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표의 탈당은 그 시기가 문제일 뿐 이미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난 5·10 회동에서 아무런 정치적 이득을 챙기지 못한 청와대도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따른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 대표가 친박 인사 복당 시한을 5월 말로 못 박은 만큼 이 달이 넘어가면 구체적인 액션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한다. 탈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탈당 카드를 일찍 꺼낼 이유는 전혀 없다. 한나라당 내에 남아 당 개혁을 명분으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끝까지 한 다음에 결별 수순을 밟아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당 밖에서는 친박연대가 교섭단체를 만들어 자신을 측면 지원케 하고 당 내에서도 ''야당''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이 대통령이 연착륙을 하지 못하고 한반도 대운하 건설, 대북 관계, 국민연금 문제 등에 대해 계속 헛발질을 할 경우 탈당 카드를 꺼내 박 전 대표가 주도하는 정계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 보수층 일각에서는 “동거도, 별거도 아닌 이런 상태는 부자연스럽고 민주주의와 정당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국민상식에 반한다”라며 박 전 대표가 친박연대와 함께 당을 만들어 차라리 탈당을 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최근 여당 내 비판적 행보가 정당정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모습이라면 박 전 대표가 탈당하는 게 맞다”라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불행''이 박 전 대표의 탈당을 앞당겨 대권 쟁취를 이루게 하는 ''행복''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2002년 탈당의 악몽을 기억하는 박 전 대표가 과연 두 번째 도전을 할 만큼 정치적 역량이 성숙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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