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대한민국 WBC 대표팀. 사진출처=KBO 공식 페이스북
[일요신문] 오는 3월 6일 1라운드가 시작되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네덜란드, 이스라엘, 대만과 함께 A조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한국이 상대할 3팀 중 특히 대만은 같은 아시아 지역에 속해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다수의 대회에서 수없이 겨뤄왔다. 우리보다 야구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대만이지만 이들과의 대결에서 항상 우리가 승리만을 거둔 것은 아니다. 한국은 대만을 상대로 어려운 승부가 많았다. ‘까다로운 상대’ 대만의 전력을 짚어 봤다.
대만은 한국이나 미국, 일본에 못지않게 야구 인기가 높은 나라다. 인구 약 2300만 명의 작은 국가이지만 야구 프로리그를 운영 중이고 한때 7개의 팀이 존재하기도 했다. ‘대만 스포츠의 자존심’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국가대표팀 경기에도 관심을 쏟는다. 국가대항전 성적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기에 대표팀 또한 최상의 전력을 꾸린다. WBC나 ‘프리미어 12’와 같은 대규모 세계 대회가 열리기 이전에도 대만은 세계선수권, 대륙간컵 등의 대회에 프로 최상위 선수들을 대거 합류시켰다. 대만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도 정예 멤버를 파견, 아시안게임에서 금, 올림픽서 은메달을 획득한 경험도 있다.
대만은 지난 2013 WBC에서 한국을 제치고 2라운드에 진출해 8위를 기록한 바 있다. 더 높은 순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대만은 이번 대회에도 최강전력을 꾸리려 했지만 핵심 전력이 빠지며 한국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만 최고 스타 왕첸밍. 사진출처=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마운드에서 왕첸민의 공백 못지않게 야수진에서는 지난 대회 1라운드 MVP 양다이강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 5년 총액 15억 엔의 계약을 맺고 팀 적응을 이유로 대표팀 차출을 고사했다.
왕첸민과 양다이강, 대만 투타의 기둥 외에도 빅리거 천웨이인,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장진더, 후즈웨이 등이 불참했다.
또한 대만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만야구협회와 대만프로리그 사이에 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내분이 일어났다. 이에 대만리그 소속 4팀 중 하나인 ‘라미고 몽키스’가 선수 차출을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라미고 소속 대표급 선수가 4명 정도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비슷하게 전력 구축에 어려움을 겪은 대만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전력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일본파’ 투수 3명인 천관위, 궈진린, 쑹자하오에 시선이 쏠린다. 지바 롯데 소속 천관위는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상대로 호투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인식 감독도 지난 11일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2014년 일본에서 활약하는 좌완투수한테 고전했다. 조심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투수도 포함됐다. 장샤오징과 로궈화는 지난해 각각 싱글A 소속 팀에서 27경기와 25경기를 소화했다.
미국에서 활약하다 대만으로 복귀한 타자들도 경계 대상이다. 외야수 린저슈엔은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빅리그를 경험한 바 있으며 지난해 대만에서 타울 0.345, 22홈런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미국 야구를 경험한 장즈시엔도 대만에서 타율 0.402, 30홈런으로 실력을 뽐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대만은 늘 까다로운 상대였다”면서도 “조 1, 2위 다툼은 우리나라와 네덜란드가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만의 1라운드 통과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 대만은 지난 1, 2회 대회에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하고 12위와 15위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 대회에서는 한국의 부진으로 네덜란드, 대만, 한국이 2승 1패로 동률을 이뤄 이닝 당 득점과 실점을 따진 끝에 대만이 가까스로 1라운드를 통과한 바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사도스키 리포트’가 준 교훈 “정보전서 대패, 되풀이 말아야”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대회인 201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야구 변방’으로 여겨지던 네덜란드에 5-0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 패배로 인해 한국은 결국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맛봐야 했다. 한국 무대에서 선수에 이어 코치로도 활약 중인 라이언 사도스키(왼쪽). 사진출처=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2013년 대회 당시 한국은 나름의 네덜란드 정보를 갖고 있었지만 사도스키 리포트의 세밀함에는 미치지 못했다. 사도스키는 자신이 3년간 한국 무대에서 겪은 선수들의 작은 습관까지도 네덜란드에 제공했다. 이에 네덜란드는 수비 시프트 등 세밀한 작전으로 한국에 맞서 놀라움을 안겼다. 사도스키는 대회 이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요청이 왔다면 네덜란드 선수들의 정보를 기꺼이 제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WBC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은 다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대만은 대부분의 선수가 마이너리그나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다. 네덜란드에 비해서는 노출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4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보전에서 승리가 필요하다. [상] |
대만 2017 WBC 최종 엔트리 투수 : 천관위, 궈진린, 쑹자하오, 장샤오징, 천훙원, 차이밍신, 니푸더, 린천화, 후안센슝, 판웨이룬, 왕칭밍, 천윈원, 로궈화 포수 : 청다홍, 린쿤셩 내야수 : 린즈셩, 쉬지홍, 장즈시엔, 왕셩웨이, 천융치, 린즈샹, 린이취엔 외야수 : 가오궈후이, 후친룽, 린저슈엔, 뤄궈룽, 장쩡웨이, 장즈하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