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시내에서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북한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460만 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제 북한사람 다섯 명 중 한 명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집계된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1인 1휴대폰 허용이 시작된 2009년(6만 9261명)보다 무려 66.4배나 급증한 수치다. 폐쇄국가인 북한에서도 휴대폰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셈이다.
북한의 이동통신사업은 2008년 12월 이집트 이동통신사인 오라스콤과의 합작 사업이 이뤄짐에 따라 본격화됐다. 이전에 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 기업들의 북한 시장 진출 시도도 있었지만, 승자는 오라스콤이었다.
이 사업은 장성택을 앞세워 김정일이 주도해 급성장했다. 당시 오라스콤의 자회사인 CHEO테크놀로지가 북한의 WCDMA사업권으로 부여받아 ‘고려링크’를 설립했다. 고려링크는 CHEO가 75%, 북한 정권이 25%의 지분으로 이익 구조화된 사업이었다. 사업 유효기간은 25년이었다.
이러한 국가적인 투자와 독점적인 사업적 보호에 의해 고려링크는 사업 시작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5년 처음으로 3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면서 그해 수익만 97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강도를 높여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라 고려링크 역시 그 칼날을 빗겨가진 못했다.
북한에서 생산되고 있는 스마트폰. 사진=연합뉴스
고려링크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외화로 반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오라스콤 자회사 CHEO는 결국 지난해 북한 내에서 수익을 관리하는 자회사 오라뱅크를 폐쇄했다. 오라스콤은 현실적인 이유로 슬며시 북한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지만, 북한 이동통신 사업의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북한은 고려링크를 견제하기 위해 2011년 강성네트망, 2015년 별 등 3세대 WCDMA를 기반으로 하는 자체 이동통신사를 일찌감치 설립했고, 가입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북한 내 사용 휴대폰 중 인기모델은 중국산 스마트폰 ‘후아유’로 알려져 있다. 물론 북한에서도 외화유출 방지를 위해 ‘아리랑’ 등 자체 스마트폰 모델을 내놓고는 있지만, 선호도는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아리랑’ 모델 부품은 전량 해외(중국 선전과 광저우 등)에서 공수하고, 북한 내에서는 사실상 조립만 하는 제품이다. 성능을 비교해봤을 때 중국 제품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의 기지국 설치 수에 따른 이동통신이용 커버 비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국토 대비로는 아직 기지국 분산이 덜 이뤄짐에 따라 떨어지는 편이지만 평양과 평성, 신의주와 사리원, 청진 및 함흥 등 대도시에 몰려 사는 북한 인구 분포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미 90% 이상을 커버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수익확보를 위해 이동통신사업을 장려하고 있지만, 그 폭발적인 성장세에 최근에는 고민에 직면했다는 후문이다. 당과 보안기관(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등) 및 외곽조직(청년동맹, 직맹 등)을 통해 북한 주민 개개인을 통제해 오고 있는 북한 당국이다. 하지만 이제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휴대폰이 보급됨에 따라 주민 간의 소통은 과거에 비해 자유로워졌고,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달았다.
북한 스마트폰 공장을 시찰하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물론 북한도 나름대로 사업 시작 과정에서 이를 통제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해놓았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이동통신사업을 주관하는 주체는 내각의 체신성이다. 하지만 이는 대외적인 간판일 뿐 북한 이동통신사업을 실제 관장하는 주체는 국가보위성으로 확인된다. 더 정확히 보자면 보위성 산하 정보기술국이다. 정보기술국은 일명 11국(원래 11국은 미행국이었지만 2014년 바뀜)으로 통하며 ‘정보기술연구소’라는 대외명칭을 쓰기도 한다.
북한은 애초부터 이동통신사업을 장악하고 통제가 용이하도록 그 주체를 보위성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특히 관리 대상으로 여겨지는 중앙당 고위층을 위주로 이동통신에 대한 이 같은 통제와 감시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고위층들은 감시를 피하기 위해 당국이 지급하는 업무용 폰 이외에 타인 명의로 세컨드 폰을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제의 한계가 뚜렷하고, 게다가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됨에 따라 북한 당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평양의 20~30대 젊은 층과 상인들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북한의 데이터 이용료는 주민들이 이용하기엔 비싼 수준이다. 이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지국 커버도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탑재된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파일 공유가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즉 북한 당국 입장에서 단순한 가입자들 간 통화에서 넘어가 이제는 스마트폰 가입자들 간의 정보 공유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북한 당국 입장에서 이동통신사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돈벌이다. 이를 장려하고 적극 임했던 것도 김정은 본인이다. 하지만 다른 사업과 달리 이는 주민들 간 원활한 소통과 정보의 공유가 동반되는 사업이다. 현재 대외적으로 도발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북한이지만, 발목에는 시한폭탄이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겸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북한 인터넷 보급률 증가세...이용절차는 여전히 복잡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왼쪽 3번째)과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오른쪽 2번째) 일행이 이날 평양 김일성대학을 찾아 컴퓨터실에서 한 학생의 인터넷 검색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이동통신사업의 성장세와 함께 인터넷 보급률도 제한적이지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2010년 보위성 산하에 스타회사(설립 당시에는 광명정보통신기술회사로 불렸으며 훗날 이름 변경)라는 자회사를 설립, 광케이블을 이용한 인터넷 보급을 꾀하고 있다. 스타회사는 현재 평양시 보통강구역 소재 국제통신국 건물 3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물론 북한의 인터넷 보급은 일반 가정이 아닌 주요 기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이를 이용하기 위한 절차도 까다로운 것으로 파악된다. 희망자는 소속 기관에 신청서를 작성, 결제받은 후 스타회사에 지문을 등록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희망자는 접속 프로그램에 로그인, 성명기록, 마우스 지문인식을 거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소속 기관은 희망자로부터 사전 검색 항목을 제출토록 하며, 이를 담당 보위원에게 보고하고서야 승인을 내린다. 물론 담당보위원 외에도 행정책임자와 당조직책임자 및 담당보안원의 사전승인은 당연하다. 한편, 북한에선 현재 구글을 제외한 해외사이트 접속을 통제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 각 지역에서 일어난 정치 관련 뉴스 서비스 이용 등도 금지하고 있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