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에서 등판하는 오승환. 사진=KBO 공식 페이스북.
[일요신문]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이스라엘에 1-2 패배를 당했지만 ‘끝판 대장’ 오승환만큼은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오승환은 당초 이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참가가 불투명했다. 그는 지난 2015년 해외원정도박으로 파문을 일으켜 KBO로부터 시즌 경기의 50%에 출장 금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오승환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징계를 소화하지 못했다.
이에 김인식 감독은 최초 대표팀 엔트리 발표에서 오승환을 제외했다. 50명의 선수가 선발된 예비 엔트리였지만 오승환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대표팀에게 부상이라는 악령이 찾아왔다. 수년간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류현진과 윤석민은 애초에 대회 참가가 불가능했고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에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전격적으로 대표팀에 발탁했다.
오승환의 대표팀 합류를 두고 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가장 확실한 기량을 갖춘 선수의 발탁을 반기는 이도 있었지만 물의를 일으켰고 징계와 관련돼 애매한 부분이 남아있는 선수를 굳이 합류시켜야 하냐는 의견도 있었다. 김인식 감독도 “본인도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며 그의 의지를 전했다.
발탁 과정에서 약간의 잡음을 일으킨 오승환은 소속팀 훈련일정을 소화하다 대표팀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적었던 그이지만 대회 첫 경기에서 팀이 위기에 빠지자 구원 등판에 나섰다.
그의 등판에 이스라엘전이 열린 고척 스카이돔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마운드에 올라 연습 투구만으로도 특유의 묵직한 구위가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2사 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오승환은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그에 대한 팬들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돌려놨다.
오승환은 이어진 9회에서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팀은 경기에 패했지만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오승환의 경기력만큼은 찬사를 쏟아냈다.
김인식 감독은 다음 경기를 의식해 오승환의 투구수를 20개에서 멈추게 했다. 첫 경기에서 패배하며 위기에 몰린 한국 야구에 오승환이 ‘수호신’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