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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두시의 강한 햇볕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었다. 고급정장차림의 조폭두목이 탄 마이바흐가 삼성동의 고층 유리건물 앞에서 섰다. 차 안에서 조폭두목이 내렸다. 잠시 후 조폭두목은 이십층에 있는 전직 법무장관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에 다양한 인맥을 가지고 있다는 정치력이 강한 인물이었다. 조폭두목이 전직 장관 출신인 변호사 앞에서 허리를 깊이 굽히면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사십대쯤의 여인이 저택의 문가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잔디 안쪽 건물의 통유리창을 통해 육십대 중반쯤의 여인이 온화한 얼굴로 손자 손녀들과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문가에 선 여인의 쌍거풀 진 커다란 눈에 순간 강한 그리움이 비쳤다. 그 유복해 보이는 여인은 처녀시절 아이를 낳아 버린 후 다른 남자와 결혼해 행복한 인생을
집근처의 한방병원을 더러 놀러간 적이 있다. 여성 한방병원장 부부는 티벳 여행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됐다. 서울대 철학교수였던 남편과 한의사인 원장은 동양의 정신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방병원 4층에는 동양화와 액자에 넣은 글씨들 그리고 자수들이 가득했다. 먼지 묻은 오래된 불상과 보살상도 보였다. 옛것과 함께 음음한 기운이 묻어 있는 느낌이었다
일본드라마의 매니아가 되어 매일 저녁 즐겨보던 때가 있었다. 개천가의 낡은 빌딩에 있는 작은 흥신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속 늙은 탐정의 평소 사는 모습이 특이했다. 일이 없으면 책상에서 배의 모형을 조립 하던가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그게 그의 취미였다. 혼자 사는 그는 하루일과가 끝나면 혼자서 골목길의 주점에서 생맥주 한잔을 시켜 마시고 가로등이 비치는
호텔의 예식부에서 하는 친구 딸의 결혼식장에 갔었다. 둥그런 테이블에 몇 명의 고교동창의 얼굴이 보였다. 음식을 나누면서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 끝에 로펌의 대표변호사를 하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아내가 전원주택에 사는 게 꿈이었어. 그래서 오포에 전원주택을 지어서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데 차가 막힐 때면 이게 보통일이 아니야. 그림 같
이십대 시절 법무장교로 입대했던 동기들끼리의 역삼역근처의 참치 집에서 모임이 있었다. 고시공부를 하다가 군복무의무 때문에 차선책으로 장기직업장교를 선택했었다. 지금은 그 제도가 없어졌지만 십년만 복무하면 변호사자격이 나오는 건 동등했다. 육십대 중반까지 오랜 세월을 살아오다가 보니까 젊은 날의 십년은 순간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중에는 군에서 장군으로
동묘옆 벼룩시장 입구의 헌책방을 들렸다. 바닥부터 시작해서 안에는 책들이 꽉 들어차 있다. 수많은 종류의 책들이 뒤엉켜 허리높이까지 겹겹이 쌓여있어 제목조차 읽을 수 없다. “이 책들 분류해서 꽂아놓으면 좋지 않겠어요?” 내가 책방주인에게 말했다. “그렇게 못해요, 할 수가 없어요.” 주인남자
한 신문사에 칼럼을 쓴 계기로 친하게 된 논설위원이 있다. 문예창작과를 나온 그는 퇴직 후 젊어서 부터의 꿈인 소설을 쓴다고 했다. 문학을 전공한 또 다른 기자출신 고교동기가 있다. 세 사람이 종종 만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면서 문학과 음악에 관한 얘기를 하는 즐거움을 나눈다. 육십 대를 훌쩍 넘은 우리는 마음만은 십대의 문학청년들이다. 세 사람이 서초동
대학을 다니던 생선가게 집 아들이 음악에 미쳤다. 그는 음악인생을 가기 위해 학교를 때려 치웠다. 그러나 그를 심사한 평론가들은 그에게 프로가 될 개성이나 재능이 없다고 했다. 테크닉을 가진 뮤지션들은 세상에 널려있었다. 그는 방향을 돌려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노래로 장애아나 노인들을 위로했다. 그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밤이면 혼자서 노래를 만들었다. 어
화면에서 정치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노조위원장과 미모의 여성국회의원과의 정책토론이었다. 일류대를 나온 변호사출신의 여성의원은 분장과 옷 그리고 토론을 진행할 자료까지도 완벽하게 갖춘 것 같았다. 토론이 시작되고 사회자가 질문을 던지자 여성국회의원은 국제수지나 외환문제 물가안정 등에 관한 통계수치를 제시하며 날카롭게 정책적인 핵심을
만리동 봉제공장 동네의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고 있다. 대여섯평 정도의 창고 같은 작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작업대에 재봉틀이 두 대 정도 놓여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주로 일감이 들어온다고 했다. 재봉틀 앞에 앉은 한 남자가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일감이 들어와서 바쁘게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일이 없어서 벌써 두
티벳을 여행하면서 알게 된 부부가 있다. 남편은 서울대 철학과 교수고 부인은 한방병원을 경영하는 한의사였다. 히말라야의 계곡과 티벳의 사원을 함께 돌아다녔다. 한방병원장을 하는 여성한의사선생은 주변에서는 삼신할매라는 별명이 붙어있었다. 불임증인 여자들이 아이를 낳게 해 주는 비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런 것 같았다. 남편인 황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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