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튀면 히든카드로?
박 회장이 전·현 정권의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고 기업 인수나 세무조사, 자신의 구명 등과 관련해 도움을 받았는가가 이번 의혹의 핵심. 최근 여의도 주변에서는 노무현 정권 인사들뿐 아니라 현 여권 일부 핵심 실세들까지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들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떠돌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진작부터 “정치권 리스트 수사는 애초 계획에 없었고 그간의 수사 결과, 물증이 포착된 것도 없다”며 더 이상의 ‘확전’이 없음을 시사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현 여권 인사가 많이 관여돼 부담을 느낀 검찰이 서둘러 박 회장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정치권에 떠도는 ‘박연차 리스트’에는 현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어른거린다. 여권 중진 K 의원과 J 전 의원, 여기에 현 여권의 핵심 실세 가운데 한 명과 P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사정기관의 한 핵심 관계자도 거명되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펄쩍 뛰지만, 박 회장이 특정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음에도 그의 ‘로비’가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대거 거명되는 것이다.
관가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해 “요즘 농담거리로 박연차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슬퍼할 게 아니라 그 로비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비 리스트 인사들이 ‘대성통곡’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권력의 요직에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라는 씁쓸한 우스갯소리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현 정권과 검찰이 내년 초 여권 쇄신과 경제위기 돌파를 앞두고 여권 실세들을 대거 소환해 벌집을 쑤셔놓을 경우 개혁 드라이브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돼 사건을 일단 덮기로 했다”는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여의도 주변에서 떠도는 ‘박연차 리스트’에 한나라당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 실세들뿐 아니라 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 계열 의원들도 여럿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있어 관심을 끈다. 특히 그중 중진 아무개 의원의 이름이 자주 거명되는데 권력 요직에 있는 그의 한 지인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박 회장 사건의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검찰과 FTA 비준안 및 각종 법안을 놓고 대충돌을 빚고 있는 여야의 모습을 보면 당장 박연차 리스트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확전될 기미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가 일각에선 리스트에 연루된 일부 여권 인사들이 친박 계열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박연차 리스트가 갈등의 불씨로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 집권 세력은 벌써부터 ‘미래권력’이라 불리는 친박 세력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번 박연차 리스트에 오르내린 친박 계열 의원들에 대한 조사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친이-친박 그룹의 갈등이 깊어질 때 그것을 가지고 ‘딜’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초는 경제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지만, 위기를 어느 정도 수습한 뒤에는 차기 대권 구도에도 신경을 쓸 것이다. 그때 친박 그룹을 압박할 수 있는 ‘히든카드’로 유용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현 여권 실세들이 대거 연루된 ‘박연차 리스트’에 관한 조사를 접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친분이 많은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 대한 조사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전 회장 역시 현 여권 인사들과도 인연이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와 교분을 나눈 참여정부 인사들이 많은 게 사실. 따라서 검찰이 리스트 수사를 회피한다는 일부의 비판을 상쇄하기 위해 박연차 리스트에 비해 ‘부담감’이 적은 정대근 리스트로 타깃을 돌릴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여의도 정가에선 “검찰이 박연차 정대근 두 사람을 구속하는 것으로 ‘게임’을 끝내려고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검찰에 의해 파헤쳐졌을 가능성이 있는 일부 여권 인사들의 경우 현 정권 내내 좌불안석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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