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움직임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이 과연 어디에 거처를 마련할지를 두고도 미묘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 DB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재직 당시 연봉의 95%에 달하는 연금이 매달 지급된다. 또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고 사무실 유지비, 기념 사업비, 국공립 병원의 무료 의료 혜택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재직 중 탄핵으로 파면됐기 때문에 경호 및 경비를 제외한 혜택 대부분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한 경우 경호 기간은 5년으로 하게 된다. 본인 의사에 따라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고 이후엔 경찰이 경비를 맡는다. 통상 전직 대통령 내외에 25명 정도가 투입됐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겐 20명 이내의 인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퇴거 시기가 관심사다. 파면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퇴거하는 시기에 대해 명시한 법적 조항은 없다. 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 교수는 “주문이 끝나는 동시 대통령은 파면된다. 관련법이 없지만 파면이 됐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바로 나가야 한다. 다만 인간적으로 며칠 말미를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류 교수는 탄핵 절차 등에 있어서 법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핵은 처음 있는 일이다. 법률적인 부분이 부족했다.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과정도 문제였다. 노무현 탄핵 사태 때 미리 했어야 한다. 향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잘 처리했어야 했다. 이런 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법을 구성해놓지 않았다”면서 안타까워했다.
박 전 대통령 발등에 떨어진 불은 검찰 수사다. 검찰은 박영수 특검으로부터 대부분의 자료를 이첩 받아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 수사가 조기 대선 일정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를 떠난 박 전 대통령은 일단 삼성동 사저에 짐을 풀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삼성동 사저에서 살았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최순실 씨 일가가 자택 구입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후 삼성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이 중도하차하면서 삼성동에 머물려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 기간 서울이 아닌 지방 몇몇 곳을 다니며 거처를 물색했다고 한다.
한 언론은 3월 9일 ‘박 전 대통령이 서울 인근의 경기도 모처에 사저를 마련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박 전 대통령 측이 새 사저로 옮기기 전까지 천주교, 불교 등 종교 시설에 임시 거처를 마련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 정치적 고향인 대구,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경북 구미나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 등이 새로운 후보지로 오르내렸었다. 이 지역들은 여전히 박 전 대통령 입지가 남다른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도 상당하다. 박 전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재기를 위한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얼마 전 박 전 대통령 측이 대구 인근에 부동산을 수소문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한 친박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측근이 대구 일대에 부동산을 알아보고 다녔는데, 그게 박 전 대통령이 머물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확인해보니 대구뿐 아니라 여러 곳을 후보지로 검토 중이더라. 이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 후를 대비했던 것 아니겠느냐”라고 귀띔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