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열네살에 머슴이었다. 머슴 일 다음에는 정읍의 입암면 산속에서 나무를 찍는 산판노동을 했다. 그는 종교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신약전서도 읽고 교회에 가보기도 한다. 사서삼경을 읽고 민족고유의 도참이나 주역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순례의 길을 떠난다. 밭가는 농부를 만나면 밭을 갈아주고 밥을 얻어먹고 장이서면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해 주기도 했다. 산속에서 노숙을 하기도 하면서 구도의 길을 갔다.
어느 날 먹지 못해 냇가에서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 옆에 있는 어린 딸이 시냇물에서 물 새우를 잡아 아버지의 입에 넣어주었다. 아버지는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그 새우를 입에서 다시 꺼내 어린 딸의 입속에 넣어주었다. 그의 가슴에 물결이 일었다. 강증산은 망해가는 조선 속에서 민중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모악산 제비봉에 바위에서 명상수도를 한다.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오던 날 어느 날 그는 신의 메시지를 받는다. 활동을 시작한 그의 행적이 흥미롭다. 당시 불길같이 번지던 동학혁명에 대해 그는 정면으로 반대한다. 겉으로는 혁명을 부르짖지만 속으로는 각자 양반이 되어보고 부자가 되고 싶은 탐욕과 증오를 품은 혁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하며 말렸다.
그는 제국주의 일본이 조선을 점령하지만 결국 불의 심판을 받고 일본 땅으로 물러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2차 대전의 종말을 안 것이다. 그는 중국이 그 후 조선을 침공하지만 남쪽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6.25전쟁을 본 것 같았다.
그는 세월이 흐르면 남조선의 배가 세계의 바다를 가득 채우며 떠 있는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 주었다. 그는 사람들의 앞날을 보는 영적 능력도 있었던 것 같다.
주막 구석에서 허름한 평복으로 위장한 순검을 보고 그날 밤 죽을 운이라고 알려주다가 따귀를 얻어맞기도 했다. 인간과 귀신의 관계에 대한 그의 견해는 흥미롭다. 인간의 마음은 귀신이 묵거나 지나가는 통로라고 했다. 귀신이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인간은 속에 들어있는 귀신에 의해 조종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귀신에 의해 조종되는 껍데기라는 것이다. 구한말 의지할 곳 없는 민중은 그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는 태을주라는 주문을 만들어 민중에게 염송하게 했다. 만트라 같은 주문을 계속하면 마음속에 공명이 생기면서 정화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동학혁명이나 애국계몽운동보다 대중의 마음을 바꾸어야 개벽이 되고 상생의 시대가 도래 한다고 했다. 그는 대중을 현혹하고 의병을 일으키려 한다는 혐의로 고창경찰서에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그리고 한일합병이 되기 한해 전인 1909년 사망했다.
그가 죽은 후 일제시대 그를 신봉하는 종교가 들판에 번지는 불길 같이 일어났다. 어느 민족에게나 신의 뜻이 전해지는 예언자 같은 인물이 있는 것 같다. 모악산 제비봉 아래의 성전 속에서 그는 신이 되어 있었다.
엄상익 변호사