전했으며, 대한복싱협회의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제48회 전국복싱우승권대회 대진표’에도 버젓이 ‘화성시복싱협회 소속’이라고 명시돼 있었음에도 시가 이를 공식 인정하기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시의 조사 결과 김 선수의 코치가 직접 대회를 주관한 대한복싱협회에 전산등록 했으며, 화성시복싱협회를 거쳐 대한복싱협회에 제출해 승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시체육회’라고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던 것 또한 화성시복싱협회 전무이사 측에서 지원해준 사실도 파악됐다.
화성시는 진상조사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조사에서 경기도복싱연맹과 대한복싱연맹에서 등록에 대한 부분을 확인했다. 화성시복싱협회 선수로 등록돼 출전한 만큼 ‘화성시복싱협회’ 선수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화성시체육회 측은 “처음 화성시체육회와 화성시복싱협회가 처음에 소속을 부인했는데, 현재도 명확히 이야기하면 체육회 등록 소속은 아니다. 한 번도 체육회의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 때문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했다’는 이야기가 나간 것”이라며 “다만 (김 선수가) 행정적으로 화성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는 아니어도 화성시복싱협회가 화성시체육회의 가맹단체이기 때문에 광의적인 표현으로 ‘화성시 소속’이 맞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선수는) 화성시복싱협회 소속이 맞다. 협회 측에서 파악이 안 되었던 것이지, 행정적으로는 등록된 것이 맞다. 출전할 때 입었던 유니폼을 화성시복싱협회 전무이사가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화성시 측도 “협회가 처음 소속을 부인했던 것은 회장이 김 선수가 등록돼 있던 것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산등록을 하면서 화성시복싱협회에 보고되지 않아 (협회 측에서) 선수등록이 되어있는 지 몰랐다. 또한 화성시복싱협회가 등록된 선수를 통보하게 돼 있는데 통보가 되지 않아 체육회 또한 ‘등록선수가 아니었다’고 얘기했던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화성시 측은 김 선수가 사망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김 선수의 소속을 부인해 책임회피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 = SBS 8뉴스 캡처.
애초 김정희 선수와 관련해 소속 논란이 불거지게 된 원인은 화성시복싱연맹의 미흡한 선수등록 관리 때문이다. 현재 화성시복싱연맹은 따로 홈페이지가 구축돼 있지 않고, 별도의 사무실 또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직 또한 명예·봉사직 형태다. 국내 지역 복싱이 침체한 열악한 상황에서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과거 전국 우승권대회에 출전한 바 있는 전직 아마추어 복서는 “복싱이 국내에서 침체된 만큼 선수 등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 선수의 경우) 체육관 소속으로 출전하지 않고 화성시복싱협회로 올린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유니폼도 맞추고 화성시복싱협회 소속으로 출전했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군이 사망한 복싱대회에 대해 “복싱은 전국 대회의 경우에도 의료진이 미흡하다. 모든 대회가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해당 대회의 경우 링을 2개 운용했는데, 그에 비해 의료진이 미비했던 것 같다”며 “시합 전에도 혈압을 재는 것 이외에는 선수의 건강상태를 체크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라고 말했다.
비슷한 대회에 출전한 바 있는 다른 아마추어 복서 또한 “(김 군의 경우처럼) 큰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의료진에 대해 큰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대회 때마다 항상 의료진은 있으나 구급차는 항시 대기 보다는 부르면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진은 주로 경기 중 코피가 나거나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관리하는 편이라 뇌출혈처럼 겉보기에 티가 나지 않는 부분을 체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회를 주관한 대한복싱연맹 측은 “평소 대회에서 링을 2개 운용해왔으나, 의료진 구성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며 “사건이 발생한 이후 링을 하나만 운용하고 대신 기간을 늘리도록 했다. 의사 한 분과 구급차 등을 배치해 의료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