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환경을 살펴보자
육아 휴직을 하다가 직장에 복귀한 35세 주부 이 모 씨. 그녀는 최근 들어 심해지는 두통과 피로감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육아와 직장 일을 병행하며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력도 떨어지고, 하루 종일 눈이 따가운 증상이 심해져만 갔다. 퇴근을 하면 너무 피곤해서 잠이 급습하지만 누우면 정신이 맑아졌다. 이러한 일상이 반복되다보니 몸은 지치고, 의욕이 있다가도 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해봤지만 ‘정상’이라는 결과가 반복돼 결국 병원을 나섰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필자의 외래 환자로 내원했을 때, 다시 한 번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육아휴직 이후 그녀는 새 부서로 발령받았는데, 1년 전에 신축한 사무실, 게다가 좁은 칸막이로 밀폐된 공간에서 하루 종일 전화 상담을 한다고 말했다. 원인 모를 두통과 피로감은 바로 ‘새 건물 증후군’ 때문이었다.
새 건물에는 벤젠·아세톤·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 물질과, 라돈·석면·일산화탄소와 같은 오염물 질, 그밖에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있다. 때문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환기를 충분히 해야 했는데, 오히려 칸막이로 밀폐된 공간에서 게다가 온종일 ‘전화 상담’을 했으니 오죽했을까. 그녀의 두통과 피로감의 이유가 밝혀진 순간이다.
업무 공간 속 유해물질을 피하라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생활 속에서 유해물질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장 사무실을 나올 수도, 전체 환경을 뒤바꿀 수도 없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피하기 위한 ‘노력’이다. 사무실 안에서 최대한 유해 물질을 피하고,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평소 사용하는 생활제품의 성분을 잘 관찰하는 것은 유해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료수 캔이나 영수증은 ‘비스페놀 A’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오랜 시간 손에 쥐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한 직장인들의 필수품인 커피는 일회용 종이컵에 마시기보다 머그잔을 이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컵라면 용기의 사용도 자제하자. 특히 컵라면 뚜껑에 라면을 덜어 먹거나, 봉지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것은 금물이다.
아울러 실내 금연은 필수다. 흡연을 하면 담배 자체에서 발생 되는 유독물질 이외에도 흡연 후에 옷 등에 배인 잔류물과 실내의 유해물 질이 결합해 암을 유발하는 새로운 오염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에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담배 연기가 옷과 의자, 카펫의 유해물질과 결합하면 며칠이 지나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실내 오염원은 사전에 제거하자
업무 공간 속 유해물질을 피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실내 오염원을 제거하는 활동도 필요하다. 사무실 집기, 비품 등은 가급적 천연소재를 사용하고, 포름알데히드 처리를 하지 않은(화학 물질로 재가공을 하지 않은) 합판 등을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실내 환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무실 창문, 출입문 등을 주기적으로 열어서 자연스러운 환기가 이뤄지도록 하고, 특히 많은 양의 인쇄작업, 원자재 절단작업, 요리 등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활 동이 있을 때는 자주 환기를 해야 한다.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하는 경우에는 ‘베이크아웃(Bake Out; 실내 온도를 30∼40도 이상으로 높여 벽지나 바닥 등에 스며있는 인체 유해물질의 발 생량을 일시적으로 높인 뒤, 환기를 통해 오염물질을 외부로 배출)’ 방식 을 활용해보자.
입주 전 약 7일간 실내 난방온도를 30℃ 이상, 8시간 정도 유지해서 내부 온도를 상승시키면 건축 자재 내부에 있던 휘발성 유기물 질이 실내로 같이 배출된다. 이때 환기를 하면 새 건물 내부의 유해물질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하루 사용하는 생활용품은 12가 지 정도며 이 속에 든 화학물질은 대략 100여 가지라고 한다. 지금 내 책 상 위에 쌓여있는 영수증은 없는가?
사무실 창문은 하루에 몇 번이나 열려 있는가? 바쁜 업무 속에서도 우리의 생활공간을 돌아보고 건강을 지키고 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공: 한국건강관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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