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사당과 강남 빌딩 지역을 합성한 사진. | ||
5월 30일부터 공식 임기가 시작된 18대 국회의원은 광우병 소고기 파동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민심을 느끼며 힘든 첫발을 내딛고 있다. 막을 내린 17대 국회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은 만큼 18대 국회를 책임질 선량들의 어깨는 더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고위공직자들은 임기 초반부터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이라는 오명을 들을 만큼 국민들에게 정서적 거리감을 안겨 줬다. 민심을 살피는 마음가짐이 상위 1%에 들어야 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재산 규모에서 상위 1%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우려와 괴리감을 느껴야 했다.
그렇다면 향후 4년간 국회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18대 국회의원들의 경우는 어떨까. 과연 새로운 선량들은 대다수 국민과 ‘코드’를 맞출 수 있을까. 의원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과 함께 학맥을 해부해 그 가능성을 짚어 봤다. 부동산의 경우 국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해온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양천구 목동·경기 분당·용인·평촌)에 부동산을 소유한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했고 학력 사항은 학교별, 지역별로 집계를 내 어느 정도의 ‘학연’으로 뭉쳐져 있는지 살펴보았다(세부 내용은 18대 총선 출마 당시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재산목록과 신상정보를 토대로 했으며 학력의 경우 언론사 인물정보도 참조했음을 밝혀둔다).
<일요신문>이 18대 국회의원 소유 부동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의원의 무려 34%가 넘는 104명의 의원들이 버블세븐 지역에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직계 존비속 제외)로 건물이나 주택, 대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 외에도 전국 각 지역 민심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신화’를 탄생시킨 서울 및 수도권 특정 지역에 의원들의 집과 건물이 몰려 있다는 사실은 문제점으로 지적될만 하다.
특히 대구광역시의 경우 12명의 지역구 의원 가운데 무려 7명(달서 을 이해봉·달성군 박근혜·동구 갑 주성영·동구 을 유승민·북구 을 서상기·수성 갑 이한구·수성 을 주호영)이 버블세븐 지역에 집이나 건물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광역시의 경우도 지역구 의원 8명 가운데 5명(동구 박주선·서구 갑 조영택·서구 을 김영진· 남구 강운태·광산 을 이용섭)이, 인천광역시의 경우 지역구 의원 12명 가운데 6명(남구 갑 홍일표·남구 을 윤상현·남동구 갑 이윤성·서구강화군 을 이경재·연수구 황우여·중구동구웅진군 박상은)이 역시 버블세븐 지역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버블세븐 지역 부동산 재산규모’ 상위 10명을 추려본 결과 민주당 의원 4명, 한나라당 의원 3명, 무소속 2명, 자유선진당 1명이 ‘10걸’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고양 일산 동)으로 버블세븐 지역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총 평가액(신고액)이 40억 800만 원이었다. 특히 강남구 도곡동에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244.2㎡·약 74평)는 평가액만 30억 600만 원에 달하는데 백 의원은 이 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2위는 무소속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소유한 아파트의 평가액이 40억 원에 달했다. 서초동 트라움 하우스 3차 아파트로 규모는 273.81㎡(약 83평). 선친의 뒤를 이어 기업을 이끌고 있는 김 의원은 이외에도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 28억 4900만 원 상당의 빌딩과 자신 명의의 아파트(3억 7300만 원)를 갖고 있다.
3위는 자유선진당 김용구 의원(비례대표). 김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버블세븐 지역에 세 건의 아파트 및 건물을 갖고 있었다. 총 평가액은 34억 5365만 원. 본인 명의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183.41㎡·약 55평)가 20억 6400만 원, 배우자 명의로 된 분당구 정자동 파크뷰 아파트(139.72㎡·약 42평)는 13억 6800여만 원이었다. 김 의원은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총 면적 917.39㎡(약 278평)의 건물 중 46.36㎡의 지분도 배우자와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어 버블세븐 지역에 32억 5450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무소속 이해봉 의원(대구 달서 을)이 4위. 이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각각 서초구 반포동에 아파트 한 채씩을 갖고 있다. 본인 명의의 한양아파트(155.17㎡·약 47평)의 평가액이 10억 8800만 원, 배우자 명의의 반포자이아파트(194.69㎡·약 59평)의 평가액은 21억 6650만 원이었다.
5위는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이천 여주)으로 28억 8442만 원 규모의 아파트와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 본인 명의의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 더샵 오데움(205.20㎡·약 62평)의 평가액은 13억 2800만 원, 배우자 명의의 서초4동 진흥아파트(160.46㎡·약 49평)의 경우는 13억 7600만 원이었다.
