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청 입구 전경.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부산 수영구가 최근 관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악취 민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은데 이어, 신뢰도 없는 토양검사를 실시해 또다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곳은 ㈜삼호가 시공하는 수영구 민락동 ‘이편한세상 오션테라스’ 현장. 이곳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접수된 건 지난 2일이다.
민원이 접수되자 수영구청 관계자들은 다음날인 3일 현장에 나가 민원사항을 확인했다.
민원사항을 확인한 수영구청 환경담당자는 우선 악취의 근원이 되는 토양을 부직포로 덮도록 시공사에 요청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에 민원인과 환경단체 등이 수영구의 행정에 불만을 가지게 됐고, 이는 곧바로 제보로 이어졌다.
제보를 받은 이후 본보는 몇몇 매체와 함께 지난 10일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는 수영구청이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게 골자였다.
보도가 나가자 수영구청은 11일 곧바로 사후조치에 들어갔다.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에 토양검사를 의뢰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절차로 시료채취를 진행해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민원인, 환경단체, 언론 등 어느 한 곳에도 토양검사를 시행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기습적으로 시료를 채취한 것이다.
특히 환경단체와 취재진이 잇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토양검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도 불구, 이를 무시하고 업체 관계자와 담당 공무원만이 참여한 가운데 채취를 강행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영구청 김상희 환경위생과장은 “시료채취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채취 시에 민원인 등이 참관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측은 수영구청의 이번 시료채취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사)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시료채취는 지점에 따라 결과가 상이하게 나온다. 시공사와 공무원들이 일방적으로 나서서 시행한 시료채취 결과는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검사결과가 나와 봐야 하겠지만, 이에 앞서 이번 검사는 이미 프로세스에서 신뢰성을 잃었다. 결과를 지켜본 후 시민단체가 직접 나서 자체적으로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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