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담 후세인(왼쪽), 오사마 빈 라덴. | ||
오바마의 이름은 아버지인 ‘버락 오바마 시니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특이한 발음의 ‘버락’은 스와힐리어로 ‘축복받은’이라는 뜻. <담대한 희망>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이름과 관련해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났을 즈음에 있었던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2000년 총선에서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선출 예비선거에 뛰어들었으나 실패한 오바마는 그로부터 1년 반쯤 지나 어느 미디어 컨설턴트와 점심식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2001년 9월 하순쯤이었다. 다음은 자서전 내용 중 일부.
“‘정치 역학이 바뀌었다는 점은 당신도 알지 않습니까?’ 컨설턴트가 샐러드를 집어들며 말했다. ‘무슨 뜻이죠?’ 나는 그 의미를 훤히 알면서도 반문했다. 우리는 옆에 놓인 신문을 바라보았다. 1면에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큼직한 활자가 보였다. ‘고약하게 되었네요.’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면서 말했다. ‘정말 운이 따르지 않는군요. 물론 당신이 개명할 리도 없을 테고. 유권자들은 공연히 의심할 것입니다. 이제 막 정계에 입문하는 처지라면 별명 같은 것이라고 쓸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나마도….’ 컨설턴트는 말꼬리를 흐리면서 미안하다는 듯이 어깨를 한 번 들썩하고는 웨이터에게 계산서를 가져오라고 손질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이름이 정치인으로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도 않았던 것 같다. 결국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이름이 가진 뜻대로 자신의 꿈을 이루는.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셈이 됐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