6위를 기록한 이는 민주당 김종률 의원(증평·진천·괴산·음성)으로 총 평가액이 28억 4000만 원을 기록했다. 김 의원은 본인 명의로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현대 슈퍼빌 244.66㎡형(약 74평)을 갖고 있다. 7위를 기록한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인천 중구·동구·옹진)은 강남구 청담동과 신사동에 연립주택과 건물을 갖고 있으며 총 평가액은 26억 18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8위 민주당 최인기 의원(나주 화순)은 강남 개포동에 23억 6700만원 상당의 대지와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9위는 민주당 조영택 의원(광주 서구 갑)으로 분당과 서초구에 아파트 두 채와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 총 평가액은 22억 9256만 원. 10위인 민주당 전현희 의원(비례대표)은 강남과 서초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었으며 평가액은 총 22억 1000만 원에 달했다.
▲ 박진 의원(왼쪽)과 문희상 의원. | ||
반면 고졸 이하의 학력으로 금배지를 달게 된 국회의원도 일부 있었다. 고졸 의원이 4명(민주노동당 김영진·강기갑, 한나라당 비례대표 강성천, 친박연대 비례대표 정영희)이고 초졸 의원도 2명(한나라당 비례대표 임두성, 민노당 비례대표 홍희덕) 포함돼 있었다.
학력 사항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학원 졸업자 중 박사 학위를 받은 이는 72명, 석사 학위를 받은 이는 136명이었다. 외국 학위를 가진 이는 석·박사를 포함해 71명, 이 가운데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이가 64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중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박사학위 22명, 석사학위 25명)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영국과 일본에서 학위를 받은 경우는 각각 7명, 3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의원은 총 28명.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과 이은재 의원이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정치학과 행정학 박사를 받았고, 캔자스주립대 대학원에서 이군현, 이한구 의원이 각각 교육행정학과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경제학)과 박영아 의원(물리학)은 펜실베니아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두 사람은 서울대 동창생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과 박진 의원,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모두 옥스퍼드 대학원을 다녔고 서울대 졸업생이기도 하다. 미국 대학원의 석사학위를 가진 의원은 총 42명으로 이들 가운데 하버드대학원을 나온 이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내 대학원 출신의 경우 서울대 대학원 50명, 고려대와 연세대 각각 22명, 성균관대 13명, 중앙대 10명, 한양대 7명, 서강대 6명, 경희대 4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어 ‘대졸 이상’ 학력자들의 출신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가 141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가 25명, 연세대가 23명으로 뒤를 이었다. 그리고 성균관대(17명)와 이화여대(19)가 4, 5위를 기록했다. 대학을 외국에서 나온 의원은 3명에 불과했다. 민주당 강성종 의원(미국 브리지포트대 경영학),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미국 하버드대 동아시아학과), 학력 위조 혐의를 받고 있는 창조한국당 이한정 의원(중국 연변대 정치학과)이 그들. 홍정욱 의원은 299명의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미국(초우트로즈매리홀 고교)에서 나왔다. 출신 대학교 소재지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지역이 243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남 10명, 대구와 부산 각각 7명, 경기와 호남이 각각 5명씩으로 집계됐다.
이번엔 학연의 ‘뿌리’로 여겨지는 의원들의 출신 고등학교를 살펴봤다. 경기고를 나온 의원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고와 경복고 출신이 10명씩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경북고와 부산고의 경우 각각 9명, 대전고 8명, 광주제일고 7명, 중동고 6명 순이었다. 그밖에도 제물포고 5명, 전주고·성동고·계성고가 각각 5명, 서울고와 마산고가 4명씩 의원을 배출했다. 경기여고 출신은 3명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의 출신고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00명, 대구 30명, 부산 27명, 영남 24명, 호남 21명, 광주 17명, 대전·경기가 10명, 강원이 9명이었다. 출신고는 서울을 제외하고는 영남권 출신들이 호남권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부산고’를 나온 9명은 모두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보다 세부적으로 일명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았다. 모두 15명(한나라당 10명, 민주당 3명, 자유선진당 1명, 창조한국당 1명)이 경기고-서울대를 동시에 나온 고교-대학 동문이었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 진영·박진·이주영·강용석·고승덕 의원, 민주당 최인기·오제세 의원은 경기고-서울법대 동문으로 보다 ‘끈끈한’ 학연을 맺고 있었다. 또 한나라당 유일호·이종구 의원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경복고-서울대’ 동문도 7명이 있었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 이사철·장윤석 의원, 민주당 원혜영·김진표·문희상 의원, 무소속 이인제 의원 등 5명은 ‘경복고-서울대 법학과’ 출신.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무소속 김태환 의원은 ‘경복고-연세대’ 동문이었다.
이밖에 부산 경남고-서울대 동문은 한나라당 김형오·진성호·여상규 의원, 민주당 최철국 의원, 민노당 권영길 의원 등 5명. 이들 중 여상규 의원과 최철국 의원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과 동문’이기도 하다. 경남고를 나온 한나라당 허범도 의원(부산대 경영학과)과 민주당 조경태 의원(부산대 토목공학과)은 같은 부산지역 대학 동문이다. ‘학연 권하는 사회’는 물론 청산해야 할 구 시대의 유물이겠지만 아무쪼록 의원들의 얽히고설킨 학연이 정당을 위한 정쟁보다는 국민을 위한 대화와 타협의 윤활유가 됐으면 하는 게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