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인도의 바라나시를 걷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꿈을 꾸듯 전혀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 소도 원숭이도 돼지도 코끼리도 자기들끼리 유유히 걷고 있었다. 가족을 데리고 사람같이 길을 걷던 덩치 큰 원숭이와 마주쳤다. 나는 들고 있던 과자 봉지에서 과자 하나를 꺼내어 원숭이에게 건네주었다. 무심코 과자를 받던 원숭이가 다른 손에 들린 봉지를 보자 갑자기 흉폭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흰 이빨을 드러냈다. 겁이 난 나는 얼른 과자를 봉지 째 주고 자리를 피했다. 원숭이는 본능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뱀이나 파리 모기 상어같이 인간이 혐오하는 동물은 그렇게 태어났다. 유전인자대로 살 뿐인데 인간의 눈에 그들의 행동이 나빠 보인다. 하이에나는 떼 지어 다니면서 다른 동물이 사냥한 먹잇감을 빼앗아 먹는다. 제일 질 나쁜 짐승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다. 변호사생활을 30여년 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어떻게 보면 사람도 비슷한 것 같다. 평생 감옥을 드나들던 상습절도범은 자기를 프로라고 하면서 프로의 세계에는 은퇴가 없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도둑본능이 생겼다는 얘기였다. 참회하는 인간보다는 유전자 법칙에 자신의 꼼수를 더해 온갖 더 나쁜 짓을 하는 게 인간인 것 같기도 하다. 아침마다 신문을 보면 오늘의 운세라고 해서 뱀띠는 어떻고 양띠는 어떻다는 식으로 띠마다 설명이 나온다. 변호사를 하면서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에게서 양이 느껴지기도 하고 뱀 같은 서늘한 냉기가 나오는 것 같을 때도 있었다. 사람들에게서 여러 동물의 모습을 언뜻언뜻 보는 것이다. 양이 느껴지는 사람들은 항상 피해자였다. 열심히 세상에 순종하면서 살아도 결국에는 사기를 당하거나 도둑질을 당하고 피와 살을 다 빼앗겼다. 그래도 소리 한번 못치고 죽어갔다. 그들은 법에 호소할 능력도 없었다. 그들의 특성은 떼를 지어 목자 같은 존재의 보호를 받고 싶어 했다. 종교단체에는 늑대본능의 가짜목자도 있다. 양 같은 신도의 살을 뜯고 피를 마신다. 양치기 개의 역할을 하는 일부 장로도 있다. 양떼를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던져주는 뼈다귀를 얻어먹는 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한 정의감 높은 목사가 거액의 헌금을 빼돌려 사채업까지 한 교직자들을 똥개라고 하는 글을 썼다가 형사법정에 섰다. 부정을 보면 참지 못하고 덤벼드는 것도 본능적인 기질인 것 같았다. 나는 그에 대한 무료변호를 자청하면서 법정에서 이렇게 변론했다.
“똥개는 한 끼의 허기를 메꾸기 위해 똥을 먹습니다. 그러나 가짜 목자는 끝없는 탐욕으로 예수를 상품으로 만들어 팔면서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들은 똥개만도 못합니다. 어쩌면 똥개협회에서 항의문이 전달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건의 판결문에서 재판장은 이렇게 결론지었다.
‘똥개라는 표현은 교회운영을 잘하라는 비유적 표현에 불과하다. 그들에 대해 그건 모욕이 아니므로 무죄를 선고한다.’
동물은 자연이 주어진 본능대로 살아간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위선과 거짓으로 포장까지 한다. 하나님은 택하지 않는 백성은 본능대로 살게 놔둔다고 했다. 성령이 들어와 본능을 바꾸어 주어야만 인간은 구원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엄상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