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내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보다 더 먼 미래를 살아갈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우리나라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이 고민의 해결책은 부모의 숫자만큼 다양하다. 여기에 지금까지 흔히 보아온 것과 사뭇 다른 답이 하나 있다.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이상경)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한귀은 교수가 펴낸 ‘고민하는 아이, 응답하는 부모’(웨일북, 296쪽, 1만 4000원)가 그것이다. 한귀은 교수는 이 책에 ‘아이의 생각과 자존감을 키우는 대화와 글쓰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사진>
이 책은 아이의 고민,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는 내용,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한 아이의 모습 들을 3개의 큰 바구니에 담았다.
가장 기본적인 고민인 공부, 놀이, 관계, 외모는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라는 바구니에 담았다.
한두 단계 더 고차원적인 문제인 부모와 가족, 미래와 직업, 돈과 독립, 자아와 행복, 진실과 거짓말이라는 내용은 ‘나보다 더 먼 미래를 살아갈 아이에게’라는 바구니에 담았다.
‘아이는 스스로 펜을 들었다’는 바구니는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고 교감해온 결과가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보여준다. 재능과 꿈, 함께하는 글쓰기, 논술, 글 쓰는 일상이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고민하는 부모와 응답하는 아이의 대화는 ‘글쓰기’로 귀결됐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을 드러내어 부모 또는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귀은 교수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아이의 질문과 부모의 대답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아이의 고민과 부모의 응답으로 되어 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고민에 감응하는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와 부모는 함께 고민하고 서로 응답하며 더불어 성장한다”고 말한다.
1년 전쯤 나온 ‘하루 10분 엄마의 인문학 습관’(2016년 2월)이 아이와 자신 모두 잘 성장하고 싶은 엄마들에게 인문학 습관을 가져보길 권하는 책이라면, 이번에 나온 ‘고민하는 아이, 응답하는 부모’는 실제 그렇게 살아온 경험담이자 한귀은 교수 자신과 아이가 함께해온 실험의 보고서라고 할 만하다.
책을 펴낸 출판사는 “모든 것이 불안정한 시대에서, 불완전한 존재인 엄마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내 아이를 자존감이 강한 단단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다. 아이가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타인을 이해하고 스스로가 원하는 ‘나’가 되도록, 자기 생각을 글로 올곧게 남길 수 있도록, 그리하여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잘 살아내는 삶을 제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엄마가 단단해져야 한다.”면서 “이 책은 세상 모든 불완전한 부모들을 위한 책이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 책은 ‘내 아이를 위한 살아 있는 인문학’이다.”라고 선언한다. 책 내용에는, 아이의 고민에 답해주는 사회학부터 흔들리는 부모를 바로잡아 주는 철학, 다양한 사례로 이해하게 하는 영화와 책 그리고 아이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글쓰기와 논술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과 지혜가 담겨 있다. 책에는 소크라테스, 미켈란젤로, 하이데거, 비트켄슈타인, 프로이트, 도스토옙스키 같은 사람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들의 말이나 책을 통하여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탁월한 솜씨는 한귀은 교수의 글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재미이기도 하다.
한귀은 교수는 한없이 서툰 부모로, 고민하는 아이 자체에 대한 고민만 키우는 보통의 엄마로 힘들 때 부모와 아이를 함께 단단하게 해주는 ‘생각’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강요하는 교육이 아니라 고민을 읽어내는 대화를 위해 일상의 인문학을 찾아갔다.
한귀은 교수는 “어느 순간 아이의 마음이 환하게 펼쳐졌다. 아이는 펜을 들고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회가 규정한 가치가 아닌, 제 스스로 만든 가치를 마음속에 쌓고 미래를 써내려갔다”고 말한다. 믿고 한번 따라가 볼 만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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