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방중한 뎀프시 미 합참의장과 팡펑후이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참모장의 모습. 연합뉴스
#미-중 군 책임자들, 비공개 회담서 치열한 신경전
지난 4월 6~7일 진행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회담에선 양측 간 북핵 해결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간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우리가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바로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에 팡펑후이(房峰輝)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참모장을 배석시킨 것이다. 한국의 합참의장 격에 해당하는 팡펑후이 참모장의 배석은 미국 현지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미국 외교가와 대북 담당자들 일부는 잠재적 카운터파트너라 할 수 있는 중국의 군 책임자가 외교 회의에 동석했다는 것 자체를 두고 불쾌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보통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군 책임자들이 동석하는 경우는 그다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중국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4월 27일 팡펑후이 참모장의 동석에 대해 “미중 군사관계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중국은 미중정상회담의 합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군사 교류 활성화를 통해 위험을 관리하면서 이견을 해소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필자가 현지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팡펑후이 참모장은 방미 당시 미국 군 책임자들과 별도의 비공개 회담을 마련했다. 철저한 비공개 회담이었기에 동석 인사들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이 자리에는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동석한 것으로 추측된다. 양국의 군사 관계자 회담에선 일반 외교 회담과 달리 아주 치열한 신경전이 오갔다.
팡펑후이는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과 시한 준수를 줄곧 강조했지만, 미국 측은 기존 오바마 정부와 현 트럼프 정부의 차이점을 강조하며 북핵 강경대응 기조를 설파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측은 한국과 대만 등 핵심동맹국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중국 인민해방군과 북한 인민군 사이의 (정보 교류를 포함해) 교류를 넌지시 경계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연재에서도 밝혔듯 미국과 중국은 북핵 해결 시한은 두고 각각 100일과 6개월이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 자리에서도 북핵 해결을 위한 시간을 더는 북한에게 줄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중국 측에 전달했다. 이 비공개 군사회담에서도 미국은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시한을 곧이곧대로 수용하지는 못한다고 못 박았다는 후문이다.
팡펑후이 총참모장은 지난 4월 23일 방중한 뎀프시 미 합참의장과 한 차례 더 군사회담을 진행했다. 앞서 회담이 비공개 회담이었다면, 두 번째 회담은 공개로 진행됐다.
지난 4월 21일 매티스 미 국방장관(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회담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북핵 해결에 이스라엘 입김 강한 까닭
필자가 파악한 미국의 북핵 문제 해결 프로세스와 관련해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스라엘’이다. ‘북핵’과 ‘이스라엘’은 참 동떨어져 보이지만, 미국 현지 외교가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고개가 끄덕여졌다.
앞서의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미국 사회에선 유태계의 보이지 않는 힘들이 크게 작용하는데 외교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미국의 북핵 해결 프로세스에도 이러한 이스라엘과 현지 유태계 입김이 적잖게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스라엘은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들만큼이나 북핵 문제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고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유인 즉, 이른바 ‘북한-중동’ 커넥션 때문이다. 북한은 시리아, 이란과 같은 중동 반미 주요 국가들과 오랜 기간 긴밀한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국가들과 북한의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무기 개발에는 이러한 유기적 커넥션이 크게 작용해 왔다.
시리아를 비롯해 반미 중동국가들을 상대해야 하는 이스라엘은 북한의 핵무기 기술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특히 북한의 전략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진보하여 중동지역으로까지 확산된다면 이스라엘은 더 큰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스라엘은 현재 북한의 전술 핵무기가 더 이상 진전하기 전 시리아나 이란을 폭격했듯이 미국 측에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즉 북한과 지리적으로 동떨어져 있지만, 중동의 북 핵 전술 및 전략 무기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스라엘의 입김은 참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넓게 보자면 동북아시아 정세와 중동 정세가 미국의 외교 정책에 있어서 어느 정도 유기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였던 4월 11일 북한에 일시 귀국한 지재룡 주 중국 북한대사. 연합뉴스
#북한의 대미 독자라인 구축과 이에 대한 미국 측의 대응 여부
북핵 문제 해결 프로세스에 있어서 아직 남겨진 부분이 있다. 북한이 직접 미국에 선을 댄다면, 미국 트럼프 정부는 어떤 반응과 대응에 나설지 여부다.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의 모든 방향은 ‘미-중’ 협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북한 스스로 중국을 거치지 않고 그동안 뜸했던 ‘워싱턴 라인(독자적 대미 라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있다. 이는 미국 현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필자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포착된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중국 측은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 대사를 소환해 북핵 해결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을 포함해) 중국 측 입장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여기에는 ▲북핵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해결 의지와 중국의 미(未)개입 원칙 ▲원유 및 식량을 포함한 중국 정부 자체적인 대북 제재 ▲북핵 포기 시 중국의 핵 보호 조약 제안 등이다.
지재룡 주중대사는 지난 4월 11일 북한으로 귀국했고, 이 같은 미-중 간 전달 사안을 김정은과 김설송에 보고했을 것이 확실하다. 북한 스스로도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정권 내부에서도 독자적인 대미라인을 6월 안에 구축해야 한다는 정책안이 입안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독자적인 라인을 부정적으로 의식하는 중국 때문에 다소 부침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의 대미 라인 구축에 있어서 트럼프 정권이 과연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는 미국 현지에서도 큰 관심사인 만큼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유심히 살펴볼 부분이다.
미국 워싱턴=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