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청 전경
[광주=일요신문] 조현중 기자 = 광주 광산구가 새해 벽두부터 잇단 미숙한 행정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광산구는 인권 채용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이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설 당일로 변경하려다가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들의 항의로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광산구는 “하필이면 진보적 단체장이 수장인 곳에서…”라며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진보적 색채의 기초단체장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 보호를 소홀히 한 점도 문제지만 이에 못지않은 충격은 그 과정에서 ‘아마추어’의 모습이 너무 많이 읽혔다는 점이다.
광산구는 “인권 차별 요소를 없앤 새 채용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문제 제기에 “새 제도 시행 초기에 미숙함이 있었다”며 “조속히 제도를 정착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광산구는 광산구인권보장증진위원회가 권고한 새로운 채용 모델을 2017년 1월1일부터 시행했다.
그런데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이 지침 시행 후 채용 공고를 확인한 결과 5건 중 1건만 해당 지침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적에 광산구가 파악한 결과 실제 5건 4개 공고가 성별, 연령, 출신학교, 사진 등을 응시서류에서 요구해 새 채용지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벌없는사회는 “이번 채용 지침이 시행 초기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미준수 채용공고 수정 등 엄격한 지침 적용을 촉구했다.
그런데 새 채용 기준을 지키지 않은 이유가 해당 공문을 각 부서에 배포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광산구 관계자는 “채용지침 시행 공문을 각 부서에 배포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였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광산구는 부랴부랴 지난 13일 오전 전체 부서 팀장을 소집해 인권을 중심으로 개선한 채용지침 준수 교육을 실시하고 개선한 채용지침 시행 공문도 같은 날 전체 부서에 발송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도 광산구의 미숙한 행정이 읽힌다.
광산구청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설 명절 직전 일요일인 22일에서 설 당일로 변경하려다가,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들의 항의로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광산구에 따르면 “광산구 대규모 점포 등의 설날 근로자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의 의견 제시에 따라 의무휴업일을 예정된 22일에서 28일로 한시적으로 변경한다”는 고시가 지난 13일 이뤄졌다.
이에 따라 광산구 관내 대규모점포 4곳과 준대규모점포 2곳의 의무휴업일이 변경되게 됐다.
이 같은 고시 내용이 알려지자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은 구청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했다
설날 전주 대목을 노린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변경을 관청이 나서서 도왔다는 것이 상인들의 불만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광산구가 원점으로 회귀했다. 구는 해당 사안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자 관계자 회의를 통해 16일 해당 고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고시한지 24시간만이다.
이에 따라 광산구 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은 애초대로 22일로 유지하게 됐다.
광산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매달 둘째주와 넷째주 일요일에 의무휴업일이 지정되나 대형마트 측에서 명절 당일 휴업해 근로자 휴무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설날 대목을 노린 의무휴업일 이전 신청은 아닌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 내용에 대해 광산구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의 심의 통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두 사안이 모두 사회적 약자 보호와 행정의 기본마저 소홀히 한 조치라는 점에서 신중치 못한 ‘아마추어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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