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국어국문학과에 따르면 월간 ‘시인동네’는 ‘제13회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당선작으로 김희준 씨의 ‘머메이드 구름을 읽어내는 방식’ 등 5편을 3월호에 발표했다.
김희준 씨는 통영여자고등학교 재학 중에 각종 백일장에서 다수의 장원 등 입상했고, 문학특기생으로 경상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김희준 씨는 개천예술제 신인문학상, 이조년백일장 대상, 최치원백일장 장원, 이상화백일장 장원, 박경리추모백일장 장원, 중앙일보 주최 대한민국 편지쓰기 대회 금상, 통영예술제백일장 장원 등 전국 단위의 백일장에서 장원 및 당선을 수십 차례 차지하여 한국시단에 신세대 진입을 예고하고 있었다.
김희준 씨는 ‘머메이드 구름을 읽어내는 방식’에서 지금까지 시인들이 만들어 놓은 서정적 문맥이나 일상적 논리를 상상과 환상으로 끌어올려 전혀 다른 언어의 질서가 주는 긴장을 제시하고 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이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시가 유동성 물질 같다. 가뿐하고 자유롭게 사방으로 움직이며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상상력을 펼쳐 놓는다. 발상이 남다르고 목소리 또한 신선하다.”고 강조한다.
김희준 씨는 당선소감에서 “새로운 시상을 연결하다가 내가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된 것 같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이상의 시가 아니라 염상섭의 단편소설 제목이라는 것, ‘해변의 카프카’가 카프카의 1인칭 소설이 아닌 무라카미 하루키가 썼다는 것 등은 당시에 내겐 어이없는 일이었다.”며 스스로 이상의 세계 위에, 카프카의 실존 위에 신진의 세계를 열겠다는 당찬 각오를 보여 주고 있다.
김희준 씨는 통영시 인재육성장학재단의 ‘푸른새벽통영장학생’에 뽑혀 경상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신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다음은 김희준 씨의 당선작 5편 중 대표작인 ‘머메이드 구름을 읽어내는 방식’ 전문이다.
머메이드 구름을 읽어내는 방식
나는 반인족, 안데르센의 공간에서 태어난 거지
오빠는 손눈썹이 가지런했다 컨테이너 박스를 잠그면 매일 같은 책을 집었다 모서리가 닳아 꼭 소가 새끼를 핥은 모양이었다 그 동화가 백지라는 걸 알았을 땐 목소리를 외운 뒤였다 내 머리 칼을 혀로 넘겨주었다는 것도
내 하반신이 인간이라는 문장,
너 알고 있으면서 그날의 구름을 오독했던 거야
동화가 달랐다 나는 오빠의 방식이 무서웠다 인어는 풍성한 머릿결이 아니라고 아가미로 숨을 쉬었기에 키스를 못한 거라고 그리하여 비극이라고
네가 하늘을 달린다
팽팽한 바람으로
구름은 구름이 숨 쉬는 것의 지문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누워서 구름의 생김새에 대해 생각하다가 노을이 하혈하는 것을 보았다 오빠는 그 시간대 새를 좋아했다 날개가 색을 입잖아, 말하는 얼굴이 오묘한 자국을 냈다
사라지는 건 없어
밤으로 스며드는 것들이 짙어가기 때문일 뿐
오빠에게 오빠의 책을 읽어준다 우리가 읽어냈던 구름을 베개에 넣으니 병실 속 꽃처럼 어울린다 영혼이 자라는 코마의 숲에서 알몸으로 뛰는 오빠는 언제나 입체적이다 책을 태우면서 연기는 헤엄치거나 달리거나 다분히 역동적으로 해석되고
젖은 몸을 말리지 않은 건 구름을 보면 떠오르는 책과 내 사람이 있어서라고
너의 숲에서 중얼거렸어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