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 런파크 유소년 승마단이 방학도 반납한 채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여름방학도 잊은 채 승마연습에 구슬땀을 흘리는 학생들이 있다. 공부 못지않게 중요한 승마훈련에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까지 물심양면 지원이다. 바로 부산경남 초·중학생들로 구성된 ‘렛츠런 유소년 승마단’의 이야기다.
토요일의 렛츠런파크 부경 승마랜드 실내마장. 후덥지근한 모래판의 열기 속에서 또랑또랑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갈색호걸, 조심조심. 오늘도 우리 잘해보자.” 승마단 중 가장 막내인 안유빈(11세)양의 애교 섞인 인사말에 ‘갈색호걸’ 승용마가 고개를 내밀어 화답한다.
이어지는 단체 승마 실습훈련. 9명의 승마단원들이 말과 호흡을 맞추며 꼬리를 물고 일렬로 전진한다. “어깨를 뒤로하고 중심 잡아. 종아리에 힘을 더 주고, 고삐를 제대로 잡아야지.” 승마교관의 묵직한 말 한마디에 학생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부산경남에 거주하는 초·중학생 9명으로 구성된 ‘렛츠런 유소년 승마단’은 지난 6월 결성됐다. 부산경남지역에서 처음으로 출범한 이번 ‘유소년 승마단’은 부경지역 내에 승마 문화를 알리고, 지역 출신 엘리트 승마선수를 육성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모집됐다. 학생들은 7월까지 주말에만 승마훈련을 받았으나 여름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평일에도 훈련에 열심이다.
유소년 승마단을 이끌고 있는 강인호 승마교관은 “9월에 대한승마협회에서 주관하는 유소년 승마대회에서 장애물 종목 출전을 목표로 훈련 중이다”며 “이번 방학 중 구보를 포함한 장애물 넘기 등 고급 기술 위주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훈련할 때에는 말이 무서워 곁에 다가가지도 못한 아이들이 많았어요. 심지어 우는 친구까지 있었죠” 그때만 해도 평보만 할 수 있는 초보수준인 승마실력이라 승마대회 출전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단다.
그런데 서서히 말과 교감을 하고 승마를 놀이로 바라보게 되면서 아이들이 오히려 더 열심을 내기 시작했다. 말과의 짜릿한 교감에 아이들이 감동을 받은 것이다.
강세아(14세)양은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재밌지 않냐는 질문에 “말을 타는 것은 뭔가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에요. 예전엔 몸이 안 좋았는데 말을 타고나서 속이 뚫리는 기분을 느꼈어요. 이제는 말과 함께 뛰어노는 것이 더 기다려져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렛츠런파크 부경 유소년 승마교관들은 주입식으로 승마기술을 교육하지 않는다. 팀별 대항 릴레이게임 등 다양한 단체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협동심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승마자세, 기술을 습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정근 유소년 승마단 운영팀장은 “학생시절 승마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말과 교감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과 자신감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승마는 말을 타고 장애물을 넘거나 규정된 종목 연기를 통해 점수를 겨루는 스포츠로, 유일하게 동물과 함께 참여하는 스포츠다.
학업을 보충하고, 놀기에도 빠듯한 여름방학이지만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승마복을 갖춰 입고 흔쾌히 훈련에 임하는 ‘렛츠런 부경 유소년 승마단’. 아이들 눈빛에서 비장함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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